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일어나려고 방바닥에 발을 내딛는데 갑자기 물레나 바퀴는 슬스리 시르렁 슬스리 시르렁 흥겨이 돌아도, 사람의 한세상 시름에 돈다오~” 라는 노래 가사가 머리에 떠올랐다. (아마도 요즘 윤xx 정권의 막가파식 정책으로 위기에 처한 민주공화국에 대한 우국수심(憂國愁心)으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 탓이 아닐까? ~^^)

그래서 잠깐 생각해보니, 예전 중학생 시절 음악시간에 배웠던 노래 가사이고, 작년에 책꽂이에 있던 시집(詩集)에서 보았던 (김소월의 스승인) 김억(金億)의 시()일 것 같아 시집에서 확인해보고 <명시감상 22>에 올리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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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레

                                                  김 억 (: 안서/岸曙)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어제도 오늘도 흥겨이 돌아도

사람의 한 생()은 시름에 돈다오.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외마디 겹마디 실마리 풀려도

꿈 같은 세상(世上) 가두새  얽히오.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언제나 실마리 감자던 도련님

인제는 못 풀어 날 잡고 운다오.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원수의  도련님 실마리  풀어라

못 풀 걸  왜  감고  날다려  풀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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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위 시()의 각 연을 감상해보기로 하지요.

1연은 이 시 전체의 총론 격으로 주제를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맨 마지막 구절 사람의 한 생()은 시름에 돈다오.”라는 시행이 주제를 드러내는데, 사람의 한 평생이 시름의 반복이라는 것이지요. 특히 가사(家事)와 임신, 육아에 농사일까지 하면서 층층시하 시집 어른들을 봉양하던 예전 여성들 입장에서는 물레질을 하면서 시름에 겨워 이런 노동요(勞動謠)를 불렀을 것 같습니다.

 

2연은 1연처럼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으로 시작되는데, 이 물레와바퀴가 돌아가면서 내는 소리를 표현한 의성어 실실이 시르렁이란 말이 1~4연의 맨 앞에 반복적으로 배치되어서, 3.3조의 음수율을 만들고 있는 것이 이 시의 특징이라 하겠지요. 그리고 3~4행에서 외마디 겹마디 실마리 풀려도, 꿈 같은 세상(世上) 가두새 얽히오.’라고 말하여, “물레질에서는 실이 한두마디가 얽혀있어도 실마리를 풀어낼 수 있지만, 일장춘몽(一場春夢)같은 이 세상사(世上事)는 장애가 되는 것들로 인해 얽혀버리고 만다오.”라고 한()스러운 푸념을 하고 있습니다.

(* 가두새 : 가리는 것 / 장애가 되는 것)

 

3연과 4연에서는 이 시 속에서 말하는 주인공, 시적 화자’(詩的話者)가 누구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짐작하게 해주는 구절이 3~4행에 계속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언제나 실마리 감자던 도련님, 인제는 못 풀어 날 잡고 운다오. 원수의 도련님 실마리 풀어라, 못 풀 걸 왜 감고 날다려 풀라나.”라고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지요. 바로 주인 마님의 셋째(?) 아들(=도련님)과 정분(情分)을 맺은 언년이가 아닐까요?

“‘언제까지나 물레질에서 나오는 실마리 풀 듯이 나와 함께 알콩달콩 살게 해줄게라고 감언이설(甘言利說)로 나를 유혹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와서 집안 어른들 때문에 뜻대로 안되니까 나에게 와서 하소연하며 울고 있다네. 원수같은 도련님아, 당신이 배배 꼬인 일의 실마리를 풀어라! 제대로 풀지도 못할 것을 왜 (가만히 있는) 나를 유혹해놓고서, 이제와서 애꿎은 나더러 실마리 풀라고 하나?”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김억(金億) 시인의 애제자(愛弟子)인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란 시에 나오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라고 말하는 수동적 여성상(女性像)과는 일견 아주 대비되는 당찬 신여성(新女性)’이 아닐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이제 <물레>라는 제목의 민요풍이면서도 약간 다른 분위기의 두 곡의 가곡을 들어보면서 오늘 명시 감상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1)김억 작시/ 김순애 작곡 <물레>: ‘그대 있음에사월의 노래를 작곡한 ‘ 김순애님이 흥겨운 우리 민요풍으로  작곡한  또다른 명곡 <물레>를  ‘ 백남옥님의 메조 소프라노 소리로 감상해봅시다.

아래  YouTube에서 보기  클릭!! )

 

(2) 김억 작시/ 이종록 작곡 <물레>: 흥겨운 우리 민요풍을 살리면서도, 좀더 현대적으로 덧옷을 입혀 ‘ 이종록님이 작곡한 노래를 ‘ 최인애님의 소프라노 소리로 감상해보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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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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