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이 국회 중심의 “의원내각제” 주창에 깃대 들고 전면전 펴고 있어
“제왕적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는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집권의 같은 맥락
독립성 강한 각 주(州 Bund)가 고유의 헌법을 가진 독일의 의원내각제 연방의회는 기능 자체가 최소화
중앙집권적 국회와 전국정당이 가진 ‘승자독식’ 먼저 없애야 하고, 지역정당부터 인정해야

독립성 강한 각 주(州 Bund)가 고유의 헌법을 가진 분권적 권력구조에서 기능이 최소화된 독일 연방의회 의원내각제를 중앙집권적 한국의 국회에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보는 김종인 (사진출처: 한겨레, 2023.8.7.(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03247.html)
독립성 강한 각 주(州 Bund)가 고유의 헌법을 가진 분권적 권력구조에서 기능이 최소화된 독일 연방의회 의원내각제를 중앙집권적 한국의 국회에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보는 김종인 (사진출처: 한겨레, 2023.8.7.(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03247.html)

한겨레 신문이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고, 그 대신 국회 중심의 “의원내각제”를 주창하기 위해 전면전을 펴고 있다. 성한용(정치부 선임), 박찬수(대기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제왕적 대통령제” 운운하고, 또 김영삼과 김대중을 소환해 가며, “‘내각제 개헌’ 약속을 깬 이유”(2023.8.23.) 등의 표제로 글을 써 올린다.

“약속을 깬 이유”라는 표현은 “그때는 못 했으나, 지금은 그 약속을 지키자”라는 내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한겨레는 현재 국민 민초가 뽑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거 국회에서 뽑은 총리에게로 옮기자는 취지의 홍보 일변도에 죽기 살기로 매진하고 있다. 한겨레는 “제왕적 대통령제” 대(對) “의원내각제 국회”를 한 쌍의 비교 집단으로 설정하고, 후자를 선호하고 있으나, 사실은 두 제도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분권 아닌 중앙집권적 기구인 데다가, 비민주적, 봉건적 작태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한겨레는 김종인까지 끌어와서, “독일이 정치·경제적 안정을 이룬 비결로 의원내각제에 기반한 연정을 통해 좌우 협치” 운운하기에 이르렀다. 얼핏 보기에, 독일의 의원내각제가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대신할 구원투수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독일에는 권력 구조상 제왕적 대통령제 같은 것이 원천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독일은 연방국인데, 연방을 구성하는 각 지역은 중세 봉건시대 이래 독립된 나라들이었고, 지금도 각 지역은 독립성이 강해서, 각기 고유의 헌법(州法)을 따로 가지고 있다.

독일의 의원내각제 운운하며 협치와 연정을 강조하는 김종인은 대단한 비밀 하나를 은폐하고 있다. 그것은 독일이 분권의 나라로서, 각 주(州 Bund)가 독립 국가같이 고유의 주헌법(州憲法)뿐 아니라, 주 의회도 각기 따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앙 연방정부의 내각제 의회는 그 역할, 기능이 아주 제한적이다. 연방정부에서 갈등하든, 협치하든, 그것은 독립성을 갖는 각 주에 바로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이렇듯, 분권의 독일은 협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주(州 Bund)가 간섭받지 않는 고유의 독자적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가 독일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주(Bund)들의 집합체로서의 공화국(Bundesrepublik)일 뿐이다.

한국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전북 순창 출신)의 손자이며, 여야를 넘나드는 해결사, 그래서 “철새 정치인”으로도 불리는 김종인은 “승자독식 정치 시스템을 독일처럼 대화와 타협을 추구하는 정치 시스템으로 바꾸는 정치개혁이 시급”, “독일이 정치·경제적 안정을 이룬 비결로 의원내각제에 기반한 연정을 통해 좌우 협치” 등 의견을 개진했다. (한겨레, 2023.8.7.)

