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계통 위축’(multiple system atrophy·MSA)는 임상적으로 파킨슨 증상을 보이지만 다른 신경계통의 이상증상이 동반되는 만성 진행성 퇴행성 질환이다(서울대학교병원, N의학정보). MSA-P는 파킨슨병(P로 표시)과 매우 흡사하다(MSD 매뉴얼).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2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24세인 1986년 4월 1일 □사업장에 입사하여 약 33년간 PCR(Passenger Car Radial)타이어 성형기 운전원으로 근무하였다. 2018년 12월 6일에 ‘다발 계통위축, 파킨슨병형’과 ‘달리 분류된 질환에서의 파킨슨증’으로 진단받았다. 그 후 58세인 2020년 5월 5일에 목숨을 빼앗겼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신경계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노동자는 □사업장에서 약 33년간 PCR타이어 성형공정에서 근무하였다. 타이어 성형공정에서 승용차용 타이어 성형업무를 줄곧 수행하였다. 2018년 12월 상병 진단 후 연차와 병가를 내고 치료받던 중 2019년 2월 1일 퇴사하였다. 노동자가 수행한 승용차용 타이어 성형작업은 타이어에 사용되는 모든 구성 재료를 성형기에 순차적으로 붙여 원통형의 생타이어(green tire)를 만드는 공정이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2019년7월 4일 대학병원에서 작성한 소견서에 따르면, 노동자는 2018년 12월 6일에 ‘다발계통위축, 파킨슨병형’과 ‘달리 분류된 질환에서의 파킨슨증’으로 진단받았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겨레, 2023.11.25.
게티이미지뱅크. 한겨레, 2023.11.25.

노동자는 2018년 7월부터 허리 통증과 좌측 다리로 방사통(한 지점에서 시작한 통증이 주변의 넓은 부위로 퍼지는 통증)이 발생하였으며, 2018년 10월부터는 좌측 다리의 방사통이 심해지고 파행 증상이 동반되어, 2018년 12월 3일에 대학병원에 입원하여 검사받았다. 파행((跛行·절뚝거림·claudication)은 안정 시에는 사지에 통증 또는 불쾌감이 없으나 보행을 시작한 후에 통증, 긴장 등이 나타나며 보행이 불가능하게 되는 상태다(www.insunet.co.kr). 2018년 12월 5일에 받은 ‘뇌 자기공명영상 촬영’(Brain diffusion)에서는 좌측 기저핵의 ‘국소 뇌연성화 변화’(focal encephalomalacic change) 외의 이상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2018년 12월 7일 자율신경계 검사를 받았는데, 그 중 ‘교감성 피부반응 검사’(sympathetic skin response)에서는 상하지에서 wave 형성이 불량한 결과가 확인됐고, ‘부교감신경 기능 검사’(para-sympathetic function test)에서는 I:E ratio(ratio of the duration of inspiratory and expiratory phases·흡기 단계와 호기 단계의 지속 시간 비율)가 1.05로 저하 되어 있고, valsalva ratio(부교감 신경 반응의 지표. 1.21 미만의 값은 비정상)도 1.13으로 저하되어 있었다. 또한, 반듯이 누운 자세에서 혈압은 119/80mmHg이었으나 기립(起立) 1분 후 혈압은 78/54 mmHg, 기립 3분 후 혈압은 77/53 mmHg로 기립성 저혈압이 관찰되었다. 결론적으로 자율신경계 검사상 부교감신경계와 교감신경계의 기능이상을 시사하는 전기생리학적 이상소견이 관찰되었다.

2018년 12월 11일에 대학병원에서 시행한 검사에서는 양측 조가비핵에 도파민 수용체 활동성이 감소한 소견이 보였다. 2018년 12월 17일 대학병원에서 작성된 의무기록에 따르면, perkin(퍼킨·파킨슨병, 파킨슨 증후군 치료제)을 증량하여도 증상은 비슷비슷하다. 레보도파(파킨슨병 치료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약물)에 대한 반응은 좋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2018년 12월 대학병원의 입원 초진기록에 따르면, 노동자는 흡연과 음주를 하지 않았고, 가족력도 없었다. 기저질환으로 전립선비대증과 이상 지질혈증이 있었고, 위 선종으로 수술한 과거력이 있었다. 유족 면담에서 배우자가 말하길, 노동자는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았으나 특별한 이상소견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하였다.

노동자 측은 타이어 성형 작업을 하는 동안 솔벤트 등의 유기용제에 대한 노출로 인하여 상기 질환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신청을 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판단하려고 2020년 1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2년 8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비대면 화상회의·2022.8.12)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56세가 되던 2018년 12월에 ‘다발계통 위축, 파킨슨병형’(MSA-P)과 ‘달리 분류된 질환에서의 파킨슨증’으로 진단받은 후, 2020년 5월 5일에 목숨을 빼앗겼다. 둘째, 노동자는 1986년 4월 1일 □사업장에 입사하여 약 33년간 PCR 성형기 운전원으로 근무하였다. 셋째, 노동자의 상병은 모두 파킨슨증의 범주에 포함되기에 그 질병과 관련한 직업적 유해요인으로는 망간 등 중금속과 노말헥산(n-hexane), 트리클로로에틸렌(TCE), 복합유기 용제 등에 대한 노출이 알려졌다. 노동자는 1986년 이후 약 33년간 성형공정에서 작업하는 동안 솔벤트 사용으로 인해 노말펜테인(n-pentane), 노말헥산, 벤젠, 톨루엔, 자일렌(xylene), 메틸시클로헥산(methyl cyclohexane), 에틸벤젠(ethyl benzene) 등 파라핀계(Paraffin Series) 또는 방향족계 등의 복합 유기용제에 지속하여 노출됐다. 특히 1997년 이전까지는 고농도의 유기용제에 노출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노동자는 2018년 12월 6일 ‘다발계통위축, 파킨슨병형’과 ‘달리 분류된 질환에서의 파킨슨증’으로 진단받은 이후 약 3년 8개월이, 2020년 5월 5일 목숨을 빼앗긴 지 약 2년 3개월이, 근로복지공단이 2020년 1월 역학조사를 의뢰한 지 약 2년 7개월이 각각 떠나간 2022년 8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1월 28일

*관련 기사: 잦은 의심과 피해의식, 손도 덜덜 떨려요…뇌에 켜진 빨간불(한겨레, 2023.11.25.)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1117800.html?_ga=2.260264269.1957547880.1701074780-1404263838.1647078447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f6125505@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