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4.3의 상흔
중국 북방 유목민 소녀의 봄빛 그림과 함께 늘 내 방에 놓여 있는 그림은 이 그림, '무명천 할머니' 책 표지 그림이다. 할머니는 4·3 때 총격으로 턱이 부서져 평생 무명천을 턱 대신 처매고 살아온 분이다. 살아 있는 4.3의 상흔.
후배 화가 양상용 화백이 삽화와 함께 그린 그림인데, 나는 이처럼 절절하게 아프면서도 가느다란 봄볕 같은 정감까지는 잃지 않아 껴안아 드려야만 하는 할머니의 그림을 본 적이 없다. 속 삽화들도 좋다.
누가 이 시대 한국 사람을 참 한국 사람으로 그린 그림이 어느 그림이냐고 묻는 다면 나는 감연히 이 무명천 할머니 그림이 그 몇 안 되는 그림 중 하나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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