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행동’과 시민단체가 ‘추진위’를 구성하자

2016년에 이어 또 다시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촛불은 2016년만큼 뜨겁지 못하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016년 촛불집회의 열망을 담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감이 다소 작용한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공감한다. 그러나 더 깊게 생각해보면, 촛불시민이 순진하게 너무도 순진하게 권력을 노회한 정치꾼들에게 맡겨버린 어리석음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유사한 일은 여러 번 반복되었다. 419혁명에서도 국민들은 피흘려 이승만정권을 퇴진시키고, 민주당 장면 정권을 탄생시켰지만, 그들은 군사독재정부에게 정권을 빼앗겼다. 심지어 장면 수상은 박정희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자 수녀원에 숨어들어가 국민들이 흘린 피를 헛되게 하였다. 전두환 정권에 맞선 6월 항쟁에서도 민주진영 정치인들은 권력다툼을 하다가 결국 노태우 정권에까지 군사정권을 연장시켜주었다. 2016년 추운 겨울 촛불을 들어 만들어준 문재인과 180석의 민주당 정권도 자신들의 권력놀이로 허송세월하다 괴상한 독재정권을 만들어 놓아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말았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오히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 자신들에게 권력을 더 많이 주라고 야단을 떨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아무리 입으로 멋있는 말을 내뱉어도 그것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를 보면 미래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고 외쳤지만 국민의 삶은 평등해지지도, 공정해지지도, 정의로워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폭군 정권만 만들어 놓았다. 나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성과로 자기 잔치만 하는 정치인들을 보며 시민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는 것은 대의정치가 국민의 의사를 담아낼 수 없는 제도라는 것을 잘 확인시켜주고 있다. 투표를 통해 심판한다고 하지만, 선거 자체가 이미 특권층들의 놀이판이 되어버렸다. 루소가 남긴 국민은 투표하는 날만 주인이고 투표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는 말을 누가 반박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대의정치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필요로 할 때이다. 직접민주주의의 적용을 하나씩하나씩 시도해야 한다. 국민의 의사가 실현될 수 있는 정치를 시도해야 한다.

<시민의회>는 그 좋은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뜻을 모아 숙의하고 심의하여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국회의원들에 의한, 국회의원들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공동선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더 숙의해야겠지만,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국민들 중에서 제비뽑기로 선출하는 방식이면 충분하다. 어떤 이는 제비뽑기를 걱정하는 이도 있지만, 실제 많은 연구에서 제비뽑기로 선출한 집단이 투표를 통해 선출한 집단보다 수준이 훨씬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그래서 부유한 특권층이 아니면 출마도 당선도 힘든 투표제도보다는 제비뽑기로 뽑은 대표집단이 훨씬 민의를 잘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국민들 중에서 제비뽑기로 매년 선출하면 되기 때문에 선거비용도, 포퓰리즘도, 지역주의도, 당리당략도 뛰어넘을 수 있다. 물론 이들에게 특권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보수도 실비 수준이면 된다. 이들이 행정부와 국회를 견제하고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정치를 할 수 있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문제는 국회가 자신들만의 특권을 계속 누리기 위해 이를 도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6년 촛불혁명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왔지만 국회는 왼쪽 귀로 듣고 오른쪽 귀로 흘려버렸다. 결국은 국민들의 강한 요구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 역할을 촛불시민들이 해나갔으면 좋겠다. 촛불을 주관하는 촛불행동과 뜻있는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추진했으면 좋겠다. ‘촛불행동이 또 대통령만 퇴진시키고 그대로 흩어지는 바보 같은 짓을 반복해서는 장차 국민들의 호응을 얻기가 힘들 것이다. 마땅히 대통령 퇴진 이후에 촛불시민의 뜻을 어떻게 실현해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의 퇴진만으로 만족하고 다시 노회한 기성 정치꾼들에게 권력을 넘겨주어 촛불시민의 뜻을 뭉개지게 하는 어리석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만일 이번에도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다음에는 아예 촛불을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촛불시민들이 참여하는 정당을 만들거나, 진보 연합을 통해 제3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야한다고 한다. 그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대의정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음이 이미 드러났기 때문에 진보세력이 국회진출한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시도가 필요하고, 그것을 <시민의회>를 통해 구현하자는 것이다. 촛불이 꺼지기 전에 뜻을 모아 시민의회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준비해가면 될 것이다. 바로 지금 시민의회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입법을 요구하자. 촛불이 꺼지기 전, 지금이 적절한 때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이현종 주주  hhjj55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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