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골수성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AML)은 급성백혈병이다. 급성백혈병은 조혈모세포가 악성 세포로 변하여 골수에서 증식하여 말초 혈액으로 퍼져 나와 전신에 퍼지면서 간, 비장, 림프선 등을 침범하는 질병이다(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1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1981년 4월에 □사업장에 입사하여 2020년 10월까지 약 39년 4개월간 코크스오븐가스(COG·Coke Oven

Gas) 정제와 공급, 정비 업무를 담당했고 2020년 10월 20일 대학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림프조혈기계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노동자는 1981년 4월 21일 □사업장에 입사하여 상병을 진단받은 2020년 10월까지 약 39년 4개월간 코크스오븐가스(COG)를 수송하는 배관 수리와 관리를 담당하였다. 노동자가 관리한 가스배관은 화성설비(化成設備·코크스로에서 발생하는 가연 휘발성가스를 정제하는 설비) 이후에 나오는 코크스(coke) 부산물인 COG를 각 공장에 연료로 수송하는 설비다. 그 배관에는 가스 차단용 수봉변(水封弁·Water Seal Valve), 밸브, 신축관(伸縮管·온도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들도록 만들어진 관), 응축수를 배출하는 실포트(seal pot) 등이 설치되어 있다. 실포트는 쇳물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후공정 연료로 활용하려고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순물과 응축수를 가스의 누출 없이 안전하게 배출하는 설비다(머니투데이, 2012.1.30.). 배관을 따라 수송되는 이 가스는 높은 온도에서 석탄을 열분해하는 과정(건류과정)에서 발생한 COG이고, 화성설비를 통해 온도와 압력에 따라 각종 불순물과 유해물질이 제거되어 정제가스(clean gas)가 되고, 열량이 4,400kcal 정도인 이 정제 가스는 가스홀더(gas holder)로 보내져 31,000kcal의 열량으로 변하여 제철소 내 각종 설비의 연료로 재사용된다.

2023년 1월1일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2023.10.06.
2023년 1월1일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2023.10.06.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20년 10월 20일에 한 달간 지속한 호흡곤란, 15일간 계속하여 멍이 잘 드는 증상 등과 함께 전신 쇠약감이 나타났고, 이틀 전부터는 열이 동반되어 같은 날 방문한 로컬병원에서 범혈구감소증이 관찰되어, 대학병원 응급의학과를 방문하였다. 2020년 10월 20일에 대학병원에서 행한 말초혈액 도말 검사에서 백적혈모구반응, 복부 컴퓨터 단층촬영에서 비장 비대증 등이 각각 관찰됐고, 그다음 날 10월 21일에 검사한 골수생검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이후, 항암치료를 받았고, 2021년 12월 15일경에 아들로부터 골수를 이식받았다. 또한, 2020년 10월 20일인 내원 당일에 이마를 서랍장에 부딪혀 바로 촬영한 뇌 컴퓨터 단층촬영에서 좌측 측두엽에 3.8cm 급성 출혈, 그리고 좌측 가쪽 뇌실에 출혈 등이 관찰됐고, 추적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상태가 호전되었다. 또한, 2020년 10월 20일에 촬영한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에서 좌측 갑상선에 큰 덩이가 관찰됐고, 갑상선 호르몬 검사에서 불현성 갑상선 저하증을 진단받고 신지로이드(synthyroid)를 복용하는 중이다. 대학병원에서 작성한 의무기록에 따르면,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진단받은 바 없다. 그리고 의무기록과 건강검진 기록, 노동자의 진술에 따르면, 노동자는 25년 전에 금연하였고, 주당 2번씩 1회당 소주 1병을 마셨고, 5남 2녀 중 여섯째로 혈액암에 대한 가족력은 없다.

노동자는 COG 내 포함된 벤젠, 톨루엔 등에 노출되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생각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인정을 신청 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7월 20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상 질병 인정여부의 결정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2년 7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심의·2022.7.27.~7.29)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쩨, 노동자는 만 58세가 되던 2020년 10월에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81년 4월에 □사업장에 입사하여 2020년 10월까지 약 39년 4개월간 코크스오븐가스(COG) 정제와 그 공급, 정비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셋째, 노동자 상병의 직업적 유해요인으로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X-선 등이 알려져 있다. 노동자는 약 39년 4개월 동안 정제된 COG 부생가스가 지나가는 배관 수리 등의 업무를 매일 수행하며 벤젠에 지속하여 노출됐다고 판단된다. 또한 추정하건대, 1988년에 □사업장 내 작업환경이 자동화되기 전까지는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이 2021년 7월 20일 역학 조사를 의뢰한 지 약 1년이 떠나간 2022년 7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되었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5년 12월 22일

*관련 기사: 포스코, 5천억 들여 고로 개수중…폐쇄한다더니 수명 연장(한겨레, 2023.10.06.)

https://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1111075.html?_ga=2.209915029.1289149637.1697869228-1404263838.164707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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