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이미 고인이다. 1974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18세인 1992년 7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반도체 공장에서 ‘웨이퍼 검사’(Wafer Test) 장비 정비 업무를 수행하던 중 만 39세인 2013년 1월 24일 악성 흑색종을 진단받았다. 그로부터 6년 2개월이 지난 2019년 3월 25일 45세에 목숨을 빼앗겼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웨이퍼는 반도체 소재의 아주 얇은 원판이다. 웨이퍼 검사공정은 웨이퍼 상태에서 여러 검사를 통해 각 칩의 상태를 확인하는 공정이다. 노동자는 1992년 7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사업장에서 웨이퍼 검사 장비 정비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근무형태는 4조 3교대의 규칙적 교대근무를 수행하였다. 1일 평균 8시간, 6일 근무 후 2일 휴식하는 형태다. 근무시간은 A조는 07:00~15:00, B조는 15:00~23:00, C조는 23:00~다음날 07:00이다. C조의 노동 시간대는 심야노동 시간대( 22:00~다음날 06:00)와 겹친다. 휴게시간은 점심시간 11:20~13:20 내 자율 이용, 저녁시간 18:00~19:40 내 자율 이용, 야식시간 00:45~02:40 내 자율 이용, 아침시간 06:00~08:10 내 자율 이용이다. 노동자의 하루 근무 중 클린룸 상주 시간은 WT(웨이퍼 검사) 제조기술팀의 현장 관리자 의견으로는 하루 약 6.5시간이다. SHE JEM 시스템으로 확인하건대, 1일 클린룸 상주 노동시간은 약 7시간이고, 월 클린룸 상주 시간은 154시간으로 나타난다. SHE(Safety, Health & Environment)는 안전보건환경이다. JEM(Job Exposure Matrix)은 작업환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노출정보를 종합한 행렬이다. 말하자면, SHE JEM 시스템은 안전보건환경 관련 법규에서 요구하는 각종 항목에 대한 작업환경 노출정보를 관리한다. 클린룸(Clean Room·청정실)은 '먼지를 비롯한 제반 환경 조건(기온, 습도, 기류, 기압 등)이 일정한 규격에 맞게 유지되는 깨끗한 공간'이다. 먼지가 극도로 적은 공간이다.

악성흑색종은 방치할 경우 뇌 등으로 전이할 수 있다. 사진은 악성흑색종의 모습. 대한피부과학회 제공. 한겨레, 2016.1.23.
악성흑색종은 방치할 경우 뇌 등으로 전이할 수 있다. 사진은 악성흑색종의 모습. 대한피부과학회 제공. 한겨레, 2016.1.23.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12년 11월 19일 로컬병원에서 두경부(머리와 목 부위)에 ‘표피 물혹’(epidermal cyst) 의증 하에 절제생검(excisional biopsy)을 하였다. 12월 6일 조직검사 결과 ‘악성 신경내분비 종양’(malignant neuroendocrine tumor)을 진단받았다. 2013년 1월 7일 대학병원에서 수술적 절제를 하였고, 로컬병원에서 제공한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2013년 1월 24일 대학병원 병리학과에서 재판독한 결과 악성 흑색종으로 진단하였다. 2013년 3월 25일 방사선 치료를 하였다. 2013년 11월 12일 수술적 절제를 하였고, 이후 2013년 1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항암치료 후 보조 면역요법을 하였다. 2018년 4월 13일부터 2019년 3월 20일까지 표적 치료제인 다브라페닙(Dabrafenib)과 트라메티닙(Treametinib)을 병용하여 치료하였다. 2019년 2월 7일 좌측 신장 전이 병소를 절제하였다. 2019년 3월 22일 뇌 내부 전이가 확인됐다. 결국, 악성 흑색종을 진단받은 지 6년 2개월이 떠나간 2019년 3월 25일 목숨을 빼앗겼다. 노동자는 음주와 흡연은 하지 않았고 개인 질병력은 없었다. 가족력 상 특이 사항도 없었다. 노동자가 받은 건강검진 결과에서는 이상지질혈증 이외에 특이 사항은 없었고, 주기적으로 복용하는 약도 없었다.

노동자가 목숨을 빼앗긴 후 1년 4개월이 지나서야, 노동자 유가족은 지속적인 교대 작업과 반도체 관련 사업장에서 근무하며 유해 환경에 노출되어 악성 흑색종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2020년 6월 2일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 인정을 요청하였다. 약 5개월 20일이 지나간 2020년 11월 25일에 이르러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상 질병 판단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2년 10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비대면 화상회의·202210.21.)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39세인 2013년 악성 흑색종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92년 7월부터 □사업장에서 웨이퍼 검사 업무를 수행하였다. 셋째, 악성 흑색종의 주요 직업적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요인은 ‘태양 복사’(solar radiation), ‘자외선 발광 태닝 장치’(ultraviolet-emitting tanning device), ‘폴리염화 바이페닐’(polychlorinated biphenyls) 등이다. 노동자는 약 21년간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외선에 간헐적으로 노출되어 상병의 발생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자가 2013년 1월 24일 악성 흑색종을 진단받은 이후 약 9년 9개월이, 2019년 3월 25일 목숨을 빼앗긴 지 약 3년 7개월이, 2020년 11월 25일 역학조사를 의뢰한 지 약 1년 11개월이 각각 떠나간 2022년 10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0월 8일

*관련 기사: 50세 남성 실리콘 웨이퍼 제조공장 정비 엔지니어 폐암, 직업 관련성 높다 1(한겨레:온, 2023.8.11.)

http://cms.hanion.co.kr/news/userWriterArticleView.html?idxno=29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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