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휴업일’ 행정 명령은 교육감 <고유 권한>

9월 2일(토) 서이초 교사 7차 추모 집회 당시, 국회 앞 대로에서 <악성 민원인 강경 대응> 손팻말을 높이 치켜든 아스팔트 위 검은 옷 입은 교사들(출처 : 하성환)​
9월 2일(토) 서이초 교사 7차 추모 집회 당시, 국회 앞 대로에서 <악성 민원인 강경 대응> 손팻말을 높이 치켜든 아스팔트 위 검은 옷 입은 교사들(출처 : 하성환)​

50도가 오르내리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교사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5차 추모집회에서 무대 위 특수학급 젊은 교사는 ‘살고 싶다’고 절규했다.

6차 추모 집회에서 고등학교 교사는 무대 위 대독한 호소문에서 학부모로부터 “교사 자격이 없다”, “쓰레기 교사”라는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을 울분에 찬 목소리로 토로했다.

여기 6차 추모집회 무대 위에서 발언한 어느 초등학교 교사 또한 경찰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형사고발로 건강이 크게 무너져 명예퇴직을 신청했다며 고통스러운 심정을 토로했다.

9월 2일 7차 교사 추모 집회 당시, 여의도 샛강 역에서 KBS별관 대로변을 가득 메운 아스팔트 위 검은 옷 입은 교사들(출처 : 하성환)  교권 침해의 주요인인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 손팻말을 높이 치켜들고 있다.
9월 2일 7차 교사 추모 집회 당시, 여의도 샛강 역에서 KBS별관 대로변을 가득 메운 아스팔트 위 검은 옷 입은 교사들(출처 : 하성환)  교권 침해의 주요인인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 손팻말을 높이 치켜들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전국의 교사들이 상경해 분노하며 절규한 이유는 간단하다. 교사가 교사로서 자존감을 잃지 않고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외침이다.  

7차 교사 추모 집회 당시, 국회의사당 역 4번 출구에서 여의도 생태 숲에 이르는 인도 위에 교사들이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 손팻말을 치켜든 모습(출처 : 하성환)
7차 교사 추모 집회 당시, 국회의사당 역 4번 출구에서 여의도 생태 숲에 이르는 인도 위에 교사들이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 손팻말을 치켜든 모습(출처 : 하성환)

지난 7차 추모 집회에는 무려 30만 명이 대거 참여했다. 차도와 인도까지 여의도 절반을 뒤덮은 분노의 물결이었다. 아스팔트 위 교사들 외침은 오늘날 교육 환경이 잘못돼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준 한국교육사 일대 대사건이다.

우리 교육은 100년 넘게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뿌려 놓은 지시와 통제 위주의 교육 환경에 갇혀 왔다. 서이초 교사의 비극 또한 권위주의 교육 환경이 죽음의 배경이다.

문제상황에서 철저히 버려졌고 고립된 채 홀로 외롭게 버텼다. 그리고 환청이 들릴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자신이 맡은 교실 옆 보조공간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초등학교 고 김은지 선생님과 고 이영승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8월 31일 생을 마감한 양천구 S초교 30대 선생님도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사회적 비극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교사를 보호해 주지 않은 채, 책임을 떠넘기는 권위주의 교육 환경이 엄존했다.

국회 앞 <두려움을 나아갈 용기로, 연대를 공교육의 희망으로> 펼침막을 내건 7차 추모 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파면, 해임, 형사고발을 강변하며 순수한 교사들을 갑박할 일이 아니다. 임시휴업 명령권은 교육감 고유 권한이자 학교장 재량으로 위임된 위임 권한임을 생각한다면 누가 법과 원칙을 어겼는지 새길 일이다. 
국회 앞 <두려움을 나아갈 용기로, 연대를 공교육의 희망으로> 펼침막을 내건 7차 추모 집회 장면(출처 : 하성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파면, 해임, 형사고발을 강변하며 순수한 교사들을 갑박할 일이 아니다. 임시휴업 명령권은 교육감 고유 권한이자 학교장 재량으로 위임된 위임 권한임을 생각한다면 누가 법과 원칙을 어겼는지 새길 일이다. 

이제 해방된 지 78년이 지났다. 교육 활동의 가장 보배로운 주체인 교사의 목소리를 중심에 놓을 때다. 학교장, 교육지원청, 교육청, 교육부는 하나같이 교사의 교육 활동을 돕는 위치로 내려가서 비켜서야 한다.

