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던가. 한국에서도 육아 철칙 중 하나로 전자기기를 되도록 멀리하고 바깥활동을 최우선으로 했던 나는 내 아이가 신체활동을 즐기는 아이로 크길 바랐다. 그렇기에 한국에서는 발도르프 정신을 내세우며 텃밭 가꾸기, 산타기와 산책을 매일하는 유치원에 보냈고 마지막 유치원 1년은 교실도 없이 오직 숲에서만 활동하는 숲유치원을 보냈다. 그렇게 신체활동을 중시했던 나였기에 어느 동네나 다양한 스포츠 교육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의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1)다양한 스포츠 활동의 기회 

미국은 신체활동의 즐거움을 배우기에 최적화 된 나라다.(물론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동네마다 다양한 스포츠 팀이 있고, 모든 스포츠는 계절별로 움직인다. 예를 들면 지금은 겨울이니 아이스하키와 농구 시즌이다. 아이스하키와 농구는 10월에 시작해 겨우내 지속된다. 봄에는 야구가 시작되고 미식축구는 노동절이 끝나는 9월초 시작된다. 미국 4대 스포츠인 미식축구,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가 시작하는 시즌에 맞춰 아이들도 시즌별로 다른 운동을 고를 수 있는 것이다. 네가지 대표적인 운동 말고도 축구, 수영, 배구, 라크로스, 컬링, 사격, 양궁, 승마 등 많은 스포츠의 기회가 시즌별로 지역별로 다양하게 주어진다.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반축구라고 해서 1학년 전반 아이들이 같이 축구팀을 짜서 동네 스포츠 클럽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반축구는 학년이 올라가며 없어지기도 하고 농구팀으로 바뀌기도 하면서 고등학생이 되면 완전히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한국에서 펜싱이나 아이스하키, 축구 등을 특정 목적으로 배우는 경우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미국은 주에 따라 규정이 다르지만 보통 출생연도별로 팀을 나눈 후 사람 수가 많을 경우 트라이아웃(레벨테스트)을 통해 또 팀을 나눈다. 예를 들어 지금 살고 있는 위스콘신주의 경우 U8, 스쿼트(Squirt), 피위(Peewee), 반탐(Bantam), 고등학교팀 이렇게 나이별로 팀을 나눈 후 트라이아웃을 거쳐 레벨별로 A,B,C 팀을 또 나눈다. 이 전에 살던 켄터키주 렉싱턴 지역에서는 인원이 적어 시단위 클럽 하키팀만 있었기에 각 주의 사정이 모두 다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북부로 가며 추운 지역일수록 아이스하키팀은 많아지고 실력도 좋아진다. 

 2)스포츠를 통해 배우는 팀워크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영어를 못했던 아이는 아이스하키를 하며 어려움 없이 친구를 사귀었다. 3학년때 한국에서 처음 아이스하키를 접했던 아이는 미국에 와서도 계속해서 하키를 하고싶어 했고, 그 덕분에 아이 뿐 아니라 나와 남편까지도 동네 친구들을 금방 사귈 수 있었다. 특히 두세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에 가 게임을 하는 경우 팀 전원이 같은 호텔에 묵기 때문에 밤이 되면 다같이 로비에 앉아 맥주한잔씩 홀짝이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피자도 시켜먹으며 친목을 다진다. 정말 친해지면 술게임을 하며 밤새도록 술을 마시는 한국적 인간관계를 맺게 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서먹하기도 하던 아이들과 부모들의 관계는 몇달간의 연습과 토너먼트를 거쳐 끈끈한 우정으로 변한다. 아이들은 더 이상 누가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모두의 실력이 실처럼 하나로 연결된 유기적 관계에 의해 팀의 사활이 결정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팀워크의 중요성을 알게된다. 또한 미국 부모들과 가까워지며 부모의 역할이 한 나라의 스포츠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3)스포츠 교육은 학원이 아닌 부모의 힘

미국과 한국 스포츠 교육의 가장 큰 차이라면 미국은 자의든 타의든 부모참여를 의무적으로 하게 한다는 것이다. 아이스하키에서 부모참여는 많은 방법으로 이루어지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고등학교 팀 외의 많은 경우 부모가 코치를 맡는다. 부모 중에 할줄 아는 사람이 없는 경우 코치를 영입하기도 하지만 우리 동네는 야구, 축구, 아이스하키, 라크로스, 농구 등 아이가 경험해 본 모든 스포츠의 코치는 해당 팀 학생의 아빠들이 맡았다. 그리고 부모중에서 매니저를 뽑고 그 매니저는 다른 팀과의 경기 일정을 조율하거나 토너먼트 여행의 호텔 예약 전반을 책임진다. 코치나 매니저 말고도 각 게임마다 타임을 관리하거나 음악을 틀어주는 일도 돌아가면서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아이스링크장 매점 봉사활동을 채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각 팀마다 쿠키를 판다거나 크리스마스 장식을 파는 등 하키 단체를 위해 모금을 하는 이벤트도 많다. 어떠한 활동은 돈으로 때울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냥 조건없는 봉사의 경우도 많다. 처음 한국에서 온 부모들의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판다는걸 어색해하며 그냥 돈으로 때우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직접 몸으로 봉사하고 참여하며 다같이 팀을 운영하는 데 참여하고 일조한다. 

운동을 선행하는 미국 아이들
운동을 선행하는 미국 아이들

 

한국에서 아이 친구들을 보면 국어, 영어, 수학의 선행은 누구나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선행의 관점에서 보면 이 동네는 아이스하키, 야구, 라크로스, 수영, 농구 등을 선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저 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이라면 한국 대부분의 아이들이 억지로 국영수 선행을 할 때, 여기는 즐거워하며 기꺼이 좋아하는 운동을 선행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다 선수를 꿈꾸는 것도 아니다. 각기 다양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며 운동은 운동대로 열심히 한다. 또 지금 운동에 집중하더라도 언제든 나이에 상관없이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일해볼 기회가 주어진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미국 아이들도 한국 아이들처럼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다양한 스포츠를 접할 기회가 많은 만큼 한국 청소년들보다 더 많은 운동을 배우며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한국의 청소년들도 많은 운동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라며 앞으로 미국 생활에 대한 소식을 종종 전하고자 한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안지애 객원편집위원  jiaem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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