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厚顔無恥)의 정권 하(下)에서 더욱 팍팍해지는 국민들의 삶"

어제 정오(正午) 가까이 되어서의 일이다.  집 거실 소파에서 한겨레 신문을 뒤적이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을 찢는듯한 천둥치는 소음이 하늘에서 들렸다.  '쐐~액' 하는 고막을 찢는듯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비행기 지나가는 소음이 천지간에 가득 울려퍼졌다.  나는 그동안의 '남북 분단' 하에서의 수많은 삶의 경험으로, 곧바로 "초음속 전투기 1대가 마하 2~3의 속력으로 평택 오산 공군기지에서 이륙하여 이곳 용인시 와 수원 사이를 지나갔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전투기 1대로 끝난게 아니라, 이후에도 30초 간격으로 4대가 연달아 귀청을  뚫는 듯한 소음을 바로 머리위에서 진동시키며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거대한 소음이라면 보통의 어린이나 노약자의 경우에는 혼비백산하여 어쩔 줄을 모르거나, 젖먹이라면 틀림없이 울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그리고 인근 여러 학교에서는 한창 수업중일텐데, 아마도 큰 방해가 되었으리라)

나도 조금 어안이 벙벙해져서 슬슬 짜증이 났다.  "아니, 백주 대낮에 북한에서 대한민국을 침공해서 전쟁이라도 터졌단 말인가?" 그래서  휴대폰을 들고 114 에 전화를 걸어  국방부 안내 전화를 받아 연결되었는데, '전투기 소음' 때문이라고 말하니까  '공군작전사령부' 대표번호를 알려준다. 그래서 다시 그리로 전화했더니, 신호는 가는데  곧 끊어지며 '뚜뚜~' 소리만 들렸다. 여러번 해도 마친가지였다. 아마도 점심시간이 가까워 그런가보다 하고 하릴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어제 그 일을 잊고 있었는데, 오늘자 한겨레 27면 <오피니언>의 '세상읽기' 란을 읽으면서 어제의 '비행기 소음의 정체와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게 되었다. (아래에 그대로 전재해본다.)

                    미공군 전투기  이미지  사진
                    미공군 전투기  이미지  사진

[제목 : 장갑차 말고 성평등]   /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주택가에 낮고 빠른 전투기 소리가 울렸다. 짧은 사이에 사무실 곳곳에서 동료들이 나왔다. 무슨 일이야? 불안한 질문은 에스엔에스(SNS)에도 많았다. 검색하니 ‘10월 국군의 날 서울상공 예행연습’이란다. 상황은 알게 됐지만 몸이 계속 서늘하다. 군대는 전쟁 ‘억지력'을 위해 존재한다는데, 기념일에는 최고의 전투력과 무기를 뽐낸다. 훌륭한 전투기와 병력이 있으니 걱정 말라는 것 같지만, 전투비행단 예행연습 소리에 고조된 건 안심이 아니라 불안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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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후에 점심을 먹고 어제 전화했던 국방부 안내 전화를 통해 '국군의날 행사 담당 부서'와 연결이 되었다. (나도 참 할일이 되게  없는 건지, 끈질긴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담당자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국군의 날 예행연습으로 전투기 훈련 소음 민원 발생이 예상된다면, 미리 공영 TV방송을 통해 자막(字幕)으로라도 알려주었으면, 이런 혼란이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더니,  "앞으로 몇차례 더 훈련이 있으니 그렇게 해보겠다."고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국군(國軍)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니, 그렇게 예고된 상태에서 훈련한다면 조금 불편해도 별다른 민원이 제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하였다.

오호라,  이제 정권이 개시된지 2년도 채 안되어서 엄청난 착각과 큰 잘못을 범하면서도, 스스로 성찰은 커녕 민의(民意)의 상징인 국회를 백안시(白眼視)하며 겁박과 과거 회귀 정책으로 일관하는 정권 아래에서, 도탄에  빠져 오갈데없는 궁민(窮民)들의 팍팍해진 삶은 어찌할거나?

"세상은 악한 일을 행하는 자들에 의해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하며 그들을 지켜만 보는 사람들에 의해 멸망할 것이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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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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