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삽
증도를 찾았을 때 태평염전은 쉬고 있었다.
드넓은 소금밭은 텅텅 비어있었고 일꾼도 없었다.
겨울이라 그랬을까, 비수기여서일까?
일행들은 허탈 속에 발길을 돌렸다.
그래도 난 무엇인가를 담고 싶어 어슬렁어슬렁 걸었다.
녹슨 삽이 눈에 들어왔다.
저 삽이 바로 염전 일꾼이구나.
오랜 시간 소금에 절고 고된 일에 시달리다
삭고 녹슬어 낡아버렸구나.
소금과 더불어 여러 해 보내고
이제 은퇴해야 할 때가 되었구나.
늠름하다.
당당하다.
녹슬어도 아름답다.
편집 : 최성수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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