2023년도 6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비대면화상회의, 6.16. 서면회의, 6.21~6.23.)에서 심의한 10건의 의결 결과는 연기 1건, 재심의 3건, 심의 완료 6건이다. 심의 완료된 6건의 판단 결과는 2건만이 ‘노동자 질병의 업무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이고 나머지 4건은 ‘노동자 질병의 업무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이다.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8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1989년(21세) 7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공장에서 장비 정비·보수 업무를 수행한 정비 엔지니어였다. 2018년 1월 24일 폐암을 진단받고 같은 해 2월 수술, 약 1년간 휴직 후 사업장에 복귀하여 부품구매와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웨이퍼(Wafer) 제조공정이 어떠한지를 이해하면 이번 직업병 노동자의 사정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되겠지요. 웨이퍼 제조공정은 모래에서 추출한 실리콘으로부터 고순도 단결정(單結晶·Mono Crystal) 실리콘 웨이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인데, 대체로 아래(출처: hujubkang.tistory.com)와 같이 볼 만하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2023.8.2.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2023.8.2.

실리콘 원석 → 결정화(Crystal Growth) → 잉곳(Ingot) → 잉곳 절단(Slicing) → 테두리 연마(Edge grinding) → 웨이퍼 평탄화(Lapping) → 웨이퍼 식각(蝕刻·Etching) → 웨이퍼 광택내기(Polishing) → 웨이퍼 세정(Cleaning) → 웨이퍼 완성(Packing·진공 포장)

웨이퍼 제조공정을 설명하는 주요 용어를 보면(GPT-4 Bing AI), ①웨이퍼는 결정질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반도체 소재의 아주 얇은 원판이다. ②박막(thin film)은 두께가 1마이크로미터(μm·100만분의 1미터) 이하의 얇은 막이다. ③잉곳(주괴·鑄塊)은 원기둥 모양의 단결정 실리콘 덩어리다. ④결정화공정(Growing)은 반도체 소재를 결정화하여 잉곳을 만드는 공정이다. ⑤잉곳 절단에 사용하는 장비는 반도체용 톱으로 불릴 만한 절단기(Saw)다. ⑥엣지 그라인더(Edge grinder)는 웨이퍼의 테두리 부분을 둥글게 연마하는 기계다. ⑦연마공정(Lapping)은 연마제(Slurry)를 사용하여 웨이퍼를 목적하는 만큼 갈아내어 평탄화하는 공정이다. ⑧식각공정(Etching)은 웨이퍼 표면 또는 테두리의 기계적 결함을 화학적 식각을 통하여 제거하고 선이나 무늬를 새기는 공정이다. 반도체 소자의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공정이다. ⑨광택공정(polishing)은 마찰에 의해서 웨이퍼 표면을 매끄럽고 균일하고 부드럽고 광택이 나게 만드는 공정이다. ⑩성형공정(Shaping) 대체로 웨이퍼 제조공정에서 잉곳 절단부터 웨이퍼 식각에 이르는 과정이다. ⑪Wet blaster는 습식 디버링(deburring) 장치다. 이는 연마제와 물을 혼합하여 표면을 깨끗하고 부드럽게 만든다. 디버링은 금속 가공 중에 생기는 작고 날카로운 표면 결함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⑫세정공정(Cleaner)은 웨이퍼 표면을 깨끗이 하는 공정이다. ⑬Set up 업무는 웨이퍼 제조에 필요한 장비와 환경을 준비하고 조정하는 업무다.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노동자는 입사 후 약 28년간 공장에서 Saw장비, Edge grinder, Lapping, Polishing, Cleaner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외에도 화공약품 중앙 집중실 설비, X-ray, Etching, Wet blaster 등 장비 점검·수리(부품교체 등), Set up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노동자는 입사 직후 1~2년 동안은 Growing, Polishing, Slicing 공정의 장비·유지보수 작업에 투입됐다. 이후 Shaping 공정의 장비 부품교체와 수리 과정에서 슬러리(Slurry) 분진에 노출이 많았다.

노동자는 말하길, 장비를 수리하면서 연마재, 슬러리 분진과 웨이퍼(주재료는 실리콘) 성분, 장비 내 벨트 마모 분진 등에 노출됐으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때도 많았다. Etcher(식각기·飾刻機)와 Cleaner 정비 시 수리 관련된 Bath(액체를 담는 큰 통)는 비우고 정비하지만, 나머지 Bath에는 화학약품이 담긴 상태인지라 화학약품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중앙 집중실이 자리 잡은 2공장에서는 주 2회 4시간 정도 작업하였는데, 펌프/밸브를 정비할 때는 드레인(drain·배수) 시설이 따로 없어서 화학약품을 비우지 않은 채 정비하였다.

대한민국 105년 8월 11일

*관련 기사:

반도체용 희귀 금속 ‘갈륨’…중국이 수출통제 카드 빼든 까닭(한겨레, 2023.8.2.)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02705.html?_ga=2.99498206.1752458026.1691754368-1404263838.1647078447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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