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Lou Gehrig disease)으로 많이 알려진 근위축측삭경화증(筋萎縮性側索硬化症)은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희귀 질환이다(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대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원이 선택적으로 파괴되기에 ‘운동신경원 질환’이다. 사지의 근력 약화와 근 위축, 사지 마비, 언어 장애, 호흡 기능의 저하 등으로 인해 수년 내에 목숨을 빼앗아 가는 만성 퇴행성 신경 질환이다.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6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22세인 1988년 11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2016년 4월까지 약 27년 5개월 동안 엔진검사, 엔진조립, 엔진착화 테스트, 엔진출하(지게차) 물류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50세인 2016년 4월 11일 A대학병원에서 산발성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신경계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보자. 노동자는 1988년 11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상병을 진단받은 2016년 4월까지 약 27년 5개월 동안 품질팀과 엔진부에서 엔진조립, 엔진착화 테스트, 엔진 출하(지게차) 물류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노동자는 품질팀에서 엔진검사 업무를 약 2년 3개월간, 엔진부 조립반에서 엔진착화 테스트, 엔진조립, 엔진출하 업무를 약 15년 1개월간 각각 수행하였다. 이후 공정 이전을 통하여 엔진 테스트 룸을 제외한 엔진조립, 지게차 운전, 설비관리 등의 업무를 약 10년간 수행하였다. 입사 초기에는 주 6일 근무로 1일 10시간씩(정규 8시간, 잔업 2시간) 근무하였고, 월 2회 정도 일요일에 8시간씩 현장 작업환경 개선에 필요한 특근을 하였다. 특근 때 전기용접, 산소절단, 페인트 등의 작업을 주로 하였다. 2009년부터는 주 5일 근무, 1일 10시간씩 주야 교대근무와 월 2~3회 생산특근을 하였고, 2013년부터 주 5일 근무, 1일 8시간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를 하며, 월 2~3회 생산특근을 하였다.

존 도너휴 미국 브라운대 교수 연구팀이 만든 스타트업 ‘브레인게이트’의 실험 성과로 사지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제어해 움직이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한겨레, 2024.1.12.
존 도너휴 미국 브라운대 교수 연구팀이 만든 스타트업 ‘브레인게이트’의 실험 성과로 사지 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제어해 움직이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한겨레, 2024.1.12.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15년 초부터 우측 어깨 통증을 느꼈고, 이후 통증은 호전됐으나 5~6개월간 우측 팔의 근 위약감이 서서히 진행됐다. 상기 증상으로 2015년 6월 A대학병원에서 행한 근전도검사 결과 우측 위팔 신경총병증 소견이 확인됐다. 신경총병증은 신경얼기에 발생한 병적인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말초신경의 장애다(서울대병원, 의학정보). 노동자는 2015년 8월에는 우측 상완이두근 근섬유다발 수축 증상을 호소하였다. 2015년 11월부터 좌측 위팔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고 양측 위팔 떨림과 위약감이 악화하였다. 2015년 12월부터는 양측 다리 무릎 내측 근육이 떨리는 증상이 발생하였다. 2016년 4월 11일 A대학병원에서 근전도검사 후 산발성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을 진단받았다. 50세인 2020년 4월 호흡곤란과 삼킴 곤란으로 기관절개술과 경피적 위루술(입으로 음식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없는 경우 배의 피부를 통하여 위나 소장에 직접 관을 삽입)을 각각 받고 추적관찰 중이다. 노동자와 그 가족이 진술하길, 노동자는 2014년 이후 금연하였다. 금연 전 흡연 기간·양은 확인되지 않았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발병 전 주 1회 빈도로 소주 1~2병을 마셨으나 발병 후 금주하였다. 의무 기록상 흡연력과 음주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A대학병원 의무기록에 따르면 노동자는 2011년 좌측 회전근개 파열로 수술을 받았다. 건강보험 수진내역과 병원 의무기록 상 요관 결석으로 치료받았다. 그 외에 질병력은 없다. 노동자와 그 가족의 진술 상 노동자의 신청 상병과 관련된 가족력은 없었다.

노동자는 엔진부에 근무할 당시 방청유, 휘발유, 부동액, 타이어 가루, 디젤 매연 등의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해당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업무상질병 인정을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였고,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4월 21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3년 8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비대면 화상회의·2023.8.11)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50세가 되던 2016년 4월 11일에 산발성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사업장에 1988년 11월 입사하여 상병을 진단받은 2016년 4월까지 품질팀과 엔진부에서 엔진검사, 엔진조립, 엔진착화 테스트, 엔진출하(지게차) 물류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셋째, 산발성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의 직업환경 요인은 중금속(납 등), 유기용제, 유기인계(有機燐系) 농약, 과도한 신체활동, 디젤배기가스 등이다. 노동자는 엔진부에서 약 25년 2개월간 업무를 수행하면서 약 15년 1개월 동안 엔진 착화 테스트 작업을 하며 휘발유에 포함된 납, 벤젠 등에, 공정개선에 따른 용접과 도장 작업 시 용접 흄, 중금속, 유기용제 등에, 상시 대기 중이던 물류차량에서 발생한 디젤배기가스에 각각 노출됐다고 판단된다.

노동자가 2016년 4월 11일 산발성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을 진단받은 지 약 7년 4개월이, 2021년 4월 21일 역학조사를 의뢰한 지 약 2년 4개월이 각각 떠나간 2023년 8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는 완료됐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6년 1월 22일

*관련 기사: 56세 남성 자동차 공장 노동자 산발형 루게릭병, 직업 관련성 높다(한겨레:온, 2023.11.22.)

https://cms.hanion.co.kr/news/userWriterArticleView.html?idxno=30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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