계선조직 맨 꼭대기에 서서 교사에게 공문을 보고하게 하고 지시와 명령을 내리는 그런 위압적인 교육부는 21세기 오늘날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교육(지원)청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은 지시와 통제가 통하는 억압의 시대가 아니다.

민주주의 교육행정이 학교 문화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평등한 문화 속에서 상호 존중하고 협력하며 공감하는 시대다.

6차 추모집회(8/26) 당시, 국회대로 변에 내걸린 <살인적인 악성 민원 교육청이 책임져라> 펼침막(출처 : 하성환)
6차 추모집회(8/26) 당시, 국회대로 변에 내걸린 <살인적인 악성 민원 교육청이 책임져라> 펼침막(출처 : 하성환)

매주 수만 명이 새까맣게 운집한 교사 추모 집회에 교육부 장관이 참석해서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교육감들도 49재 추모 집회에 올라와서 교사들 절규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야 한다.

서이초 교사의 비극은 결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교사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추모 집회에 참석해서 경청하고 교육행정으로 실천해야 마땅하다.

서울시 서초구 서이초 새내기 교사 비극이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8월 31일 서울 양천구 S초교에서도 30대 교사가 스스로 생을 달리했다. 결코 개인적인 죽음으로 몰아갈 일이 아니다. 서이초 교사든 효원초 교사든 이번 양천구 S초 교사든 명백히 사회적 죽음이기 때문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학부모 악성 민원이 사실로 밝혀지면 고발조치하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관내에서 발생한 교사들 죽음에 대해 전수조사해야 할 일이다.
서울시 서초구 서이초 새내기 교사 비극이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8월 31일 서울 양천구 S초교에서도 30대 교사가 스스로 생을 달리했다. 결코 개인적인 죽음으로 몰아갈 일이 아니다. 서이초 교사든 효원초 교사든 이번 양천구 S초 교사든 명백히 사회적 죽음이기 때문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학부모 악성 민원이 사실로 밝혀지면 고발조치하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관내에서 발생한 교사들 죽음에 대해 전수조사해야 할 일이다.

가장 먼저 자신이 관할하는 관내 학교에서 원통하게 스러져간 교사들이 있는지부터 전수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산재 처리해야 한다. 그다음에 사건을 축소, 은폐한 학교 관료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징계해야 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 수장으로서 17개 시도 교육감들이 은폐된 비극에 대해 제대로 행정력을 집행하는지 감독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 길이 위계질서에 갇힌 학교 문화를 깨트리고 민주주의 교육행정을 펼치는 첫 출발점이다.

그리고 진보교육감은 당장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교육기본법 제5조 3항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문화돼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64조 1항에는 “관할청(교육청)은 재해 등 긴급한 사유로 정상수업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학교의 장에게 휴업을 명할 수 있다”고 명문화돼 있다. 그리고 제5조 2항에 “1항에 따른 명령을 받은 학교의 장은 지체없이 휴업을 해야한다”고 나와 있다.

따라서 각 시도 진보교육감은 교육부 징계 협박 공문을 앞에 두고 고민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임시휴업은 학교장의 재량이라며 위임 권한인 시행령 뒤에 숨어 학교 현장을 혼란과 갈등에 빠트리지 말아야 한다.

학교 임시휴업은 교육감에게 주어진 <고유 권한>임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그 <고유 권한>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만들어준 합법적 권한이다. 그 <고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교육계 대혼란을 막는 최선책이다.

여의도 순복음 교회 근처 국민일보 앞 도로변을 가득 메운 7차 교사 추모집회(9/2) 참여교사들(출처 : 하성환)
여의도 순복음 교회 근처 국민일보 앞 도로변을 가득 메운 7차 교사 추모집회(9/2) 참여교사들(출처 : 하성환)

징계로 겁박하며 마지막 남은 교사의 자존감마저 짓뭉개는 교육부의 막가는 <행정폭력>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그것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절규하는 검은 옷 입은 교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나아가 여의도 절반을 뒤덮은 30만 교사들의 외침에 진보교육감이 취해야 할 마땅한 처신이다.

* 9/4일 자로 <레디앙>에도 게재했음을 밝힙니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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