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은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 있다. 이를 자신만이 유리하게 바꿀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 코흘리개였던 내가 머리카락에 눈이 내려앉은 듯 하얗게 변해간다. 노인의 언행보다는 어르신의 언행이 되려고 애써 보는데도 노인임을 감출 수 없다.

개구쟁이 때부터 학창 시절을 거처 직장생활에서까지 사귄 많은 친구가 있었지만, 스쳐 가는 이름뿐이다. 산수가 지나고 보니 이 세상을 먼저 떠나간 친구, 이민 또는 먼 곳으로 이사한 친구, 병마에 시달려 입원한 친구들이 많아져 얼굴 보기는커녕 목소리마저도 들을 수가 없다. 옛말에 ‘저세상 가는 길에 진정한 친구 있어 먼저 간다는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되기를 소원한다.

세상을 살다 보니 잠시 사귄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안부를 묻는 친구는 한 손의 손가락 수 정도이다. 이것이 인생인 듯싶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한결같이 진정한 친구 있어 자랑하고 싶다.

남 앞에서 노인 테 내지 말라고 가죽구두 사서 보내고 추위에 떨지 말라고 오리털 점퍼도 사서 보낸다. 밥 맛없을 때 먹으라고 영광 굴비와 늙으면 기력이 떨어진다고. 염소 고와 오리고기, 심지어는 침향 환까지 사 보내니 가히 짐작하리라.

이런 선물을 받고만 있을 수 없어 답례하려 하면 극구 사양한다. 낯부끄러워진다.

그뿐이겠는가?

매달 초하루가 되면 이달의 인사를 아마도 십여 년째, 쉼 없이 보내고 있다.

너무나 고마움이 있어 여기에 이달 초 하루에 보내온 인사를 소개코자 한다.

2023년 토끼해 계묘년을 보내며                  사진 : PxHere (무료 이미지)
2023년 토끼해 계묘년을 보내며                  사진 : PxHere (무료 이미지)

이달의 인사

기대와 설렘으로
시간 선로를 성실히 달려 온
한 해의 삼백삼십사 일
그냥저냥 보낸 것 같아도
숱한 사연과 곡절을 겪은
내밀한 인생길 토끼해!

세월의 동그란 큰 바퀴는
봄 여름 가을을 구르면서
근심 슬픔 공포들 모두
마음을 떠났으면 좋아해
끝까지 겨울밤의 지성
별이 빛난 밤 즐기시고
훈훈한 갈근탕 격조로
청량한 마음 유지하소서!

맹 한의 동짓달 중동은
생각이 비옥해지는 계절
모두의 길은 달라도
삶 속의 방향 희망 안고
보란 듯 탁 트인 길 만들어
의무 책임 보여주셨으니
객석에서 보는 눈을 무대 뒤
분장실 인식 평면 열어보며
연초의 약속 마무리하소서!

어르신의 아우른 멋
도도함의 기상 너른 조망
실크 같은 유연함으로
풍자 악언 망언 비단 두설을
원숙으로 갈무리하고
이달도 가지런한 움직임
새해 징검돌로 준비하소서!

십이월 첫날
양 재우 배동

※ 배동(拜冬 : 겨울(동지)에 절한다는 뜻)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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