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기념회를 알리는 메시지는 반갑지 않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인물까지 더러 내 통신 주권을 건드린다. 선거철이 임박했다는 뜻이렷다.

우선 격려를 보낸다. 그대여, 휠체어 사용자처럼 휠체어를 탄 채 버스나 지하철을 타봤는가? 휠체어 사용자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해봤는가?

시내버스는 일부가 저상버스여서 휠체어 사용자가 이동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오래 전에 광주시내 버스 중 저상버스를 타고 가다가 휠체어 사용자가 버스에 오르는 광경을 목격했다. 운전자가 운전석에서 내려 휠체어 사용자가 버스에 안전하게 오르도록 도와줬고, 승차 후에는 휠체어에 필요한 안전 조치를 하였다. 그때 승객 중 누구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4, 5년 전에 운전하면서 부딪히는 상황에 대한 대처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런 사정 탓에 시내에 일을 보러 나갈 때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자주 이용한다. 약속 장소까지 가는 데 버스(Bus) 타고 지하철(Metro) 타고 걷고(Walking) 하니, 나는 속칭 ‘BMW 족속’으로 진화하였다.

비양도 산책길 호니토 앞(사진 김인수),  김인수, [시] 엘베없는 오층학교, 한겨레:온, 2022.10.5.
비양도 산책길 호니토 앞(사진 김인수), 김인수, [시] 엘베없는 오층학교, 한겨레:온, 2022.10.5.

광주광역시 지하철 속에서 아직 휠체어 사용자를 만나지 못했다. 휠체어 사용자라고 여기고 전략적 감정이입을 해본다. 집에서 휠체어를 사용하여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왔다. 마침 저상버스가 온다.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도와준다. 휠체어를 안전하게 고정한 후 버스는 출발한다. 지하철역 인근의 정류장에서 내린다. 역 승강장으로 곧바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공간이 어느 곳인지 두리번거린다. 다행히도 엘리베이터가 승강장까지 내려간다. 지하철을 타고 간다. 목적지 역에서 내린다. 지하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탄다. 아뿔싸,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에서 멈춘다. 어떻게 지상으로 올라가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지난 주말에 서울에서 글 친구를 만나 지하철로 이동했다. 그 친구는 걷기가 조금 불편하다. 힘들어도 계단을 오르기는 어찌어찌해보지만, 계단 내려가기는 정말로 못 할 일이라고 한다. 목적지 지하철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일을 마치고 다시 그 역 승강장으로 갈 때는 다행히도 승강장까지 바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출발수속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 지원 등 장애인의 비행기 이용 이동권 보장을 촉구한 뒤 제주행 대한항공 탑승 수속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 2023.11.1.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출발수속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휠체어 이용자의 탑승 지원 등 장애인의 비행기 이용 이동권 보장을 촉구한 뒤 제주행 대한항공 탑승 수속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 2023.11.1.

지난 11월 중에 나를 포함하여 글 친구 여섯 명이 제주를 여행했다. 다섯 명은 서울에서 오고, 나만 광주에서 이동했다. 일행 중 나와 동년배인 여성은 휠체어 사용자였다. 서울에 올라가 모임에서 가끔 만날 때마다 글 친구 여성은 전동 휠체어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여 모임 장소로 왔다. 어이하랴, 그런데도 서울 인근의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까지 무척 힘들었고,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공항 밖까지 나올 때도 탑승할 때와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 여행을 기획한 글 친구가 서둘러서 비행기 앞좌석을 잡았기 망정이지, 만일 저 뒤쪽 좌석이었다면 비행기 내에서 누군가 등에 업혀 좌석까지 오갔으리라.

제주시 한림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가서 비양도를 둘러봤다. 한림항 선착장이나 비양도 선착장이나 휠체어 사용자가 안전하게 배에 오르내릴 만한 시설은 없었다. 휠체어는 어느 글 친구가 접어서 들고, 휠체어 사용자는 내 등에 업혀서 배를 타고 내렸다. 상상했다. 어쩌다 발을 헛디뎌 바다로 빠지면 어떻게 헤엄쳐 나오지? 어디쯤 발을 디딜지, 미리 살펴봤다.

비양도 선착장, 양성숙, [제주여행 사진스케치] 2 - 예쁜 섬 마을 비양도, 한겨레:온, 2023.12.12.
비양도 선착장, 양성숙, [제주여행 사진스케치] 2 - 예쁜 섬 마을 비양도, 한겨레:온, 2023.12.12.

그대여, 어떤 나라의 복지수준은 무엇으로 짐작하는지 아시죠. 어떤 나라에 갔더니, 휠체어 사용자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유자재로 이동한다면 그 나라의 복지수준은 높다고 봐도 좋다. 광주광역시에서 휠체어 사용자가 자유자재로 무등산의 최고봉인 천왕봉(높이 1183m)을 오르내린다면 광주광역시 복지수준은 1183m라고 가늠할 만하다. 휠체어 사용자가 집안에서만 움직인다면, 그 지역의 복지수준은 집안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대는 국회의원을 해보겠다는 야망을 품었으니, 우선 휠체어 사용자에게 전략적 감정이입을 시도해 보시라. 휠체어를 타고 직접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시라.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전략적 자아도취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겠지요.

*이 글은 <남도일보>(2023.12.18.)에 실린 칼럼입니다.

원문 보기: [남도일보 화요세평]내년 총선 입지자여, 휠체어 사용자 직접 체험해 봤는가

https://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51736

*관련 기사: 장애인에게 비행기는 ‘복불복’…“하늘서도 이동권 보장을”(한겨레, 2023.11.1.)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14561.html

편집 :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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