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건강검진 시 촬영한 흉부 X선에서 과거 결핵 병변 소견을 받았으나 치료한 적은 없다. 2011년부터 흉부 CT상 좌상엽 소결절 병변이 관찰된 이후 흉부 X선 촬영을 통해 추적 관찰하였다. 2015년부터 X선 촬영 판독에서 정상 소견을 받았다. 2017년 12월부터 기침, 가래,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지속함에 따라 2018년 1월에 촬영한 흉부 CT에서 좌측 상엽에 2cm가량의 종양이 관찰됐었다. A대학병원으로 가서 수행한 PET-CT상에서 림프샘과 원격 전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아 2018년 2월에 좌상엽 절제술과 종격동(縱隔洞) 림프샘 절제술을 받았다. 선암종 진단은 받았으나, 수술하기 전 영상과 병리 검사에서 석면폐증이나 흉막반(Pleural plaque·폐를 둘러싼 흉막 일부가 판처럼 딱딱해지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 의무 기록상, 담배는 0.15갑씩 약 6년 정도 피우다 29년 전부터 금연하였다. 2016년경 폐렴으로 입원하여 치료받았다. 당시 촬영한 CT에서 결절로 영상 소견상 양성 신생물로 추적관찰을 제안받았으나 이후 경과 관찰은 하지 않았다. 진술하길, 부모의 유병력은 고혈압과 당뇨병 등이나 호흡기 질환 관련 가족력은 없다.

노동자는 약 28년간 공무(工務) 업무 중에 각종 화학물질, 분진, 슬러리, 용접 흄(폴리비닐 클로라이드, 폴리비닐리덴 플루오라이드 등과 같은 열가소성 플라스틱에 대한 용접), 보온재 교체 시 석면, 웨이퍼 연마제, X-ray, 지게차 디젤엔진 배출물 등에 장기간 노출됐고, 교대근무(2교대와 3교대)와 수술 후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 등으로 인하여 불면, 식욕 저하, 우울 등의 증상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질병 인정을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6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와 이들을 대리하는 노무사들이 3월4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빠른 산업재해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21, 2019.3.12.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와 이들을 대리하는 노무사들이 3월4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빠른 산업재해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21, 2019.3.12.

2023년 6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비대면화상회의·2023.06.16.)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50세가 되던 2018년에 폐암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89년 7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약 28년간 앞서 살펴본 업무 이력과 환경에서 직업 생애를 보냈다. 셋째, 폐암에 대하여 충분한 근거를 지닌 발암물질로 분류된 인자는 비소와 그 화합물, 석면, 라돈, 6가 크롬, 니켈 화합물, 베릴륨과 그 화합물, 카드뮴과 그 화합물, 결정형 유리 규산, 흡연, 실외 공기오염, 다양한 PAHs가 포함된 디젤엔진 연소 물질 등이다. PAHs는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의 약자이고 다환방향족탄화수소다. 2개 이상의 벤젠고리가 결합한 유기화합물이다. 넷째, 노동자는 약 28년간 공무 업무 중 각종 화학물질, 6가 크롬과 중금속, 비소, X-선 등에 노출됐을 것으로 평가된다. 장비를 오픈하여 정비하거나 연마재를 사용한 장비 등의 정비 업무와 부분 용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비소, 중금속, 분진 등에 지속해 노출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PM(Preventive Maintenance·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유지보수) 작업의 특성상 노동자는 일반 조작자(operator)보다 노출수준이 더 높았으리라 추정되는바, 노동자가 식각 공정 정비작업 시에 6가 크롬에 노출된 수준은 2002~2003년 식각 공정의 작업환경측정 결과상 6가 크롬 노출 수준 0.0009~0.0015㎎/㎥보다 더 높았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는 미국이 강화한 노출 기준 0.0002㎎/㎥의 4.5배~7.5배 수준이다. NIOSH(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와 ACGIH(미국정부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에서 6가 크롬의 노출 기준을 2017년에 0.0002㎎/㎥ 수준으로 강화하였다. 한편, 정량화하기는 어려우나 비소, 니켈, 강산 등에도 간헐적으로 노출됐을 거로 판단된다. 장비 승온관(昇溫管) 보온재로 석면을 사용했을 수 있으나 석면에 대한 노출 수준은 작업빈도를 고려했을 때 높지 않고, 각종 산(酸), 전리방사선에 대한 노출 수준도 높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자가 2018년 1월 24일 폐암을 진단받은 이후 약 5년 5개월, 근로복지공단이 2019년 6월 역학조사를 의뢰한 지 약 4년이 각각 떠나간 2023년 6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8월 11일

*관련 기사:

“아들이 일하러 간 곳이 반도체 공장이었다니…”(한겨레21, 20219.3.12.)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6738.html?_ga=2.41301858.1752458026.1691754368-1404263838.1647078447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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