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生殖)은 낳고 불리는 일이다. 인간도 생물이기에 생식 활동에서 예외일 리 없다. 건강하지 않은 생태계에서 인구 재생산 활동이 활발할까.

세계보건기구(WHO)는 1946년 7월 그 헌장에서 천명하길, ‘건강이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다.'(Health is a state of complete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 요컨대, 사회적으로 안녕하지 않으면 건강한 상태는 아니다.

최근 두 달여 동안 많은 사람의 정신적, 사회적 안녕을 저해할 만한 뉴스가 넘쳤다. 7월 15일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7월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부모의 참척, 8월 24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작, 1910년 8월 29일 경술국치 113주년,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関東) 조선인 대학살’ 100주년,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 0.7명 ‘역대 최저’ 등이다.

합계출산율 0.7명! 우리나라의 가임 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는 0.7명이다. 이는 현행 인구 규모의 유지에 필요한 대체출산율 2.1명 중 두 마디는 사라지고 겨우 한 마디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의 하향 추동력은 언제 줄어들지 모르겠다. 적어도 비록 낮은 수준에서라도 횡보하는 흐름이 나타나야 할 터인데, 그럴 희망의 단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의 인구 재생산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함을 웅변한다.

속칭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앞으로 합계출산율 향방에 어떻게 작용할까? ‘오염수’라 하든, ‘오염 처리수’라 하든, ‘괴담’ 여부는 차치하고, 현행 과학자의 주장을 믿으라고 해도 식(食) 불안정서는 떨쳐내기 쉽지 않다. 스마트폰 혁명으로 정보의 확산속도가 빠르다 보니, 정서의 작용을 어찌 막겠는가,

게티이미지뱅크.  . 대법 “석면폐증, 진폐증과 유사…요양 중 장해급여 지급 가능”. 한겨레, 2023.5.10.
게티이미지뱅크.  . 대법 “석면폐증, 진폐증과 유사…요양 중 장해급여 지급 가능”. 한겨레, 2023.5.10.

1970년부터 시작한 새마을 운동의 겉 상징은 ‘슬레이트 지붕’이다. 슬레이트의 원료는 석면이다. 석면의 위해성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선지 슬레이트 위에 삼겹살을 구워 먹는 풍경도 적지 않았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석면을 ‘1군 발암물질’로 구분하였다. 우리나라는 2015년 4월부터 모든 석면 함유 제품의 제조·수입이나 사용을 전면 금지하였고, 산업안전보건법 ‘제7장 제2절 석면에 대한 조치’에 석면 해체·제거 시에 지켜야 할 규제를 명시하였다.

어떤 신물질은 초기에는 꿈의 물질로 보이나, 그 사용기간이 늘어나면 그 물질의 부작용이 쌓이고 쌓이면서 ‘죽임의 물질’로 바뀐다. 누적 효과의 위대함(?)이다. 석면이 그 좋은 본보기다.

살충제 디디티를 넣은 제품을 홍보하고 있는 페인트 회사의 광고 영화 ‘디디티, 모든 곳에 뿌립시다’ 중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한겨레, 2023.8.18.
살충제 디디티를 넣은 제품을 홍보하고 있는 페인트 회사의 광고 영화 ‘디디티, 모든 곳에 뿌립시다’ 중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한겨레, 2023.8.18.

또 하나는 디디티(DDT)다. 부산일보 보도(2010.11.8.)에 기초하여 요약하건대, 스위스 화학자 ‘파울 헤르만 뮐러’(1899~1965)는 1939년에 DDT의 살충 능력을 처음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학·의학상(1948년)을 받았고, DDT는 6·25사변 때 이와 벼룩을 퇴치하려고 피란민에게 뿌려졌다. 반면, DDT는 해충은 제거했으나 그 천적까지 없애버려 생태계를 파괴하였고,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에 축적돼 암과 생식이상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69년 11월 미국은 DDT 사용을 금지했고, 우리나라는 1979년부터 그렇게 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시작으로 알려진 가습기메이트를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들고 발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한겨레, 2023.8.31.
가습기살균제 참사 시작으로 알려진 가습기메이트를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들고 발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한겨레, 2023.8.31.

우리나라에서 밝혀진 본보기는 1994년 개발된 가습기살균제다. 마침내 2017년 2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제도’를 둬야 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인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들머리 계단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눈물: 유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한겨레, 2023.8.31.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인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들머리 계단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눈물: 유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한겨레, 2023.8.31.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가 수년, 수십 년 후 석면, DDT,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죽임의 물질’로 드러나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장하는가? 설령, 그 누가 보장한다고 한들, 아마도 그 사람은 적어도 수십 년 후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다. 화학자 뮐러는 미국이 DDT 사용을 금지하기 4년 전인 1965년에 이승을 떠났다.

어떤 젊은이가 느끼는 식 불안이 장차 자기의 2세가 건강하게 자라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이러하거늘, 앞으로 일반 동식물의 건강한 생식 활동이 원만하겠는가.

대한민국 105년 9월 4일

*이 글은 <남도일보>(2023.9.4.)에 실린 칼럼입니다.

원문 보기: [남도일보 화요세평]식주의(食住衣) 중 식 불안, 생식 활동 위축 심화하지 않을까

http://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38975

*관련 기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1821명 잊지 말아 주세요 [만리재사진첩](한겨레, 2023.8.31.)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06612.html?_ga=2.25587384.486416205.1693696332-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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