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눈썹울새(어청도 필자촬영)
   흰눈썹울새(어청도 필자촬영)

 

지팡이의 슬픔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지팡이 한 자루
무거운 시간에 기대어
몇 달이 지나도록
병원 향한 주인을 기다린다

 

거칠어진 손길
놓쳐버린 지팡이
봄비로 마음을 담그고
검은 밤을 버티다 잠이 든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빈 그릇을 확인한 들고양이
스스로 발소리에 놀라
두꺼운 입술이 되어 하루가 간다

 

  수확 기다리는 열매(은천골)
  수확 기다리는 열매(은천골)

어느 날
나무 지팡이는 사라지고
집안에 들어온 새로운 지팡이가
힘을 과시한 채 주인집 문 앞을 지킨다

 

수의 찾아온 멧비둘기
문밖에 기다리던 지팡이가 일어난다
수의 찾은 비둘기 여행길
지팡이를 무시하고 오던 길 재촉한다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백번을 거듭해도
돌아올 일 없는 주인을 알고 있는지
지팡이는 미이라가 되어 화석처럼 굳어진다

 

흰옷 갈아입은 주인
본향으로 향한 이별 노래
새로운 지팡이가 힘을 얻는 시간
기다리던 지팡이는 풀려버린 태엽이 된다.

 

  기다리는 지팡이(은천골 빈집)
  기다리는 지팡이(은천골 빈집)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박명수 주주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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