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렸을 적 울산의 농가에서 여름날, 어른들이 무논(물논)에서 김을 맬 때 거머리도 이때가 한 철이라 끊임없이 다리에 붙어 피를 빨았다. 절대 죽지 않는 거머리를 어른들은 박 속에 재를 넣어 논에다 띄어 놓고 계속 붙는 거머리를 떼어 바가지 속에 넣었다.
거머리를 한 번씩 잡으면 얼마나 징그럽고 무서운 지 돌로 찧고 뒤집어도 잘 안 죽는다. 그래서 지독하게 들러붙는 놈을 거머리 같은 놈이라고 하고 더 한 놈을 찰거머리라고 한다.

거머리는 주둥이에 이빨이 있어 딱 들러 붙어 피를 빠는데 이빨에 마취 물질이 있어 아픈 줄 모르고 빨리는 것이다. 생물들을 보면 서로 약탈할 때 대체로 근육을 약탈한다. 그리고 근육을 소화시켜 피로 만들어 에너지를 얻고 다시 뼈와 근육을 만든다. 그러니까 사람으로 치면 물건들을 약탈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나 빈대나 모기들은 곧바로 피를 약탈하니 물건 아닌 현금을 뺏어 가는 셈이다. 가장 효율적인 놈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노골적인 놈은 거머리이다.

잠깐! 도둑놈들은 왜 있는가?

모기를 보면 알이나 장구벌레들은 다른 곤충이나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고 커서 모기가 되면 새들의 먹이가 될 뿐 아니라 아주 작은 꽃들의 수정을 도와 모기가 없으면 생태계가 무너진다 하니 이 피 도둑놈을 미워할 수만은 없다.
거머리도 혹 더러운 물을 정화할지도 모르고 나쁜 피를 뽑아 낼 때 등 여러 방면 의료용으로 쓴다 하니 만약 거머리가 "천 명의 사람이 거머리로 괴로움을 당하는 대신 한 아이의 목숨을 구한다면 어쩔래?"라고 물으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싶다.

그리고 지금 거머리는 이미 논에서는 거의 멸종되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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