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은 간염 바이러스나 술 등으로 인한 간의 염증이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간 표면이 우둘투둘해지고 딱딱하게 변하는 증상이다(서울성모병원, 건강정보). 간신증후군은 신장 자체에 문제가 없었으나 간경변증이나 급성 간부전 등과 같은 간의 문제로 인하여 신장 기능이 급격히 악화하는 상태를 의미한다(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간질환 때문에 콩팥이 망가지는 현상이다.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3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24세인 1987년 4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약 32년간 PVC 공정에서 근무하였다. 노동자는 56세인 2019년 6월 26일 오전에 목숨을 빼앗겼다. 선행사인은 간부전, 중간 선행사인은 급성 신부전, 직접사인은 다장기부전이었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클립아트코리아.  한겨레, 2024.1.21.
클립아트코리아. 한겨레, 2024.1.21.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보자. 노동자는 1987년 4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사업장의 PVC 생산 공정에서 약 32년 2개월간 근무하였다. 노동자가 근무한 곳은 조정실, 반응(중합) 공정, 건조 공정이었다. 입사 24년 차인 2010년 10월 노동자는 근무하던 공정이 폐쇄되어 다른 부서에 배치되었다. 해당 공정은 노동자의 상병이 드러나기 직전인 2019년 4월 폐쇄됐다. 동료가 진술하길, 노동자는 과거에도 다른 공정으로 전환 배치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노동자의 유족이 진술하길, 노동자는 □사업장의 공정 폐쇄와 그로 인한 임금 삭감과 배치전환으로 인해 후배들에게 업무를 배워야 하는 상황이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휴가 기간인 2019년 6월 17일부터 2019년 6월 22일경까지 약 6일간 하루에 소주 2병가량을 마셨다. 2019년 6월 23일부터는 ‘음식물을 넘기기 힘들다’면서 술은 물론이고 음식물도 섭취하지 못하였다. 출근 예정일인 2019년 6월 25일 오전 노동자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노랗게 된 상태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아내에게 ‘목이 아프고 힘이 없다, 병원에 가자’고 하여 A종합병원에 갔는데,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응급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증상을 보였다. 이후 의식을 잃었고 기관삽관(intubation)을 하였다. B대학병원으로 옮겨 치료받았다. 질병 진단명은 간경변과 간신증후군이다. 병원으로 옮긴 지 이틀째인 2019년 6월 26일 오전에 목숨을 빼앗겼다.

B대학병원의 의무기록과 동료 노동자 진술 상, 노동자는 2008년 간농양으로 입원하여 치료받았다. 노동자는 2009년 9월부터 위궤양으로 3회 진찰받았다. C종합병원 수진 기록상, 노동자는 2010년과 2011년에 급성간염을 동반한 독성간질환과 담즙정체를 동반한 독성간질환 등으로 진찰받았다. 2015년 건강진단에서 γGTP(감마 지티피·알코올로 인한 간 장애의 지표)는 147mg/dl(참고치 63mg/dl 이하)이었다. mg/dl는 밀리그램 매 데시리터다. 2018년 건강진단 문진상, 노동자는 현재 흡연자로 25년간 하루 15개비를 흡연하였고, 1주일에 2~3회 소주 1병의 음주력을 보였다.

노동자 유족은 노동자가 약 32년간 PVC 공정에서 근무하면서 염화비닐에 지속하여 노출돼 상병이 발생하였고, 2019년 4월 작업 공정 폐쇄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가 더해지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였다고 생각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 급여를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3년 9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심의·2023.9.18.~9.20.)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56세가 되던 2019년 6월 26일 목숨을 빼앗겼다. 둘째, 질병 진단명은 간경변과 간신증후군이다. 선행사인은 간부전, 중간 선행사인은 급성신부전, 직접사인은 다장기부전이다. 셋째, 노동자는 1987년 4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PVC 생산 업무를 수행하였다. 넷째, 노동자의 상병과 관련된 유해 요인으로 알려진 요인은 염화비닐(VCM)과 음주 등이다. 노동자는 작업 중 높은 수준의 염화비닐에 노출됐고, 염화비닐과 음주는 상승효과를 유발하여 간경변과 간신증후군의 위험을 높였다고 추정된다.

노동자가 2019년 6월 26일 목숨을 빼앗긴지 약 4년 3개월이 떠나간 2023년 9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는 완료됐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6년 1월 24일

*관련 기사: 임신 중 유해 물질 노출로 질환…‘태아산재’ 첫 인정(한겨레, 2024.1.21.)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253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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