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4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24세에 자동차공장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만 55세이던 2019년 5월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림프조혈기계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한겨레, 2023.3.14.
한겨레, 2023.3.14.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노동자는 취업하기 전 1987년 9월부터 1988년 2월까지 6개월간 직업훈련원에서 선반, 밀링기계 등을 이용한 다듬질기능사 훈련을 받았다. 1988년 3월 자동차공장에 입사하여 질병치료 차 휴직하기 전인 2019년 5월까지 약 30년간 트럭 제조부 소형의장반, 트럭 조립부 수정반, 조립부 검차반 등 3개 부서에서 근무하였다. 트럭제조부 소형의장반에서는 1988년 3월부터 2000년 4월까지(12년 2개월) 트럭내부 천장 탑실링(top ceiling)을 장착하는 조립업무를 수행하였다. 탑실링은 자동차의 지붕을 밀폐하는 부품으로, 루프(roof) 패널의 하부에 설치된다. 트럭조립부 수정반은 2000년 4월부터 2005년 10월까지(5년 6개월) 근무하였으며, 이 부서에서는 수밀검사(누수 발생여부 검사)를 거친 차량 중 수정이 필요한 차량에 대하여 실리콘 실링(sealing) 작업과 차량에 오염된 실리콘을 제거하는 탑실링 클리닝(cleaning) 작업을 하였다. 조립부 검차반에서는 2005년 10월부터 2019년 5월까지(13년 7개월) 불량차 검차와 차량 탑실링 클리닝 작업을 수행하였다. 입사 초기에는 주 6일 근무로 1일 12시간씩(정규 8시간, 잔업 4시간) 근무하였으며, 월 1~2회 정도 일요일에 8시간씩 현장 작업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특근하였다. 특근 때에 주로 전기용접, 산소절단, 페인트작업 등을 하였다. 2009년 9월부터는 주 5일 근무, 1일 10시간씩 주야 교대근무와 월 2~3회 생산특근을 하였고, 2013년부터 주 5일 근무, 1일 8시간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를 하며, 월 2~3회 생산특근을 하였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55세가 되던 2019년 5월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에서 혈중 총 단백이 증가한 검사소견이 나와서 재검사와 원인규명을 목적으로 2019년 5월 15일 대학병원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그해 5월 16일 골수 검사를 하여 다발성골수종을 진단받았다. 이때의 혈액검사에서 혈중 칼슘 수치가 15.2mg/dL로 높아 일차적으로 혈장교환술을 받은 뒤에 행한 골수검사 결과에서 M단백 증가 소견으로 다발성골수종으로 진단받아 항암치료를 받고 치료 중이다. 노동자는 고혈압(2012년)과 당뇨(2017년)를 진단받았으나 고혈압만 약물관리 중이다. 2016년 9월 뇌동맥류 수술을 받은 이력 외에는 특이질환은 없었다. 질환 진단 전까지 흡연(하루 1갑, 30년 이상)과 음주(한 달에 1~2번, 맥주 2병)를 하였으나 현재는 금주와 금연 상태다. 가족력으로는 어머니가 고혈압, 당뇨가 있으나 그 외에 형제와 가족에서 조혈기계 질환은 없었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다발성골수종으로 치료받기 전에는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 복용 이력은 없고, 큰 체중 변화나 전신 질환은 없었다.

다발성 골수종(혈액암의 일종) 진단을 받은 뒤 산재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우원수씨가 지난 2월20일 경북 영덕군의 집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겨레, 2023.3.14.
다발성 골수종(혈액암의 일종) 진단을 받은 뒤 산재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우원수씨가 지난 2월20일 경북 영덕군의 집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한겨레, 2023.3.14.

노동자는 32년 동안 의장반과 검차반에서 작업 시 사용한 방청유, 시너, 솔벤트 등의 유기용제가 상병 발병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인정을 신청하였다.

2022년 10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비대면 화상회의·202210.21.)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2019년 5월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았다. 둘째, 1988년 3월 자동차공장에 입사하여 트럭 제조부 소형의장반에 배치되어 2000년 4월까지 12년 2개월 동안 차량내부 탑(천장) 실링작업을 수행하였고 이후로 2019년 5월까지 트럭조립부 수정반, 조립부 검차반 등 3개 부서에서 근무하였다. 셋째, 노동자의 상병과 관련된 작업환경 요인 중 충분한 근거를 띈 요인은 1,3-부타디엔, 펜타클로로페놀이고, 제한된 근거를 띈 요인은 벤젠, 산화에틸렌, 스티렌, 1,1,1-트리클로로에탄, X-선, 감마선 등이다. 넷째, 노동자의 근무기간에 의심 물질에 대한 노출 가능성이 보이는 업무는 차량 천장 탑실링 장착 시 본드(또는 실리콘) 도포, 90년대 초까지 수행된 바닥 도장업무, 수정과 클리닝 시 솔벤트·시너 취급공정에서 벤젠에 대한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00년 이전 의장반에서 본드 도포와 탑실링 장착공정에서 접착제와 세척제에 포함된 벤젠에 대한 노출 수준이 높았다고 평가되며 유사공정 노출수준을 고려하면 매년 0.5-1.60ppm 수준에서 벤젠에 노출됐다고 추정된다. 또한 구체적 성분 확인은 어려우나, 1,1,1-트리클로로에탄이 1996년 이전까지 생산과 사용의 규제 없이 산업전반에서 광범위한 세정제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벤젠과 함께 복합노출의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가 2019년 5월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은 이후 약 3년 6개월이 떠나간 2022년 10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0월 6일

*관련 기사: [단독] 고인에게 “산재 인정”…암 환자는 1년9개월 기다렸다(한겨레, 2023.3.14.)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83460.html?_ga=2.21979643.1386262903.1696375624-1404263838.1647078447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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