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골수종은 주로 골수에서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Plasma Cell)가 비정상적으로 분화, 증식하여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그 병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알려진 위험인자는 유전적 원인, 고령, 면역억제, 방사선 노출, 벤젠과 유기용제, 제초제와 살충제 등이다(국가암정보센터).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53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25세인 1978년 8월에 □사업장에 입사하여 약 31년 4개월 동안 소결공정 기계정비 업무를 수행하였다. 소결공정(燒結工程·sintering)은 열을 가하여 분말 재료를 고체 덩어리로 압축하는 공정이다. 63세가 되던 2016년 5월 30일 시행한 골수검사에서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림프조혈기계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이제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살펴본다. □사업장의 직책은 크게 일반(팀원)-반장-주임으로 나뉘고, 일반(팀원)은 협력업체와 함께 정비를 직접 수행한다. 반장부터 구분되는 관리직은 팀원관리, 자재구매, 계획수립 등과 같은 행정업무의 비중이 크다. 대부분 사무업무를 수행하지만, 반원이 부족할 경우 현장에 투입되기도 한다. 주임은 반장업무에 인사·노무 업무가 추가되며, 현장에 거의 나가는 일이 없지만 사고가 나거나 노하우 전수 시 현장에 나가기도 한다.

노동자는 1978년 8월 □사업장에 기계 정비직으로 입사하여 약 2개월 동안 신입사원 교육을 받은 후 소결 정비계에 배치되어 소결 공정의 모든 기계 정비 업무를 수행하였다. 노동자의 경우 입사 후 1985년까지 일반(팀원)이었고, 1985년~1989년까지 반장, 1990년부터 2009년까지 주임으로 재직하였다. 사업장 의견서에 따르면 노동자는 현장 정비업무(설비 점검과 수리)와 사무실 업무(설비도면 검토, 작업주문서 작성 등)가 5:5 비율이었고, 수리 작업 시 공장 정지 후 내부설비 점검과 정비는 4주에 1회, 감속기와 같은 설비에 윤활제 투입(400L, 5일에 1회) 등을 하였고, 설비관리와 총괄 역할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국내 한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의 모습. 반도체 제조업은 직업성 암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2021.3.24.
국내 한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의 모습. 반도체 제조업은 직업성 암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2021.3.24.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15년 11월부터 몸이 개운하지 않은 증상이 나타났다. 평소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을 처방하던 로컬의원에서 2016년 5월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보였다. 또한 피곤하고 몸살 기운이 나타났고 기침과 발열 증상으로 C종합병원에서 폐렴 의심 하에 치료하였다. 이후 A대학병원을 방문하여 63세가 되던 2016년 5월 30일 시행한 골수검사에서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았다. 이후 B대학병원에서 2016년 6월부터 동일 상병으로 혈장교환술, 항암치료, 추적관찰 등을 하였고 2017년 3월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하였다. 이후에도 항암치료를 하였으나 항암제에 내성이 발생하여 치료 약을 계속 변경하는 상태이다. 하루 2/3갑을 40년간 흡연하였으나 2005년 금연하였고, 일주일에 4일 소주 1병 또는 맥주 1병을 2016년 병이 진단될 때 까지 마셨다. 진술하길, 혈액암에 대한 가족력은 없다. 고혈압약과 이상지질혈증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B형간염 보균자였다.

노동자는 기계정비 업무를 수행하면서 세척유, 사염화탄소, 경유, 시너 등의 유해물질에 노출됐고 직접 페인트 작업도 수행하였기에 상병이 발병되었다고 생각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인정을 신청하였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2022년 2월 25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상 질병 인정여부의 결정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3년 7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심의·2023.7.24.~7.26)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63세가 되던 2016년 5월에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78년 8월에 □사업장에 입사하여 2009년 12월 퇴직할 때까지 약 31년 4개월 동안 소결 공정 기계정비 업무를 수행하였다. 정년퇴직 후 2010년에 □사업장 제철소 대정비 기간에 투입되어 4개월 동안 정비업무를 수행하였다. 셋째, 노동자의 질병과 관련된 작업환경 요인으로 알려진 요인은 벤젠, 1,3-부타디엔, 펜타클로로페놀 등이다. 노동자는 1978년부터 1985년까지 약 7년간은 일반직으로 직접 정비를 수행하면서 높은 수준의 벤젠에, 이후에는 벤젠을 포함한 유기용제에 각각 노출됐다고 판단한다.

노동자가 2016년 5월 30일 다발성 골수종을 진단받은 지 약 6년 2개월이 떠나간 2023년 7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는 완료됐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6년 1월 15일

*관련 기사: 유독 한국에서만 연간 ‘직업성 암’ 발생이 200명대라고?…“실제로는 9600명 육박할 것”(한겨레, 2021.3.24.)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988065.html

편집 : 형광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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