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의 슬픔
박명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지팡이 한 자루
무거운 시간에 기대어
몇 달이 지나도록
병원 향한 주인을 기다린다
거칠어진 손길
놓쳐버린 지팡이
봄비로 마음을 담그고
검은 밤을 버티다 잠이 든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빈 그릇을 확인한 들고양이
스스로 발소리에 놀라
두꺼운 입술이 되어 하루가 간다
어느 날
나무 지팡이는 사라지고
집안에 들어온 새로운 지팡이가
힘을 과시한 채 주인집 문 앞을 지킨다
수의 찾아온 멧비둘기
문밖에 기다리던 지팡이가 일어난다
수의 찾은 비둘기 여행길
지팡이를 무시하고 오던 길 재촉한다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백번을 거듭해도
돌아올 일 없는 주인을 알고 있는지
지팡이는 미이라가 되어 화석처럼 굳어진다
흰옷 갈아입은 주인
본향으로 향한 이별 노래
새로운 지팡이가 힘을 얻는 시간
기다리던 지팡이는 풀려버린 태엽이 된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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