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을 <한겨레>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당연히 한겨레 신문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신문에는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등 여러 방면의 기사들로 가득차 있다. 왠만한 궁금증은 해소될 수 있다. 조중동처럼 억지스런 왜곡 기사도 보이지 않는다. 역사를 진보적으로 접근하려는 자세는 여전히 고수하는 한겨레의 지향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한겨레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렌즈가 너무 근시안적이거나 한겨레 창간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불투명하고 애매모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 코너를 시작한 배경이다.

 

세상이 전쟁 같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오늘 한겨레는 지구촌에서 전쟁이 일상화된 지역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물론 일찍이 전쟁이 일상화되어 더 이상 새로운 소식도 아닌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도 있다.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전쟁도 중요하지만 한겨레는 독자들에게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기사를 1면 톱으로 실었다. 바로 대법이 세월호 참사  해경 지휘부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기사이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상임활동가는 "재난 참사 앞에 불능에 빠진 정부, 그 자체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정부의 책임은 점점 가벼워질 것"이라며 법원의 판결을 규탄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세월호 참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로 2면에서 한겨레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무죄 판결이 '이태원 참사'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간파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구성한 '세월호참사 국민고소고발대리인단' 단장인 이정일 변호사는"이태원 참사 등에도 이 판결이 일종의 준거로 작동해 지휘부가 처벌을 피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면에서는 윤대통령이 카카오 택시를 비판한 기사가 눈에 띈다.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세조종과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수사와 감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의 서치원 변호사는 "특정 기업 때리기 식으로 넘어가는 건 지금까지 곪아 있는 플래폼 독과점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없게 한다"고 꼬집었다. 윤정부에게 잘못 보인 대기업 몇 개가 있다.  SPC와 카카오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들 기업에 대해 보도된 사실 외에 어떤 다른 흑막은 없는지 한겨레에서 좀 더 취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오피니온에서는  이창곤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의 '윤 정부와 여당의 기괴한 연금정치 3종 세트(맹탕, 막던지기, 물타기)'라는 글이 돋보인다. 연금 개혁에 대한 정부의 행태를 꼬집는 글이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기괴함'이라는 단어이다.  이창곤 논설위원은 연금개혁을 둘러싼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보여준 행태를 한 마디로 압축하여  '기괴함'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 기괴함이 어디 연금개혁에서뿐이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벌어진 여러 사건과 사고를 보면 한 마디로 기괴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을 때 시민들은 질식해가는 참사의 희생자 보도를 접하며 '기괴하고도 괴이한 일'이라고 여기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 기괴하고 괴이한 일은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돌출된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압박이 그것이고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된 정책 발표가 그러했다. 거기에 일본 핵오염수방출 건은 어떠하며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은 어떠한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한겨레가 윤석열 정부의 이런 일련의 '기괴함'을 집중 취재해주기를 바란다.  그 기괴함에는 배경이 있을 것이고 일련의 기괴함에서 어떤 특징과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11월 3일 금요일이다. 이제는 '전쟁'이다. 오늘의 전쟁 기사는 이스라엘이 자발리야 난민촌을 연일 맹폭하여 1천여명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기사이다. 이스라엘은 난민촌 공격으로 하마스 지도자 2명을 사살했다면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하마스는 보복을 다짐했다. 뒤이어 중동 전쟁을 틈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118개 도시를 한 날에 맹폭한 기사가 실렸다. 

예멘의 후티 반군 전사들이 30일 예멘 수도 사나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사나/후티미디어센터 로이터 연합뉴스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급속히 주변 확산될 수도-  (출처 , 한겨레 2023.11.3)
예멘의 후티 반군 전사들이 30일 예멘 수도 사나 인근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사나/후티미디어센터 로이터 연합뉴스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급속히 주변 확산될 수도-  (출처 , 한겨레 2023.11.3)

하지만 한겨레 창간주주이거나 오래된 한겨레독자들이라면, 한겨레신문을 볼 때 기사만 보고 신문을 접는 것은 기사를 보지 않은 것만도 못하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신문 후반부에 오피니온에 실린 글을 읽지 않고 한겨레를 논할 수 없다. 오피니온에는 전쟁과 관련하여 두 개의 글이 실렸다. 우선 코즈모폴리턴에 실린 신기섭 국제뉴스팀 선임기자의 '전쟁 보도로 전쟁 치르는 언론들'이라는 글을 보자. 하마스는 테러리스트인가. 서양 언론들은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라고 표현하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대립이 워낙 뿌리 깊고 미국과 영국 등  서양 여러 나라에는 이 대립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언론이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애써도 독자들에게는 치우쳐보이기 십상이다. 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다양한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신기섭 기자는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만큼은 보호해줘야 한다. 이 노력은 결국 독자들의 알 권리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서양 언론들도 정치계의 압박과 기사 논조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한겨레 오피니온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전쟁과 관련한 한겨레 오피니온에서 또 하나 눈여겨 봐야 할 글은  '전쟁은 전염병처럼 퍼진다'는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의 글이다. 이스라엘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하마스의 정치 군사적 지도력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진단한 김종대 교수는 전쟁 그 자체를 경고하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세계를 배회하는 전쟁의 신은 적개심으로 지혜가 녹슬어버린 인간 본성의 나약함을 파고들 것이다. 남북 9.19 군사합의를 무력화하고 굳이 이스라엘을 닮아가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눈이 멀지 않기를 바란다."

전쟁같은 세상에서 전쟁 뉴스를 보며 일상을 산다는 건 심히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루 속히 전쟁이 사라지고 전쟁같은 세상도 평화로운 세상으로 회복되기를 기원하며, 아울러 여지껏 그래왔듯이 한겨레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건전한 시민들의 삶의 균형을 바로 잡아주는 정론직필의 신문으로 더욱 매진할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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