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빈대가 극성인가보다.  오늘 토요판 한겨레 10면 하단에  "사흘 전에 물렸는데...", '방제업체도 못 찾는 빈대' 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으면서, 어릴적 경험한 '빈대'의 추억이 떠올랐다.

~ 국민(=초등)학교 저학년 때로 기억한다.  (지금처럼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직전, 일요일 어느 날일 것이다.)  그날 아침 먹고 좀 지나서, 모자 쓰고 흰색 수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어떤 아저씨가 물뿌리개 통을  등에 지고 나타났다.  그리고는 대충 정리된 (북아현동 산()7번지에 위치한) 전셋집 단칸방과 조그만 다락 곳곳에 흰색 안개같은 약물을 뿌리고 다녔다. (~지금생각하니, 그 당시 유행했던 '디디티'였을 것이다.)  이상한 역한 냄새에  미간을 찌푸리며 형들과 동생과 함께 얼른 도망쳐 나왔다.  큰누나가 "굴레방다리 시장(市場) 아부지 (노점)가게에 가 있으라"고 해서 한나절 보내고, 저녁 어스름에 귀가했다.

그런데, 방청소 하는 큰 누나 빗자루에  쓸려온 죽은 빈대들이 새카맣케 꽤 많이 보였다.  그렇다. 저놈들이 밤이면 어디에선가 슬그머니 나타나 우리 가족을 (피빨아먹고 다니며) 괴롭히던  그놈들이었다.  한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린이 새끼손톱보다 조금 작은 크기에 납작한 수통처럼 생긴 몸통을 지닌 짙은 적갈색 흡혈충이었다. 

(2023.11.9) 한겨레 신문 기사에서 발췌한 '빈대' 사진
(2023.11.9) 한겨레 신문 기사에서 발췌한 '빈대' 사진

그당시 기생하던 흡혈충 3총사(빈대, 벼룩, 이)중에 제일 크고 물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는 흉악한 놈들을 퇴치한 그날, 달동네에 사는 우리 가족 9명은 (흥부네 가족처럼 큰 이불 하나 덮고) 오랜만에 두다리 쭉뻗고 단잠에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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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객원편집위원

허익배 객원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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