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30
울산여중 2학년 학생들은 내일 수학여행을 가느라고 오전 수업을 끝내고 삼삼오오 떼를 지어 희희낙락하며 귀가한다. 꿈 많은 소녀 시절이라 얼마나 부푼 가슴들일까? 그런데 우리 일 거드는 인경은 가정 형편이 안 돼서 수학여행을 못 간다고 하니 안타깝다. 돌이켜 보면 우리 집 아이들도 형편이 안 돼 수학여행을 포기한 일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부모로서 몹쓸 짓을 한 것 같아 마음이 항시 아프다. 큰 아이와 둘째 수동이는 고등학교 여행을 포기하고 명이는 초등학교 때 못 보내서 수학 여행 시즌만 되면 죄스럽다. 이 아비를 원망해도 할 말이 없다.
수학여행은 내가 집안 형편이 안 되는 걸 알아 스스로 포기했고 수동이도 나를 따라 포기했지 아버지가 가지 밀라고 하신 적은 없었다. (1970년경 신창호 선생님 화실에서)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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