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투병하다가 2021년 3월 14일 목숨을 빼앗겨 이미 고인이다. 1962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건설현장에서 약 17년간 제관공으로 근무하였으며 2020년 8월에 말초성 T-세포 림프종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림프조혈기계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노동자는 □사업장 소속으로 2019년 10월부터 2020년 7월까지의 근무이력을 포함하여 약 12년간 제철소에서 근무하였다. 플랜트 제관공으로 일용직 업무를 수행하였다. 제관공 업무 중에서 거의 조공으로 근무하였다. 조공은 기공이 시키는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데, 제철소 내 설치된 기계수리와 세척업무 등을 주로 담당한다. 주로 신설공사와 SD(Shut down·일시적인 부분 업무 정지 상태) 공사를 많이 수행하였다. 노동자가 21년 3월 14일 목숨을 빼앗겼기에, 상세업무는 플랜트건설노조를 방문하여 약 5년간 제철소 업무를 함께 담당했던 동료노동자와 플랜트건설노조 측과 면담하여 파악했다. 또 불시에 생기는 공사현장 특성상 현장은 확인 할 수 없어서, 동료노동자와 플랜트 건설노조 측 면담, □사업장 담당자 구두 통화, 제출한 자료 등을 토대로 작업 공정을 파악하였다. 노동자가 수행한 업무는 대부분 기계 설치였다. 냉연, 제강, FINEX(파이넥스)공정, 소결(燒結·sintering), 화성공정(일관제철소의 첫 번째 공정으로 코크스를 생산하는 단계) 등 제철소의 대부분 공정을 돌아다녔으며 공정 내 기계를 철거하거나 신규로 설치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2023년 1월1일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2023.10.06.
2023년 1월1일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2023.10.06.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3~4일 전부터 지속된 부종, 1개월 전부터 지속된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 등으로 2020년 8월 3일 병원에 갔는데, 외래 검사상 ‘C 반응성 단백’(C-reactive protein·감염, 염증이 발생하면 수 시간 내에 간에서 만들어져 혈류로 분비되는 급성기 반응 물질; 서울아산병원)이 증가하고, 저알부민혈증(hypoalbuminemia)이 관찰됐다. 2020년 8월 4일 복부 전산화단층촬영을 하였고, 돌창자(ileum)에 덩이가 관찰되어 림프종이 의심됐으며, 2020년 9월 3일에 대장의 ‘장간막 덩이’(mesenteric mass)를 절개하여 생체 검사한 결과 ‘말초성 T-세포 림프종’(peripheral T cell lymphoma)이 확인됐으며, 조직에서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가 양성으로 확인됐다. 노동자는 투병 중 2021년 3월 14일에 목숨을 빼앗겼다. 2010년~2020년 건강보험요양급여 내역과 의무기록, 2012년과 2020년 일반 건강검진 결과 등을 살펴보았을 때, 노동자는 고혈압 외의 질병력은 없었다. 2016년 특수건강진단에서 소음 C1 판정을 받은 바 있으나 그 외 검사결과는 정상이었다. 또한, 유족은 진술하길, 노동자는 흡연과 음주를 하지 않았고, 2년마다 국가건강검진을 받았으나 특이 사항은 없었고, 노동자의 신청 상병과 관련된 가족력도 없다.

노동자는 플랜트 제관공 업무를 수행하며 제철소 전체 현장에서 나오는 유해가스와 분진에 노출되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생각되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승인을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2월 28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상 질병 인정여부의 결정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그런지 14일 후인 2021년 3월 14일 노동자는 목숨을 빼앗겼다.

2022년 9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심의·2022.9.28.~9.30)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58세가 되던 2020년 8월에 말초성 T-세포 림프종을 진단받았고, 그 이후 약 7개월이 떠나간 2021년 3월 14일에 목숨을 빼앗겼다. 둘째, 노동자는 2002년 9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약 11년 3개월간 제철소 내 플랜트 제관공으로 근무하며, 화성 공정을 포함한 제철소 대부분의 공정을 돌아다녔으며, 공정 내 기계를 철거하거나 신규로 설치하는 업무, 세척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2014년 7월부터 약 5년간은 타지역 건설현장에서 제관과 용접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2019년 10월부터 2020년 7월까지는 제철소 내 협력업체인 □사업장에서 안전시설물 설치 업무를 수행하였다. 요약하건대, 노동자는 약 12년간 제관공 업무를 수행하였다. 셋째, 노동자의 질병인 ‘비호지킨 림프종’(말초성 T-세포 림프종 포함) 발생의 직업적 원인으로 보고된 인자는 벤젠, 산화에틸렌, 트리클로로에틸렌 등이다. 노동자가 현장에서 제관공으로 약 12년간 근무하면서 노출된 정도를 정량화할 수는 없지만 시너, 솔벤트 등 세척제에 의한 벤젠, 공정 자체에서 노출되는 벤젠 등에 지속해서 노출됐다고 판단된다. 또한 건설현장에서 보낸 약 5년 3개월간에도 주변의 페인트작업 등으로 인해 미량의 벤젠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복지공단이 2021년 2월 29일 역학조사를 의뢰한 지 1년 7개월이 떠나간 2022년 9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0월 21일

*관련 기사: 포스코, 5천억 들여 고로 개수중…폐쇄한다더니 수명 연장(한겨레, 2023.10.06.)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111075.html?_ga=2.209915029.1289149637.1697869228-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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