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7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사업장에서 1996년 3월부터 □사업장에서 약 24년간 자동차 도장교사로 근무하다가 만 52세가 되던 2020년 5월에 ‘쇼그렌 증후군’(Sjögren's syndrome)과 쇼그렌 증후군 관련 간질성 폐렴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쇼그렌 증후군은 눈물샘과 침샘, 피부의 피지샘, 소화샘, 기관지샘, 질샘 등 외분비샘에 만성염증이 일어나 분비물이 줄어드는 병이다(한겨레,2013.10.14.). 만성 자가면역성 전신 질환이다(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헨리크 사무엘 콘라드 쇼그렌(Henrik Samuel Conrad Sjögren·1899-1986)은 쇼그렌 증후군(Sjögren Syndrome)을 기술한 스웨덴 안과의사였다(위키백과).

겨울이 눈에 보내는 신호…눈 시리고 콕콕 쑤신다면 [ESC]. 한겨레, 2023.11.11.
겨울이 눈에 보내는 신호…눈 시리고 콕콕 쑤신다면 [ESC]. 한겨레, 2023.11.11.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노동자는 정해진 주간교육 일정표에 따라 직업훈련생을 대상으로 자동차 보수 도장기능사 양성과정, 자동차 도장 양성과정 등의 교육훈련 과정에서 전문교사로 근무하였다. 이외에도 노동자는 부수적으로 교사 결원이 발생한 경우에 자동차 정비 양성과정과 같은 다른 과정의 교사로도 근무하였다. 노동자의 증언과 사업장에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노동자는 1996년부터 2016년까지 1개 반의 주당 32~40시간의 수업을 거의 혼자 진행하였다. 2017년부터는 학생 수가 줄어서 주당 1~2일간 약 16시간 정도의 수업을 진행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거리두기 이후로는 현재까지 노동자가 수행했던 교육과정은 없다. 각 교육과정은 사전에 6개월 단위로 수립된 교육계획에 따라 진행되었다. 노동자는 매년 4.5~5개월 과정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 1회씩 진행하였으며,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1, 2월과 7, 8월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달간 일주일에 하루 정도 수업을 진행하였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20년 5월 2일에 숨쉬기 힘든 증상이 나타나서 A대학병원을 방문하였고, 항Ro(Anti-Ro) 항체 양성, 류마티스인자 양성, 형광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양성, 타액선 스캔 양성, ‘Schirmer tear test’(셔머씨 눈물량 검사) 양성, 폐컴퓨터 단층촬영상 간질성 폐질환 양상이 확인되어, 쇼그렌 증후군과 쇼그렌 증후군 관련 간질성 폐렴을 진단받았다.

참을 수 없는 건조함, 설마 나도 쇼그렌 증후군?  한겨레, 2023.110.14.
참을 수 없는 건조함, 설마 나도 쇼그렌 증후군? 한겨레, 2023.110.14.

B대학병원의 의료진으로부터 폐 이식을 권유받아 2021년 6월부터 대학병원에서 진료받고 있으며, 현재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안구 건조와 관련된 약물을 사용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에서 2013년 10월 18일부터 건성안증후군으로 진료받은 내역이 확인되었다. 2017년~2020년 일반 건강검진 결과 중 2018년 일반건강검진에서 간질성 폐질환을 의심하는 결과가 확인되었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3남 1녀 중 막내로 쇼그렌 증후군과 관련된 가족력은 없다. 노동자의 건강검진 결과와 진술에 따르면, 1991년에 금연하였고, 1~2회/주, 1병/회 음주를 하였다. 특수건강진단은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노동자가 제출한 의무기록에서 EBV 검사 결과는 확인할 수 없었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EBV(Epstein-barr virus·구인두(口咽頭)의 상피세포에서 증식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다.

노동자는 업무 중 페인트와 시너의 유기용제에 장기간 노출되어 상기 질병이 발병하였다고 생각하여 2021년 6월 8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10월 12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 관련성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2년 9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비대면 화상회의·2022.9.16)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52세가 되던 2020년 5월에 쇼그렌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91년 9월에 자동차공장에 입사하여 약 2년 1개월간 자동차 도장업무에 종사한 후, 1993년 10월부터 다른 자동차공장에서 약 2년 5개월간 자동차 조립업무를 수행하였다. 이후 1996년 3월부터 □사업장에서 상병발생 시까지 약 24년간 자동차 도장교사로 근무하였다. 셋째, 노동자 상병과의 연관성이 보고된 직업적 유해요인은 유기용제에 대한 노출이다. 노동자는 자동차 도장교사로 근무를 시작한 1996년 3월부터 약 24년간 환기장치가 부적절한 협소한 공간에서 도료와 시너를 구성하는 유기용제에 노출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과거에 사용한 시너와 페인트에 불순물로 벤젠이 함유되었을 경우 노동자는 벤젠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자는 2020년 5월 쇼그렌 증후군을 진단받은 이후 약 2년 5개월이, 근로복지공단이 2021년 10월 역학조사를 의뢰한 지 약 1년이 떠나간 2022년 9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상당히 이른 시일 내에 직업병으로 인정된 사례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1월 18일

*관련 기사: 참을 수 없는 건조함, 설마 나도 쇼그렌 증후군?(한겨레, 2013.10.14.)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606934.html?_ga=2.60283368.411825154.1700120758-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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