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적으로 살기의 어려움

자동차의 엔진이 멈춘 지 한 달, 그것을 폐차한지 3주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살아볼까?’생각하다가 퍼뜩 놀랐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육아를 위해서 회사를 그만둔 게 1999. 그리고 아이가 아장아장 걸을 무렵에 자동차를 처분했습니다. 그때도 이제는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과천시민회관의 녹색가게에서 아이 옷을 구입해 오는 중이었습니다. 다리 아프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안고 걷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지요. ‘소나긴가?’하고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처마 밑으로 피했는데 비가 줄기차게 내렸습니다.

품 안에서 잠든 아이는 점점 늘어지고, 한쪽 어깨에 매달린 기저귀가방도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졌지요. 그렇게 40분 동안 서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겨우 아이를 잠자리에 뉘이고도 한 시간가까이 팔이 펴지질 않았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환경운동연합의 선배가 처남이 타던 차를 폐차한다던데 네가 탈래?”했습니다. 그래서 낡은 르망을 유용하게 사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훌쩍 자란 아이가 쿠키, 파운드케이크 등을 주문받아서 판매합니다. 명절은 앞둔 요즘은 주문이 꽤 많습니다. 파손의 위험이 있어서 종이대신 (재활용)스티로폼에 담아서 보내는데 우체국까지 걸어서 20분 거리입니다. 차가 없으니 조금 더 품을 팔면 됐지만 어제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비가 쏟아지는데 보낼 물건은 셋이었습니다. 우산을 쓰고, 부피가 큰 박스를 들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고심 끝에 집에서 제일 큰 장바구니에 스티로폼박스 세 개를 담아서 버스로 이동을 했습니다. 그래도 팔이 저릿저릿.

어제는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외출시켜서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기도 합니다. 며칠 째 날이 궂어서 일기예보를 여러 번 확인해도 변화가 없습니다. 하릴없이 창밖만 보다가 정오가 조금 지나서 어머니의 외출날짜를 연기해달라고 했습니다.

예전처럼 휠체어를 밀고 공원을 산책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시는 음식을 나눠먹으려고 했던 건데 방법이 없습니다. ‘중고차를 사야 하나?’싶었습니다.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면 날씨에 상관없이 이동이 가능하고, 어머니가 쇼핑몰을 좋아하시기도 하니까요.

환경을 생각하면 자동차를 안 타는 게 맞는데 어린아이나 노부모가 있으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집 :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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