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이육사 시인을 그리며


 육사가 촛불에게
- 독립운동가 이육사 시인을 그리며

                                        권말선



나는 오래전부터 이날을 기다려왔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여기 그대와 함께 있소

나라가 식민의 굴레에 떨어졌을 때
나는 광야를 내달리며
일제를 향해 한 발의 총이라도 더 쏘려
독립을 노래하는 한 편의 시라도 더 쓰려했소
독립은 나의 몸부림, 나의 전부였지만
그날을 안아보지 못한 채
일제의 그물에 갇혀 죽음을 맞았소
독립을 이뤄줄 영웅, 
속박을 끊어줄 초인을 기다리며

해방은 되었으나 독립은 이루지 못해
대통령이 매국노, 반역자이길 몇 번이요
그러니 다시 독립을 외쳐야 하오
나도 죽음에서 일어나 다시 독립을 외치오
광장의 그대여, 주위를 둘러보오
옆 사람 혹은 앞사람을
광야를 내달리며 독립을 염원하던
나와 내 동지들이 그대들 속에 있소
그대 심장에 혼불로 녹아 있소
그대 눈동자에 혼으로 스며 있소

그때 내가 쏘았던 총은
어둠을 몰아내는 촛불이 되었구려
그때 내가 썼던 시는
노래가, 함성이 되었구려
그때 허허롭던 광야는
혼불에서 촛불, 들불이 되어 
이렇게 광장을 채웠구려
그러니 그대여, 지치지 말고
더 큰 함성으로 싸워 주오
더 큰 흐름, 출렁임으로
한 줌 권력을 불살라주오
역사의 마디마디에 박혀있는
모든 속박, 굴레를 끊어주오
비록 나는 옛사람이 되었어도
나의 해방은 살아 숨 쉬게 해 주오
독립을 위해 바쳤던 나의 혼을
더는 주눅에 가둬두게 마시고
이제는 만고에 꽃피게 해 주오

광야를 휘달리던 때부터
그토록 오래 기다려왔던
촛불, 그대는 나의 초인
지금 여기 광장에서 나는
기꺼이 그대와 함께요

 

나라의 운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민중들이 나섰다. 광장의 촛불은 지금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을 주되게 외치고 있다. 사진은 매주 토요일 숭례문 인근에서 열리는 촛불행동의 집회(제공 : 김은희)
나라의 운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민중들이 나섰다. 광장의 촛불은 지금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을 주되게 외치고 있다. 사진은 매주 토요일 숭례문 인근에서 열리는 촛불행동의 집회(제공 : 김은희)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권말선 주주  kwonbluesunny@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