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33

수동이가 86년도 새 일기장을 사 줬다. 규격이 좀 크고 내용도 다양하다. 그래서 값도 3,500원이나 줬다고 한다. 내년에 기록될 새 일기장을 보면서 또 한 해를 투병 기록으로 적어 나가야 하는 내 신세가 한심하기도 하다. 투병 기록이 아닌 일기가 담긴다면 얼마나 좋으랴. 어쨌든 운명의 갈림길에 섰던 1985년을 무사히 넘긴 데 대해 감사하다. 나로서는 행운이요, 가족들에게는 크나큰 곤욕을 끼친 것이다. 아무튼 지난 바람은 후하다는 속담과 같이 이 해를 무난히 보내도록 나를 아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오늘 밤은 재동이도 내려와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 새해 설계를 주고받는 뜻 있는 밤이 되었다. 재동이는 결혼해야 하고 수동이는 울산대 취직, 우리는 가급적 장사를 그만두는 일 등을 이야기했다. 욕심을 내지 않는 새해 설계를 해본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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