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현실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산 호수공원에서 만난 노부부의 소풍.
일산 호수공원에서 만난 노부부의 소풍.

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힘들어 하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어도 그것이 비난과 원망으로 돌아올 땐 더더욱 상처를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공연히 관심을 가졌구나. 그냥 모른 체할걸!’ 후회하게 됩니다.

오래전부터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사실에 근거해서 얘기를 해도 말에는 감정이 실릴 수 있고, 그 순간에 사실과 관계없는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이니까요. ‘당신이라는 3인칭 존칭이 어감에 따라서 시빗거리가 되기도 하는 것과 같습니다.

말의 위험성을 인지한 다음부터는 글(편지)을 사용해서 소통을 꾀하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져서 감정이 실리지 않고, 상대방도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그럼 이성적인 대화가 이뤄질 테니 소통이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현실은 생각과 달랐습니다. 난독증이 의심될 정도로 전체 글의 맥락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글의 일부분만 가지고 시비 거는 사람이 더 많았지요. 글은 가능한 한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써야한다는 나의 글을 두고도 말입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소통과 공감이 가능한 걸까? 왜 사실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얘기해도 논리적인 반박대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걸까? 육십을 코앞에 둔 최근에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사실과 논리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불편한 현실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편집 :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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