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차 반핵아시아포럼은 서울과 부산, 울산 일정에 이어 경주와 울진, 삼척으로 이어졌습니다.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은 9월 22일 경주 나아리에 있는 공공연대노동조합 강당에 빼곡히 모여 2시간 동안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이 고리핵발전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장영식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이 고리핵발전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장영식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이 월성 핵발전 단지의 현황과 이주대책위원회의 활동 그리고 환경부의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법무법인 민심의 서은경 변호사가 갑상선암 공동소송의 쟁점과 판결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 해외 참가자들은 수많은 질문으로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한국의 방사능 감시체계가 어떻게 되느냐?”에서부터 월성 핵발전소 주변 방사능 측정 결과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특히 갑상선암 공동소송의 쟁점에서 “왜 피폭량 중심으로 접근하느냐? 베크렐 단위의 검출량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월성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매우 높은데, 한국 언론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느냐?”라고 아프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이 고리핵발전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장영식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이 고리핵발전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장영식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은 울진에서 ‘핵으로부터 안전하게 살고 싶은 울진 사람들’의 이규봉 대표와 장시원 전 울진군의원을 만나 울진의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특히 이규봉 대표는 울진에서 30년간 탈핵 운동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울진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환경운동연합이나 대학 등 연대나 협력 네트워크가 없는 상태에서 소수 사람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탈핵 운동의 어려움을 토로할 때는 말할 수 없는 연민과 아픔이 밀려왔습니다. 그는 “단일 부지 세계 최대 핵단지화가 되고 있는 울진의 위험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한울 핵발전소 3, 4호기 건설만은 꼭 막고 싶다”고 말하며, 다른 지역의 관심과 연대를 요청했습니다.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이 울진의 탈핵 운동 현황과 문제점들을 듣고, 함께했다. ⓒ장영식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이 울진의 탈핵 운동 현황과 문제점들을 듣고, 함께했다. ⓒ장영식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은 울진의 핵발전소들을 무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탈핵의 성지’삼척으로 출발했습니다. 삼척에서는 ‘원전 백지화 기념탑’ 앞에서 삼척 활동가들의 소개와 삼척의 현황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삼척에서 핵발전소 건설과 핵폐기장 건설을 막아냈던 역사는 참가자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성미산학교 학생들은 참가자들과 함께 ‘엘름 댄스’를 추면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 희생된 사람들과 자연생태계를 기억하며 추모했습니다. 삼척에는 후쿠시마 청소년들이 삼척을 방문해서 새긴 ‘후쿠시마 아이들의 기념비’와 후쿠시마 청소년들이 심은 나무가 있습니다.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이 핵으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닦듯이 기념비를 깨끗하게 닦기도 하였습니다.

반핵아시아포럼 한국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인 이헌석 씨와 울진의 탈핵 운동가인 이규봉 대표 그리고 장시원 전 울진군의회 의원과 함께했다. ⓒ장영식
반핵아시아포럼 한국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인 이헌석 씨와 울진의 탈핵 운동가인 이규봉 대표 그리고 장시원 전 울진군의회 의원과 함께했다. ⓒ장영식

삼척에서 하루를 묵은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은 기차를 이용해서 서울에서 열린 ‘923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했습니다. 이들은 행진 동안 “탈핵, 아시아!”를 외쳤습니다. 이날 일본의 참가자인 사토 다이스케 씨는 “일본 사람들은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지 못했습니다. 일본은 아시아 나라들을 침략하고 식민 지배했지만, 이번에는 방사능 가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일본인 한 사람으로서 사과드립니다. 오염수 해양 투기를 멈추기 위해 앞으로도 일본에서도 계속 반대하고 싸우겠습니다”라면서, “우리는 핵발전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고 결국 승리할 것입니다. 그것이 역사의 필연입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승리해야 합니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대형 사고가 반복되기 전에 핵발전을 끝내야 합니다. 타이완은 2025년 탈핵이 이뤄질 것입니다. 우리도 타이완을 따라갑시다. 우리 후손들을 위해 함께 탈핵을 이루어냅시다”라고 말했습니다.

삼척에서는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과 삼척활동가들이 '원전백지화기념탑' 앞에서 '엘름 댄스’를 추면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희생된 사람들과 자연생태계를 기억하며 추모했다. ⓒ장영식
삼척에서는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과 삼척활동가들이 '원전백지화기념탑' 앞에서 '엘름 댄스’를 추면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희생된 사람들과 자연생태계를 기억하며 추모했다. ⓒ장영식

한국에서 개최한 제20차 반핵아시아포럼은 서울-부산-울산-경주-울진-삼척 등 국내 주요 핵발전소 지역과 ‘923 기후정의행진’까지 참가하는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해외 참가자와 국내 활동가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과 한국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반핵아시아포럼은 아시아의 탈핵이라는 관점에서 하나였습니다. 매년 개최했던 반핵아시아포럼은 앞으로는 격년제 개최로 합의했습니다.

후쿠시마 청소년들이 삼척을 방문하고 새긴 기념비를 깨끗하게 닦고 있는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의 모습. ⓒ장영식
후쿠시마 청소년들이 삼척을 방문하고 새긴 기념비를 깨끗하게 닦고 있는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의 모습. ⓒ장영식


다음 제21차 반핵아시아포럼은 2025년 5월, 타이완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2025년 타이완은 모든 핵발전소 가동을 멈추는 ‘탈핵 국가’가 됩니다. 타이완의 탈핵 원년과 맞춰 진행될 제21차 반핵아시아포럼에도 많은 관심과 연대를 바라며, 한국에서 개최된 제20차 반핵아시아포럼 소식을 전해 드렸습니다.

'923 기후정의행진'에서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이 행진하며 "탈핵, 아시아!"를 외치고 있다. ⓒ장영식
'923 기후정의행진'에서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이 행진하며 "탈핵, 아시아!"를 외치고 있다. ⓒ장영식
사토 다이스케 반핵아시아포럼 사무국장은 서울에서 열린 '923 기후정의행진' 집회에서 "일본인 한 사람으로서 사과드립니다. 일본은 아시아 나라들을 침략하고 식민 지배했지만, 이번에는 방사능 가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염수 해양 투기를 멈추기 위해 앞으로도 일본에서도 계속 반대하고 싸우겠습니다"라며 한국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우리는 핵발전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고 결국 승리할 것입니다. 그것이 역사의 필연입니다"라고 아시아의 탈핵을 강조했다. ⓒ장영식
사토 다이스케 반핵아시아포럼 사무국장은 서울에서 열린 '923 기후정의행진' 집회에서 "일본인 한 사람으로서 사과드립니다. 일본은 아시아 나라들을 침략하고 식민 지배했지만, 이번에는 방사능 가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염수 해양 투기를 멈추기 위해 앞으로도 일본에서도 계속 반대하고 싸우겠습니다"라며 한국 시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우리는 핵발전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고 결국 승리할 것입니다. 그것이 역사의 필연입니다"라고 아시아의 탈핵을 강조했다. ⓒ장영식


이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에도 실린 글입니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장영식 사진작가  han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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