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을 잃으면 민족의 얼을 잃는 것이고, 민족의 얼을 잃으면 나라를 잃게 된다.“

~ 며칠전 일이다. 점심을 먹고 수지천변을 산책하러 가는 길에, 갑자기 영어로 대화를 하는 말이 들렸다. 옆으로 지나가는 젊은 여성과 예닐곱살 되어보이는 딸이 서로 주고받는 말이었다.
일상적인 초보 영어회화를 하는 것 같았는데, '꼭 저리 티를 내며 영어를 가르쳐야 하나?'라는 생각이들면서, 몇달전 대형식품판매점에 들어가다가 보았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초등학교 1~2학년쯤 돼보이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마치 미국 애들처럼 영어로 일상회화를 주고받으며 지나가는 것이었다.
나는 (직업병처럼) 그 애들에게 한마디 타일러주려고 하다가, 이미 저쪽으로 인파 속으로 사라졌기에 포기하고 말았다.
, 이러다가 조만간에 일상적으로 영어 회화로 지껄이는 '특권 상류층', 저들이 '후지다'고 생각하는 우리말을 쓰는 '중하류층'으로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시대가 도래하지 말라는 법도 없겠다는 끔찍한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이 지경으로 국어정책을 내팽개치고 허울좋은 '국립'이란 이름을 내세우는 '국립국어원'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립국어원은 어문(語文)정책을 수립/시행하고, 국민의 바르고 편리한 언어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하고자 설립된 정부기관이 아닌가? 그런데 그 막중한 어문정책 수립과 시행의 소임(所任)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다니면서 건물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간판들을 보라! 가관이 아니던가? 도대체 한글로 제대로 씌어져 붙은 간판은 가뭄에 콩나듯이있고, ‘STARBUCKS EDDIYA SAMSUNG -HYUNDAI LG GS K SHOP MYEONG DONG SUPER PET...’ 등등 외국어 간판들이 눈앞에 즐비하지 않은가 말이다.

한겨레신문 2022.5.19일자  기사 사진에서 전재
한겨레신문 2022.5.19일자 기사 사진에서 전재

도대체 여기가 미국 어느 주()의 이방(異邦)의 도시가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지않는가? '세계화'라는 허울만 좋은 미명(美名) 하에 국적과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잃고 흐느적거리는 나라꼴이 아닌가?
이러한 현상은 제1차적인 책임이 한글 정책을 총체적으로 입안하고 시행해야하는 정부와 문화체육부와 국어정책의 총 본산인 국립국어원에게 있다. 그리고, 또하나 올바른 국어정책에 대한 법률 제정과 입법기관인 국회와 국회의원들도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한  '윤 아무개'처럼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다.라고 말하며 공공연히 영어 사대주의자(事大主義者)임을 밝히는 자들이 국가 정부기관 곳곳에 존재하는 것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말글에 대한 올바른 정책이 실종된 비참한 현실은 그 원인이 무엇보다도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혼탁한 정치 놀음과 더불어 국정 지도자의 .‘얼빠진국어 관()이 큰 문제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좀 늦은감이 있지만) 어떻게 해야 고사(枯死)해가는 우리말글을 활성화시킬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일상생활에서 매일 접하는 상품과 상점 간판 이름에서 우리말을 반드시 먼저 쓰고 외국어를 병기(倂記)하도록 하는 강제 규정의 시행령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여기서 상품이란, 공공건물과 아파트 등의 부동산도 포함되며, 상점 이름에는 기업 이름 로고(Logo)도 포함)

"뭐야, 너무하는 것 아냐?" 하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한글과 우리말이 점점 실종되는 현상을 막을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는 요소에서 가장 큰 것은, 매일 보고 접하는 시각적 요소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한글로 적힌 상품들이 눈에 보인다는 것은 우리 말글이 무의식적으로 우리들의 의식 속에 자리잡을수 있고, 그렇게 되면 도처(到處)에 존재하는 우리글(=한글)이 우리 한민족 고유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뿌리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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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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