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1(), 처음으로 에버랜드에 다녀왔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이 몰고 온 슬픔과 애잔함이 가시지 않는 게 첫 번째, 과천에 살았었기에 서울랜드는 숱하게 다녔어도 에버랜드엔 가본 적이 없다는 아이 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새파란 하늘에 선선한 날씨가 나들이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이들, 교복을 입은 학생들, 그리고 어르신들까지 연령대가 다양했습니다. 비눗방울을 날리면서 아이들을 유혹하는 장사꾼, 같은 머리끈을 하고 사진촬영을 하는 커플들, 그리고 신나는 음악들이 놀이공원임을 상기시켰습니다.

아이가 이끄는 대로 판다를 보고, ‘로스트밸리를 거쳐서 놀이기구를 탔습니다. 평일 낮임에도 1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는데 조잘조잘하는 아이덕분에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더블 락스핀’, ‘렛츠 트위스트’, ‘롤링 엑스 트레인’, ‘콜럼버스 대탐험을 거쳐서 허리케인앞에 섰을 때 기분이 언짢아졌습니다.

안전바를 딸깍 소리가 나도록 내려주세요. 딸깍 소리가 나지 않으면 안전바가 잠기지 않은 겁니다. 아직도 안전바가 잠기지 않았습니다. 다시 확인해주세요. 안전바를 다시 올리겠습니다. 두 손을 들어주세요.”라는 방송이 계속 흘러나오고, 다른 진행요원은 일일이 안전바를 확인하러 다녔습니다.

사람을 차별하고, 인권이 사라진 놀이기구
사람을 차별하고, 인권이 사라진 놀이기구

좌석에 앉아있던 한 여자가 일어서더니 놀이기구에서 내렸습니다. 모든 사람의 눈길이 그분에게 쏠렸습니다. 체형이 남다르기는 했지만 설마했습니다. 곧 놀이기구가 움직였고, 기다렸다는 듯이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차례가 되었습니다. 방금 전과 같은 방송이 여러 번 나왔고, 옆자리의 여자가 놀이기구 밖으로 나갔습니다. 설마가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살찐 게 건강에 좋을 리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놀이기구에서 쫓아내는 건 부당한 일입니다. 장애인주차공간처럼 체형이 크거나 살찐 사람들도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도록 안전바의 크기를 다양화하면 될 테니까요. 그게 불가능하다면 여러 번 방송할 게 아니라 조용히 부탁을 하거나 놀이기구 탑승 전에 키를 재는 것처럼 몸무게나 체형을 체크해서 망신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저녁을 먹고, 장미원을 산책 하고, ‘문라이트 퍼레이드를 보는 내내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편집 :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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