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을 넘기면서 '더 늦기 전에 악기 하나를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기타를 구입할지 망설일 때 주민센터의 강사가 말했습니다. 보통 입문용으로 10만 원 안팎의 것을 많이 구입하는데 이왕이면 조금 좋은 걸로 구입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6개월 쯤 지났을 때 입문용기타는 새것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고 했지요.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아무튼 오래도록 갖고 놀 장난감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괜찮은 기타를 구입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몇 달 배운 뒤로는 그냥 혼자서 연습을 했습니다. 그렇게 기타를 잡은지 수 년이 지났습니다.

 

얼마 전에 도서관에 다녀오다가 주인 잃은 기타를 발견했습니다. 케이스를 열어보니 상태가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막 갖고 다니기엔 괜찮겠는 걸!' 해서 주워 왔지요. 먼지를 닦고, 줄을 갈아서 조율한 다음에 기타를 치는데 소리가 영 이상했습니다. 조율이 잘못됐나 확인을 해도 옛 개그프로그램의 코너 중의 하나인 '불협화음'입니다.

 

그제야 기타강사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아! 이래서 쓸한 기타를 구입하라고 했구나'싶었습니다. 그렇다고 멀쩡한 기타를 내다버리기는 뭣해서 당근마켓에 올렸습니다. 40대의 남자가 기타를 가지러 왔는데 "조카가 학교에서 배운다는데 아이 손이 작아서 맞춤한 걸 찾다가 발견했다"더군요. 어쩌다가 손에 들어온 기타가 새로운 주인을 찾아서 떠나갔습니다.

 

편집 :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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