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바라보는 오늘의 세상 2.

오늘의 세상을 <한겨레>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당연히 한겨레 신문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신문에는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등 여러 방면의 기사들로 가득차 있다. 왠만한 궁금증은 해소될 수 있다. 조중동처럼 억지스런 왜곡 기사도 보이지 않는다. 역사를 진보적으로 접근하려는 자세는 여전히 고수하는 한겨레의 지향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한겨레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렌즈가 너무 근시안적이거나 한겨레 창간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불투명하고 애매모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 코너를 시작한 배경이다.

오늘 한겨레 국제 면에는 이스라엘 전시 내각 불협화음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네탄야후 총리는 지난 28일 소셜 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때 (정보 기관으로부터)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다" 며 정보기관을 책망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총리가 1400명의 국민이 숨진 사태의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가 지난 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네탄야후 내각을 신뢰한다고'고 응답한 이들은 응답자의 20%로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는 재주를 지닌 지도자가 국내에도 있다. 이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이제 없다. 집권한 지 1년을 훌쩍 넘긴 시기에도 툭하면 전 정부를 탓하는 대통령에게 국민은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한다거나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지 않는다.  윤석열에게서 네탄야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는 것이다.

하마스의 도발 이전에 네탄야후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네탄야후는 사법부를 장악하려고 시도했으며 이는 국내적으로 엄청난 저항에 직면했다. 국내의 정치적 대립이 심화되고 정치적 통제에 주력하던 네탄아후에게 정보기관은 하마스에 대한 정보를 올리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에 주력하면서 하마스와의 공생을 추진하는 분위기 때문에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방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제2야당인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이 전시 내각을 결성하는 데 합의하고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출처 : 한겨레 2023.11.2)
지난 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제2야당인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이 전시 내각을 결성하는 데 합의하고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출처 : 한겨레 2023.11.2)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분석은 정확하고 예리했다. (10월 29일자 한겨레 칼럼에서)

"정보 실패는 분열에서 시작한다.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가 만든 분열이 하마스가 준동할 수 있는 틈을 제공했다. 국민의 분열은 언제나 정부 안에서도 나타난다. 정보기관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모사드, 군 정보기관, 그리고 국내보안부서(Shin Bet) 사이에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보의 속성 때문에 대체로 정보기관은 경쟁하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려 하는데, 극우 정치의 불통과 일방주의로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피엔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의 지적대로 이스라엘은 “수십년간 수백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점령 상태에” 두고 정체성 말살 정책을 펴고 있다. 부패 혐의로 실각했다가 지난해 11월 총선을 통해 총리로 복귀한 네타냐후는 유대교 근본주의 정당인 ‘종교적 시오니스트당’이라는 “메시아적 광신자들”과 연정을 구성했다. 네탄야후의 극우 정치는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검찰총장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은 국내 정치와 무척 닮지 않았는가.

네탄야후의 극우 정치에 대한 김연철의 비판은 네탄야후를 넘어 윤석열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극우는 국내적으로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혐오를 부추기고, 통합의 정치가 아니라 분열의 정치를 조장한다. 민주주의는 갈등을 인정하고 제도 안에서 소통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만, 극우는 극단적인 적대 의식으로 의견이 다른 상대를 절멸의 대상으로 본다. 외교적으로는 이익이 아니라 이념을 추구하고, 평화가 아니라 폭력을 추구한다."

국가 지도자의 관심이 어디에 쏠려 있는가는 그만큼 중요하다.  마약 수사와 용산 시위대 통제에만 신경을 쓰다가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별 것 아닌 일인냥 일상화하는 윤석열 정부는, 상황이나 경우는 많이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네탄야후와 많이 닮아 있다.  윤석열의 캐릭터는 처음에는 트럼프에 비교되기도 하고 이후 시진핑의 절대권력에 대한 집념에 빗대기도 했다. (한겨레 칼럼 참조) 

하지만 이제 보니 윤석열은 네탄야후와  닮아 있다. 지도자가 국민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정권의 안위와 권력 장악에만 몰두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현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잘 보여 주고 있다.  이재성 논설위원은  오피니온 칼럼 '유레카'(10월31일자) 에서 푸틴과 네탄야후를 향해  '나쁜 놈들 전성시대'라는 표현을 썼다.  나쁜 놈들 전성 시대는 언제쯤 되어야 막을 내릴까.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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