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흑색종은 멜라닌세포의 악성종양이고, 멜라닌세포 또는 기존에 존재하는 모반세포(점을 구성하는 세포)의 악성 형질변환이다(국가암정보센터). 동박(copper foil)은 황산구리 용액을 전기 분해해 만드는 두께 10㎛ 이하의 얇은 구리 박막이다(한경 경제용어사전).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55년생 여성이다. 노동자는 약 14년 9개월간 2차 전지의 전자관 또는 반도체 소자를 제조하는 □사업장 공장 내에서 폐박 해체와 작업장 청소업무를 수행하였다. 노동자는 67세인 2022년 7월 27일 우측 족부 악성흑색종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암이고 유해인자는 물리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보자. 노동자는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약 14년 9개월간 □사업장 공장에서 근무하였다. 황산구리 용액을 만드는 동박 용해공정에서 작업장 청소업무와 폐박 해체 작업장에서 불량 난 폐박을 해체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작업장 청소는 동박 용해 공장동 지하, 1층, 2층의 작업장에 설치된 물 호스를 사용하여 작업장을 청소하는 업무였다. 사업장 측에 의하면 안전모, 고무장갑, 고무장화를 착용하고 작업장 바닥을 작업장에 설치된 물 호스로 청소하는 업무이며, 노동자가 직접 취급한 화학물질은 없다고 하였다. 노동자 진술 상, 노동자는 □사업장 소속으로 하루 2시간은 3개 공장 용해공정의 작업장 청소업무를 수행하였고, 오전 4시간은 다른 3개 공장 용해공정을 순회하면서 작업장 청소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때 화학물질(황산 등)에 노출됐고, 신발에 물이 자주 들어와 발이 젖은 상태이거나 너무 더울 때는 땀이 많아서 발이 젖은 상태였다. 동료 노동자의 진술 상, 청소작업 시 안전모, 마스크, 고무장갑, 고무장화를 착용하고 공장을 3일에 한 번 각 공장을 순회하면서 작업장 바닥을 청소하였으며, 직접 취급한 화학물질은 없었다.

악성흑색종은 방치할 경우 뇌 등으로 전이할 수 있다. 사진은 악성흑색종의 모습. 대한피부과학회 제공. 한겨레, 2016.1.23.
악성흑색종은 방치할 경우 뇌 등으로 전이할 수 있다. 사진은 악성흑색종의 모습. 대한피부과학회 제공. 한겨레, 2016.1.23.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22년 4월 초 안전화를 바꿔 새 안전화를 신고 일을 하는 과정에서 우측 엄지발가락 바깥 부위에 반복적인 마찰로 상처가 생겨 피부과의원과 A종합병원에 내원하였다.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상, 2022년 4월부터 노동자의 우측 엄지발가락 피부 증상이, 2022년 7월 22일 피부과의원에서 발가락의 연조직염에 대한 진찰받은 내역이 각각 확인된다. 제출된 의무기록상, 영상의학과의원에서 촬영한 MRI상 악성흑색종 소견이 보여 2022년 7월 27일 A종합병원에서 B대학병원으로 의뢰됐다. 악성흑색종에 대해 2022년 9월 8일 우측 엄지발가락 중족골 절단술과 서혜부(샅굴 부위) 림프절 생검술을 받았다. 수술 결과 1.8×0.5×0.5cm의 악성흑색종이 확인됐으나 주변 림프절이나 뼈조직에 대한 침윤은 확인되지 않았다. 영상 소견상 주변 장기로의 전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감시 림프절 조영술 결과 종양과 서혜부 림프절과 림프액의 흐름이 확인되어, 재발 위험이 높아 악성흑색종 3기 진단하에 발가락 절단수술 후 현재 보조 면역항암치료 중이다. B대학병원 진단서에서 말단 흑색종으로 확인됐다.

노동자는 흡연력과 음주력은 부인하였고, 흑색종이나 다른 암의 가족력 또한 없다고 진술하였다. 노동자는 재해 발생 전 고혈압, 고지혈증 약물을 복용 중이며, 갑상선 혹으로 외과에서 추적검사 중이다. 2016년 10월부터 상세불명의 뇌경색증에 대한 급여내역이 확인됐다. 그러나 노동자는 면담에서 고혈압을 제외하고 질병력은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노동자는 폐박 해체와 작업장 청소업무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화학물질에 노출돼 발병했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질병 인정을 신청하였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3년 10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비대면 화상회의·2023.10.20.)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2022년 4월 초 우측 엄지발가락 바깥 부위에 반복적인 마찰로 상처가 생겨 B대학병원에 가서 2022년 7월 27일 우측 족부 악성흑색종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2007년 4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사업장에서 근무하면서, 폐박 해체와 작업장 청소업무를 수행하였다. 노동자는 업무 중 안전화와 고무장화를 신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족부에 반복적인 마찰을 받았다. 셋째, 악성흑색종의 직업적, 환경적 유해인자는 태양광, 인공 자외선 노출, 폴리염화바이페닐(PCBs) 등이다. 노동자가 진단받은 말단 흑자 흑색종은 다른 피부 악성흑색종과 달리 자외선 노출보다 외상이나 물리적인 자극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노동자가 2022년 7월 27일 악성흑색종을 진단받은 이후 약 1년 3개월이 떠나간 2023년 10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는 완료됐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6년 1월 24일

*관련 기사: 신영복 교수 떠나게 한 ‘악성흑색종’ 남 얘기 아니다(한겨레, 2016.1.23.)

https://www.hani.co.kr/arti/society/health/727539.html

편집 : 형광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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