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만난 친구 백구-나를 경계하다
졸지에 만난 친구 백구-나를 경계하다

 

앞뒤분간도 어려운 암흑의 좁은 동네길

산책 중인 내 앞에 갑자기 나타난 백구

험악하게 날 노려보며 무지하게 짖어댄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알 수 없다

내 뒤를 따르며 무서운 큰 소리로 컹컹 짖는다

아마 고이 잠든 마을 사람들을 깨우지 않았을까

미안한 맘에 발소리와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살짝 백구 눈치 본 후 평온히 걸으려 노력했다

이젠 내 앞으로 가서 나를 올려다보고 짖는다

다소 놀라움에 움찔했지만 모르는 척 걸었다

백구는 내 앞뒤로 계속 돌며 노려보고 짖었다

여명도 트기 전이라 적막하고 고요하다

 

이 놈이 유기견인가 노숙견인가 궁금하여

곁눈질로 백구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배가 허리에 붙을 정도로 비쩍 말라 있었다

순간 안쓰러운 맘이 생겨 짠했다

혼자 있음은 장단이 있으나 외로움은 사실

백구도 그렇지 않겠는가 같은 처지를 실감

 

기르는 주인이 없는 개임에는 틀림없다

목줄이 없고 백구가 자유로운 것을 보니

마을 어귀를 벗어나 들길로 접어들었고

한참을 더 갈 때까지 경계를 풀지 않았다

주위가 좀 조용하여 뒤를 살피니 백구가 없다

 

순간 안심은 되었으나 조금 서운키도 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백구는 계속 출현하였다

날이 갈수록 짖는 강도와 경계가 낮아졌고

나 또한 백구출현을 기다렸는데

나타나지 않는 날도 있었으니 궁금했다

누구를 만나러 갔나 먹이를 구하러 갔나

집에 가서도 백구생각이 문득문득 났다

 

특히 메마른 체구가 눈에 선하였지만

어떻게 해 줄 수 있을까를 생각지 못했다

우둔하고 눈치 없는 자신을 알아챘고

다음날 과자를 준비해 만나면 주려했다

하지만 며칠 동안 나타나지 않았으니 안타까움이

 

오늘은 그 생각을 접고 과자를 뺀 채 산책나갔다

그런데 백구가 나타나지 않았는가 이를 어찌하나

작은 소리로 짖으며 그동안 친해진 살가움을 보인다

내 뒤를 따르면 발뒤꿈치를 살짝살짝 치는 게 아닌가

백구도 반가워서 하는 몸짓이겠지 돌아보고 히쭉 웃었다

 

그런데 얼마 따라오지 않고 돌라가 버리지 않는가

평상과 같이 상당한 거리를 동행하겠지 했는데

그리 바람은 내 맘이고 떠나감은 백구 맘이지

좋은 친구를 잃은 것처럼 가슴이 횅하고 섭섭했다

백구야 내일은 꼭 나와라 과자도 주고 잘해 줄게

백구를 만난 날 여명
백구를 만난 날 여명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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