그러나 김종인의 이 말은 적중하지 못한 데가 있다. “독일처럼 대화와 타협을 추구하는 정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승자독식 정치 시스템”을 없애야 하는 것이라면, 우선 중앙집권적 국회가 가진 ‘승자독식’을 먼저 없애야 하고, 그 막강한 권력을 각 지역으로 분산시킴으로써 줄여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 운운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각 지역을 독일의 주(bund)와 같은 수준으로 독립시켜 중앙의 간섭을 배제해야 하고, 중앙정부의 권력을 독일 연방정부 혹은 연방의회 수준으로 축소해야 하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이란 획일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독립 개체의 차이를 전제로 한 다음에 성립하는 것이다. 그 ‘대화와 타협’은 중앙에 거점을 둔 정당 간뿐 아니라, 외연으로 확대되어 지역 단위 간에도 존재해야 한다.

독일 연방의 민주적 분권은 한국의 중앙집권적 “승자독식”과는 천양지차로 다르다. 한국에서는 아예 지역 자체의 고유성을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의 독자성을 말살하고, 중앙 국회에서 지역까지 획일적으로 좌지우지하려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호남 갈등론’이다. 영호남의 차이를 원천적으로 부정적 시각에서 갈등으로 보고, 지역의 차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대통령, 국회 등 중앙 정부 권력에 종속시키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 정당만 인정하고, 아예 지역정당 자체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중앙권력이 지역사회를 ‘개코’인 줄로 안다.

웃기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입에 달고 다니는 한겨레가 국회가 어떤 폐단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칼을 들이대 수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에 ‘제왕적 국회의장’ 김진표가 ‘노란봉투법’의 본 회의 상정을 거부하여 국회가 공전하고 있다. 그 원칙 없고 부실한 국회에 대통령의 권한까지 빼앗아 와 더 보태기 위해, 한겨레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국회의장이 하는 짓거리는 은폐하고, 대통령만 ‘제왕’이라고 떠들어대니, 한겨레도 짝눈임에 틀림이 없다.

국회의장 김진표는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내걸었으나 하는 짓거리가 도무지 민주적이지 못 한 민주당 소속이다. 지금 다수당 소속 국회의장 김진표는 민주정치의 원리 ‘다수결’을 부정하고, 여야 간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없다고 한단다. 김진표 말대로라면, 다음번 총선에서는 민주당, 국힘당을 따로 가리지 말고, 저 어딘가 당이 딱 하나 공산당밖에 없다고 하는 곳처럼, 당을 하나로 통일해야 맞다. 하는 행태를 보면 반드시 그래야 명실상부하다.

모처럼 민주당 ‘혁신위’에서 비민주적 대의원제를 고치자고 안을 냈더니, 왜 그런 걸 딱히 지금 고치려 하느냐고 반발한단다. “왜 하필 지금” 하는 것을 보면, 지네들도 이것이 잘못된 제도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당장에 고치기는 싫다는 뜻이다. 당장에 안 고치는 것을 보면. 나중을 기약하기도 어렵다. 1인 대의원이 적게 잡아 50명, 많게는 80명 등 권리당원 표에 맞먹는 권리를 행사하는 기상천외한 비민주적 제도를 두고도, 이들은 고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 미련한 권력욕을 두고 보면, 민주당이 국힘당과 무슨 차이가 있나?

그저 지금까지 해오던 ‘여의도’ 관성에서 탈피하기 싫은 것이다. 멀쩡하게 생기고 최고위원이라는 직함을 가진 고민정이 대의원제 척결에 토를 달고, 또 설훈 등 다수가 그러하다고 한다. 김진표만 나무랄 게 못 된다. 이렇듯 썩은 등걸 같은 민주당이 국힘당과 윤석열의 자충수를 노려서 다음 총선, 또 대선에서 어부지리 표를 얻어 집권하려는 욕심을 부리고 있다.

민주당이 국힘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은 그뿐 아니다. 여야 다 같이 정당 공천제를 두고 있는 것이 그러하다. 국회의원 후보군을 정당에서 먼저 걸러내는 정당 공천제는 저승 염라대왕같이 국회의원들의 목줄을 잡고 있어서, 의원들은, 김진표 자신이 말하듯이, 당의 노예가 되었다. 윤석열은 북한 공산체제가 전제주의라고 했으나, 멀리 남 욕할 것이 못 된다. 남한 국회가 바로 당의 전제주의 원리에 의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최자영 주주  paparuna999@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최자영의 금요칼럼 기사더보기

관련기사 전체보기

키워드

#최자영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