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Lou Gehrig disease)으로 많이 알려진 근위축측삭경화증(筋萎縮性側索硬化症·Amyotrophic lateral sclerosis·ALS)은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희귀 질환이다(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대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원이 선택적으로 파괴되기에 ‘운동신경원 질환’이다. 사지의 근력 약화와 근 위축, 사지 마비, 언어 장애, 호흡 기능의 저하 등으로 인해 수년 내에 목숨을 빼앗아 가는 만성 퇴행성 신경 질환이다.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3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23세에 입사한 □사업장에서 약 23년 동안 중형·대형 엔진 가공 업무를, 그 후 약 10년간 완성차량의 검사업무를 각각 수행하였다. 노동자는 56세인 2019년 10월에 종합병원에서 행한 근전도검사(electromyography·EMG)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됐다. 2019년 10월 17일에 대학병원을 방문하여 산발형 근위축측삭경화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58세인 2021년 6월 18일에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신경계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노동자는 □사업장에 1986년 10월 입사하여 2009년 9월까지 약 23년 동안 중형·대형 엔진 가공 업무를 수행하였다. 2009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약 10년간 완성차량의 검사업무를 수행하였다.

노동자가 업무시간에 관해 기술하길, 입사 초기에는 주 6일 근무로 1일 12시간씩(정규 8시간, 잔업 4시간) 노동했고, 월 1~2회 정도 일요일에 8시간씩 현장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특근을 하였다. 개선특근 때에는 전기용접, 산소절단, 페인트 작업 등을 주로 수행하였다. 주중에는 월 1~2회 밤샘하며 철야 작업하였다. 입사 5년 차인 1990년부터는 주 6일 근무에 1일 12시간씩(정규 8시간, 잔업 4시간) 주야 교대근무를 하였다. 가끔 주간만 근무할 때는 생산 잔업이 월 170시간이 넘기도 하였다. 입사 24년 차인 2009년 9월부터는 주 5일 근무, 1일 10시간씩 주야 교대근무와 월 2~3회 특근을 하였고, 입사 28년 차인 2013년부터 주 5일 근무, 1일 8시간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를 하며, 월 2~3회 특근을 하였다.

8월 이달의 5·18민주유공자로 선정된 고 김태홍 한겨레 이사.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 5·18민주유공자 김태홍은 1995년 광주 북구청장, 16·17대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을 지냈으며 2009년 고문 후유증으로 추정되는 루게릭병을 얻어 병마와 싸우다 2011년 세상을 떠났다. 한겨레, 2023.7.31.
8월 이달의 5·18민주유공자로 선정된 고 김태홍 한겨레 이사.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 5·18민주유공자 김태홍은 1995년 광주 북구청장, 16·17대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을 지냈으며 2009년 고문 후유증으로 추정되는 루게릭병을 얻어 병마와 싸우다 2011년 세상을 떠났다. 한겨레, 2023.7.31.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입사 34년 차인 2019년 2월에 우측 다리의 힘이 약해지는 증상이 생겼고, 2019년 8월에는 우측 팔의 힘이 약해지는 증상이 동반됐고, 2019년 8월에는 양측 팔, 다리에 근섬유다발수축(fasciculation) 증상도 나타났고, 일하다가 턱에 걸려 넘어져 우측 중간둔부근육(right gluteus medius muscle)을 치료받기도 하였다. 노동자는 56세인 2019년 10월에 종합병원에서 받은 근전도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어 2019년 10월 17일에 대학병원을 방문하여 산발형 근위축측삭경화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58세인 2021년 6월 18일에 합병증으로 사망하였다.

대학병원의 의무기록에 따르면, 노동자는 20년 전 금연하였고, 금연 전에는 2.5갑년의 흡연력을 보였다. 술은 한 달에 1번 정도 마셨고, 마실 때는 맥주 1~2잔 정도 하였으나, 2018년부터 금주하였다. 그 외에 질병력은 없었다. 노동자의 진술에 따르면, 1991년에 개선작업을 하다가 기계에 손가락이 들어가는 사고로 인해 왼손 4번째 손가락 첫 번째 마디가 잘린 상태였다. 유족의 진술 상, 노동자가 주장한 상병과 관련된 가족력은 없었다.

호닝은 제어된 경로를 따라 연마 숫돌이나 숫돌을 연마제에 문질러 금속 공작물에 정밀한 표면을 생성하는 연마 가공 공정이다(위키백과). 노동자는 엔진 가공부서에 근무할 당시 가공작업 시 사용하는 호닝유(Honing oil), 절삭유, 세척유, 연삭유 등과 같은 각종 기름으로 인한 오일미스트(Oil mist)에 대한 노출, 산소절단과 전기용접 때 발생하는 유해가스 등에 대한 노출, 검차반에서 근무할 때는 차량으로부터 배출되는 매연 등으로 인해 해당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업무상질병 인정을 근로복지공단에 요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자가 2021년 6월 18일 목숨을 빼앗기기 5개월 전인 2021년 1월 4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정토마을자재병원장 능행 스님이 약사여래상 앞에 앉았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한겨레, 2023.7.4.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정토마을자재병원장 능행 스님이 약사여래상 앞에 앉았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한겨레, 2023.7.4.

2022년 8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비대면 화상회의·2022.8.12)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56세가 되던 2019년 10월에 산발형 근위축측삭경화증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사업장에 1986년 10월 입사하여 2009년 9월까지 약 23년 동안 중형·대형 엔진 가공업무를 수행하였고, 2009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약 10년간 완성차량의 검사업무를 수행하였다. 셋째, 노동자의 질병인 근위축측삭경화증의 직업환경 요인으로 보고된 요인은 ①중금속, 유기용제, 디젤 배기가스 등 여러 유해인자에 노출될 수 있는 직업, ②중금속, ③유기용제, ④디젤배기가스 등이다. 노동자는 엔진가공 부서에서 약 23년간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당한 양의 중금속(납 포함)과 유기용제에 노출됐고, 엔진가공부서와 완성차량의 검사업무에 약 33년간 일하면서 상당한 양의 디젤 배기가스에 노출됐다고 추정된다. 또한, 추정되길, 장시간 노동하면서 여러 유해물질에 장시간 노출됐고, 엔진가공부서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국소배기장치나 보호구 착용 등이 미흡하여 유해물질에 많이 노출됐다.

노동자는 2019년 10월 17일 산발형 근위축측삭경화증을 진단받은 이후 약 2년 10개월이, 2021년 6월 18일에 합병증으로 사망한 지 약 1년 2개월이, 근로복지공단이 2021년 1월 역학조사를 의뢰한 지 약 1년 7개월이 각각 떠나간 2022년 8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요컨대, 노동자는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 결과를 보지 못하였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1월 22일

*관련 기사: 52세 남성 자동차부품 샘플 제작 작업자 산발형 루게릭병, 직업 관련성 높다(한겨레:온, 2023.8.8.)

https://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269

병든 몸 벗고 빛나는 몸 받으소서(한겨레, 2023.7.4.)

https://www.hani.co.kr/arti/well/people/1098736.html?_ga=2.100893315.368146711.1700642958-1404263838.1647078447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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