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형성이상증후군(myelodysplastic syndrome·MDS)은 골수 기능에 이상이 생겨 건강한 혈액세포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는 여러 질환을 묶어서 이르는 말이다(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골수생검(bone marrow biopsy)은 혈액 질환과 악성 종양의 골수 전이 여부를 판단하려고 골수의 표본을 채취하는 검사다(서울아산병원).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55년생 여성이다. 노동자는 47세부터 약 19년간 △사업장의 사내하청업체인 □사업장에서 일용직 페인트 도장공으로 근무하였다. 2020년 1월 20일 골수생검 시행 후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림프조혈기계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노동자는 □사업장에서 일용직으로 도색업무에 종사하였다. 노동자는 증언하길, 근무 기간에 일요일은 제외하고 거의 주 6일 출근하였고, 하루 근무 시간은 8시부터 17시까지였다. 동료 노동자들이 주로 철물을 용접하여 방호울, 계단, 핸드레일 등 △사업장에 설치될 각종 구조물을 제작하고 나면, 노동자는 사업장 내 또는 외부(옥외)에서 제작된 구조물에 페인트를 칠하거나 △사업장의 현장에서 동료 작업자가 설치한 구조물에 도색하였다. 근무 중 점심시간은 1시간이었고, 작업물량이 많아서 노동자는 보통 거의 휴식 없이 하루 종일 도색작업을 하였다. 노동자는 주로 롤러로 구조물을 도장한 후 붓으로 마감하는 방식으로 작업하였다. 노동자는 옥내나 옥내 밀폐된 공간 또는 외부에서 작업하였는데, 10회 작업 중 8회 정도는 △사업장의 공장 옥내에서 작업하였다.

아즈라 라자와 지난 2002년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 하비 프리슬러. 지은이 라자 교수는 책에서 “암 환자와 한 침대를 쓰고서야 이 병이 얼마나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운지 알게 되었다”고 썼다. 윌북 제공. 한겨레, 2020.10.23.
아즈라 라자와 지난 2002년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 하비 프리슬러. 지은이 라자 교수는 책에서 “암 환자와 한 침대를 쓰고서야 이 병이 얼마나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운지 알게 되었다”고 썼다. 윌북 제공. 한겨레, 2020.10.23.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19년 10월경 평소와는 달리 다리에 피멍이 드는 증상이 발생하였다. 같은 달 30일 로컬병원에서 시행한 건강검진에서 혈액검사 결과 혈색소가 8.6g/dL로 빈혈 소견이 보였고, 재검사에서도 같은 검사 소견이 보여 대학병원으로 옮겨갔다. 대학병원에서 골수생검을 한 후, 골수이형성증후군을 진단받고, 약물치료와 항암치료를 시작하였다. 항암치료를 4회 받은 후 같은 해 10월 7일 아들을 공여자(donor)로 하여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haplo-HSCT·Haploidentical 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ation)을 받았다. 10월 20일 조혈모세포이식 이후 이식편대숙주질환(移植片對宿主疾患·GVHD)이 발생하여 ‘스테로이드 저항성 이식편대숙주질환’(Steroid-refractory GVHD)을 진단받았다.  2020년 11월경 노동자는 양측 다리 위약감, 시력 저하와 의식 저하 등을 호소하여 같은 병원 신경과에 협진 의뢰됐다. 시행한 첫 MRI상에서는 환자 증상을 설명할 만한 병변은 확인되지 않았다. 12월 10일 다시 촬영한 결과, ‘두정-후두 백질’(parieto-occi-pital white matter)상에서 새로 발생한 양측 대칭성 ‘신호 변화’(Signal change)가 발견되어, 조혈모세포이식으로 발생한 백질뇌병증(Leukoencephalopathy)으로 치료받는 중이다. 그러던 중 12월 28일 용혈(Hemolysis·적혈구 파괴)의 소견이 보여 혈전성 미세혈관병증 의증 하에 혈장교환술을 받고 호전되었다. 노동자는 2007년 자궁경부암(cervical ca.)이 발견되어 자궁적출술(hysterectomy)을, 2009년 4월 요실금으로 수술을 각각 받았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진단받고 치료받기 전까지는 혈압과 당뇨를 진단받지 않았다. 의무기록과 환자 진술에서 모두 혈액암에 대한 가족력, 흡연력, 음주력 등은 없었다.

노동자는 업무 중 페인트와 시너의 유기용제에 노출되어 상기 질병이 발병하였다고 생각하여 2021년 1월 11일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6월 14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 조사를 의뢰하였다.

2022년 8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비대면 화상회의·2022.8.12)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65세가 되던 2020년 1월에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만 47세가 되던 2002년 11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2020년 1월까지 15년 7개월 동안 일용직으로 철물 도장작업을 수행하였다. 셋째, 노동자의 상병과 관련한 직업적 유해요인으로 벤젠, 전리방사선, 포름알데히드, 1,3-부타디엔 등은 충분한 근거로, 석유 정제산업과 스타이렌(styrene) 등은 제한적 근거로 각각 알려졌다. 노동자가 근무한 사업장 조사 시 벌크시료를 채취하여 벤젠 함유율을 분석한 결과, 상도 페인트와 시너에서 벤젠이 검출됐다. 벤젠에 관한 문헌을 참고하여 노동자의 과거 노출을 추정하건대, 노동자의 벤젠에 대한 노출량은 상당하다.

노동자는 2020년 1월 20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진단받은 이후 약 2년 7개월이, 2021년 1월 11일 요양급여를 신청한 지 약 1년 7개월이, 근로복지공단이 2021년 6월 14일 역학 조사를 의뢰한 지 약 1년 2개월이 각각 떠나간 2022년 8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1월 29일

*관련 기사: 남편 림프종으로 떠나보낸 세계적 종양 전문의, 암 정복을 말하다(한겨레, 2020.10.23.)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966919.html?_ga=2.12606199.1957547880.1701074780-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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