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0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27세부터 약 11년 3개월간 스타트 전구를 생산하는 업무를 수행하였고, 61세인 2021년 4월 파킨슨병(Parkinon’s Disease)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신경계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노동자는 △사업장에서 1979년 10월부터 1981년 7월까지 각종 기계설비 제작·보수와 용접 작업 노동자로 근무하면서 산소용접, 아크용접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용접 업무로 인해 용접 흄, 망간 등에 노출됐으며 매일 각과를 돌아다니며 생산 기계 설비의 제작과 보수 업무로 인해 방사과, 원액과, 후 처리과에서 작업할 때 배출된 이황화탄소에 노출되었다. □사업장에서는 1987년 5월부터 1998년 7월까지 약 11년 3개월간 공장장으로 ‘글로우 스타터’(glow starter·스타트 전구)를 생산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컷팅(cutting·절단)·가공 공정에서 LPG를 이용하여 열처리 작업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그을음과 같은 불완전 연소에 따른 일산화탄소에 노출되었다. 또한, 매일 수시로 알루미늄 파우더와 아밀 아세테이트를 섞어서 맨손으로 은분을 제작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2주에 1회 30~40분가량 수은 게이지 안의 수은을 정제하는 작업(수은과 설탕을 끓여 불순물은 설탕에 붙도록 하여 고순도의 수은을 만드는 작업)을 하였고 진공 공정에서 배기대를 이용하여 아르곤 세척과 진공 처리 후 배기관에 수은을 주입하는 과정을 진행하였다. 집진시설은 갖추어졌으나 마스크와 같은 보호구 등은 전혀 착용하지 않았다. 노동자의 진술상, 스타트 전구 하루 생산량은 약 10만 개 정도로 추정된다. 노동자는 □사업장에서 이직한 이후 발병 때까지 운수업에 종사하였다.

파킨슨병에 걸린 33년차 소방관 김범진 세종 조치원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이 현장 근무 때 가장 많이 이용한 중형펌프차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화재진압복을 입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 2023.9.27.
파킨슨병에 걸린 33년차 소방관 김범진 세종 조치원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이 현장 근무 때 가장 많이 이용한 중형펌프차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화재진압복을 입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 2023.9.27.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16년경부터 시작된 관절 통증과 중심 잡기가 힘들고 넘어지는 증상 등의 원인을 밝히려고 대학병원에서 다수의 검사를 시행하였다. 2017년경부터 우측 무릎통증으로 걷기가 어렵고, 뻣뻣하게 걷는 증상을 점차 호소하다가 2020년 4월경 지속적인 우측 무릎통증으로 걷기 불편한 증상과 어깨·팔꿈치 저림 증상이 동시에 나타남에 따라 시행한 MRI에서 목뼈와 허리뼈 디스크 소견으로 관절 내시경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어깨·팔꿈치 저림 증상은 호전됐으나 걸을 때 뻣뻣하게 걷는 증상, 중심 잡기가 어려워 서 있을 때 몸이 뒤로 밀리면서 넘어지고 뒤로 걷지 못하는 증상 등이 지속되어 2021년 4월경 대학병원 신경과에서 진료받은 후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았다. 현재까지 치료하면서 경과를 관찰하는 중이다. 노동자의 건강검진기록을 살펴보면, 고혈압, 고지혈증은 과거력이 있고 약물 복용 중이며 혈압은 잘 조절되나 고지혈증의 경우 2020년 검진에서는 혈액검사 상 정상 소견을 보였으나 2021년 시행한 검진에서는 총콜레스테롤(total cholesterol), LDL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은 모두 높은 수치를 보였다. 가족력을 보면, 동생의 신장암 외엔 특이소견은 없다.

노동자는 상기 질환이 과거에 업무를 수행하던 중 취급한 각종 유해금속, 유기용제, 용접 흄 등에 노출되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며, 2021년 7월 21일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 인정을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9월 24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 관련성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소방관들이 화재진압 때 사용하는 호흡장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 2023.9.27.
소방관들이 화재진압 때 사용하는 호흡장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 2023.9.27.

2022년 9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심의·2022.9.28.~9.30)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2021년 2월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79년부터 약 1년 8개월간 △사업장에서 시설관리와 기계수리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1987년부터 약 13년간 □사업장에서 글로우 스타터를 생산하는 업무를 하였다. 이후 발병 때까지 운수업에 종사하였다. 셋째, 신청인이 주장한 다양한 직업성 유해인자 중에서 파킨슨병과 연관성이 높고 상당히 노출됐다고 추정되는 인자는 이황화탄소(Carbon Disulfide)와 알루미늄이다. 이황화탄소의 노출은 파킨슨병과의 연관성이 높으며, 개인누적 노출 추정치 또한 3.61~6.33 ppm*year로 높은 편이다. 알루미늄 노출 또한 파킨슨병과의 연관성이 높다고 여겨지며, 작업형태(수작업으로 알루미늄 파우더 배합 등)를 감안하면, 노출수준이 높다고 추정된다. 또한 알루미늄에 대한 노출이 중단된 이후, 파킨슨병 발병까지의 발현 기간이 기존에 보고된 의학적 질병 기전과 일치한다. □사업장 퇴직 이후에는 뚜렷한 파킨슨병 유해인자에 대한 노출은 확인되지 않는다.

노동자는 2021년 4월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이후 약 1년 6개월이, 근로복지공단이 2021년 9월 역학조사를 의뢰한 지 약 1년이 떠나간 2022년 9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상당히 이른 시일 내에 직업병으로 인정된 사례다.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1월 17일

*관련 기사: “재난 앞 죽음 감수, 소방관에 희생 강요는 말았으면…”(한겨레, 2023.9.27.)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10268.html?_ga=2.153071996.411825154.1700120758-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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