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막걸리를 보면 술병표면에 물이랑 누룩 외엔 아무 첨가물도 넣지 않았다는 글귀가 보입니다.

나라가 가난해서 - 국민들이 먹을 쌀이 부족해서 - 가양주를 금지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엄혹한 시기에도 애주가들의 욕망은 어쩔 수 없었는지 밀주가 나돌았지요, 그것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습니다.

한동안 와인이 최고의 술인 양 나돌더니 최근에는 위스키가 대세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탁주(막거리)와 고량주를 좋아합니다. 물론 안주에 따라서 주종이 달라지겠지만 내게 잘 맞습니다.

와인이나 위스키는 마셔본 적이 별로 없어서 맛과 향의 차이, 좋고 나쁨을 알지 못합니다. 내게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인 셈이지요.

 

최근 몇 년은 집에서 술을 만들어 먹는 게 유행입니다. 막걸리는 물론이고, 맥주를 만들어 마시는 이들도 있지요. 그런데 막걸리 키트가 없으면 술이 안 된다거나 좋은 누룩이 없으면 술이 맛없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물과 누룩, 고두밥만 있으면 되는데 왜 막걸리키트에 연연하는 걸까? 예전과는 달리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대부분의 거주공간인 아파트가 발효를 막는다는 게 사실일까? 오래된 궁금증이지만 과학자가 아닌 나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25년 전부터 효소를 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오일장에서 누룩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막걸리를 빚었습니다. 맛있는 막걸 리가 만들어졌고, 그때부터는 때때로 담아먹습니다. 여전히 나의 재료는 물과 시장 표 누룩, 그리고 고두밥뿐입니다.

편집위원 :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오성근 객원편집위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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