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직박구리(어청도 필자촬영)
  바다직박구리(어청도 필자촬영)

 

내가 아닌

박 명 수(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어느덧 살아낸 세월에

익숙해진 나는

아프면 아프다 말하고

힘이 들면 힘들다 말하지 못하는

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는 자에게는

그 무게만큼 무거워

속 살을 꺼내지도 못한 채

두꺼운 껍질로 무디어 살아간다

 

밤 하늘 별들이

시린 공간을 도리깨질하고

구름 사이 보이는 달은

싸늘해진 공기만큼

그 빛이 유난히도 커보인다

 

나는 내가 아니다

나를 바라보는 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옳은 것을 옳다 말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하지 못하는 나는

나는 이미 내가 아니다

 
  양귀비(은천골)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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