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증(leukoplakia)은 혀, 잇몸 또는 뺨 안쪽에 흰색 반점이 생기는 질환이다. 1979년 WHO에서 백반증은 마찰로 쉽게 제거되지 않는 백색의 반점으로서 임상적 혹은 병리 조직학적으로 다른 질환으로 분류할 수 없는 것이라 정의하였고, 백반증은 전암성(암이 되기 전단계) 병변으로서 후두의 경우 흡연, 음주, 위·식도 역류 등과 관련이 있다(허성재 외, 후두 백반증의 임상적 양상 및 장기간 추적관찰 결과, 2011).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2년생 여성이다. 노동자는 2000년 9월부터 약 14년 7개월간 A사업장 등의 급식시설에서 조리원으로 근무하던 중 56세인 2018년 4월에 대학병원에서 후두 백반증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노동자는 38세인 2000년 9월부터 2018년 4월 상병 진단 시까지 약 14년 7개월간 급식시설 5개소에서 조리원으로 근무하였다. 조리작업 전에는 1997년 7월부터 약 1년 1개월간 식음료 외판업을 하였다. 그 이전의 직업력은 없다. 노동자가 근무한 A사업장 등 급식시설 5개소의 작업내용과 작업환경은 거의 유사하다. 사업장별 식수와 식사를 준비한 작업자 수는 A사업장 150~180인분 5명, B사업장 600인분 5명, C사업장 200~250인분 5명, D사업장 300인분 6명, E사업장 200인분 6명이었다. 노동자는 급식시설에서 작업 시 가스를 켜고 끄기를 하루 15회 정도 하였고, 하루 4시간 반 정도는 튀김, 구이, 볶음, 부침개 등을 조리하며 발생하는 연기와 가스를 흡입하였다. 노동자는 매 끼니마다 튀김, 구이 또는 볶음 요리가 메뉴에 포함되며, 한 번 조리 시 작업시간은 약 1시간 반이었다.

사진 조윤상 피디. 한겨레, 2023.6.7.
사진 조윤상 피디. 한겨레, 2023.6.7.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18년 4월 건강검진 시 시행한 위내시경에서 후두부의 이상 소견이 의심되어 2018년 4월 16일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받은 후두경 검사 결과 ‘좌측 성대의 육아조직’(Left vocal cord granulation tissue) 소견이 보여 추가 검사와 진료를 받으려고 상급병원으로 옮겨갔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5월 30일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 입원하여 후두미세수술(laryngomicrosurgery·LMS)을 통해 병변의 조직을 검사하였다. 조직검사 결과 ‘고등급의 이형성증’(high-grade dysplasia)이 확인되어 ‘좌측 성대의 백반증’(Left vocal fold leukoplakia)을 진단받았다. 전암성 병변을 완전하게 제거하려고 7월 19일에 제거술을 받았다. 이후 경과를 관찰하던 중 2020년 1월 8일에 목소리가 지속하여 회복되지 않아서 시행한 후두경 검사에서 좌측 성대의 육아조직이 다시 확인되어 수술적 제거를 시행하였다. 제거된 조직의 조직검사 결과상 고등급의 이형성증이 확인되어 경과를 관찰하는 중이다. 노동자는 흡연과 음주는 하지 않았다. 의료수진내역과 노동자 진술에 따르면, 고혈압으로 10년 이상 혈압약을 복용하였으며, 2015년부터 천식으로 인해 증상악화 시 간헐적으로 약물치료를 받았다. 이외에 2008년 추간판탈출증 수술을 받았고, 2014년 담석으로 인해 담낭절제술을 받았다.

노동자는 음식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연기와 가스에 장기간 노출되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을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20년 5월 11일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2년 7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심의·2022.7.27.~7.29)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56세가 되던 2018년 4월 대학병원에 내원하여 후두 백반증을 진단받았고, 2020년 재발하였다. 둘째, 후두 백반증에 대하여 연관성이 보고된 직업적 유해 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흡연, 음주, 후두점막의 손상, 흡입성 유해물질, 성대의 오남용 등이 후두 백반증의 발병 원인으로 보고되었다. 셋째, 노동자는 2000년 9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약 14년 7개월간 급식시설 조리원으로 근무하였다. 급식시설 조리원으로 종사하면서 조리과정에서 아크로레인 등의 알데하이드류를 포함한 유기화합물에 대한 순간 노출 농도는 간헐적으로 높았다고 보이며, 반복적으로 점막을 자극하는 수준의 노출이 있었다고 평가된다.

노동자는 2018년 4월 후두 백반증을 진단받은 이후 약 4년 3개월이, 근로복지공단이 2020년 5월 11일 역학 조사를 의뢰한 지 약 2년 3개월이 각각 떠나간 2022년 8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1월 30일

*관련 기사: “주방에 식용유 방울 떠다녀”…탕수육 튀기다 숨진 날 산재 인정(한겨레, 2023.6.7.)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094844.html?_ga=2.46169575.1957547880.1701074780-1404263838.1647078447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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