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은 수정체의 혼탁으로 인해 사물이 뿌옇게 보이게 되는 안과 질환이다(서울대학교 병원, 의학정보).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6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여러 사업장에서 20여 년간 용접업무를 수행하였다. 노동자는 55세인 2021년 6월 7일 양안의 백내장을 진단받았고 2021년 6월 두 차례 수술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질환이고 유해인자는 물리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보자. 노동자는 진술하길, 1989년도 군 제대 후 1990년부터 1994년까지 약 4~5년 동안 □사업장에서 내화벽돌을 제조하는 회사에서 벽돌의 형틀을 제작하는 업무를 하였다. 이후 △사업장에서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약 5년 동안 일용직으로 주로 그라인더를 이용한 사상 작업과 용접기술을 배워가는 과정 등을 수행하였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는 고용보험 기록은 없으나, 노동자는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고용되어 단기간(1일~2개월) 작업을 수행하는 형태로 근무하였다고 진술했다. 노동자의 직업생애에서 주된 업무인 제관작업은 2000년부터 상병이 발생한 2021년 6월까지 수행하였다. 제관(製管)은 철판을 자르거나 구부려서 관의 형태를 만드는 공정이다. 노동자는 약 20년 이상 제관업무에 따른 임시용접과 사상작업을 하였다. 노동자는 상병 발생 당시 물류 이송과 택배설비 시스템을 제작하는 ◇사업장에서 제관과 용접 업무를 수행하였다.

중앙대 개안(開眼)팀의 나노영챌린지 최우수상 수상.중앙대 제공. 한겨레, 2023.11.29.
중앙대 개안(開眼)팀의 나노영챌린지 최우수상 수상.중앙대 제공. 한겨레, 2023.11.29.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상병을 진단받기 전 약 1년간 지속하여 눈이 침침하고 잘 안 보이는 증상으로 안과 의원에 내원하여 2021년 6월 7일 양안의 백내장을 진단받았다. 이에 다른 안과 의원에서 2021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양안의 수술을 받았다. 노동자는 진술하길, 과거 안구의 외상력은 없었으나 작업 후 종종 눈부심, 눈 시림 등과 같은 광각막염(光角膜炎) 증상이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 수진내역상, 안과 진료를 받은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흡연은 하지 않았다. 음주는 주 2회, 소주 1병 정도였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에 대하여 15년간 약물을 복용하였다. 당뇨는 없었다.

노동자는 20여 년간 시행한 용접 작업 중 용접광과 용접 흄 등에 장시간 노출되어 해당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인정을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11월 25일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관련성 평가에 필요한 전문조사 의뢰 요청서를 제출하였다.

2023년 10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심의·2023.10.25.~10.27.)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55세의 나이로 2021년 1월 양안의 백내장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약 20년간 제관업무에 따른 임시용접, 용접, 사상 등의 작업을 하였다. 2000년 이전에는 보안면(保眼面·눈을 포함한 안면을 차폐하는 데 사용하는 보호구) 없이 용접하였고, 보안면 사용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아크광에 노출되어 광각막염 증상이 나타났다. 셋째, 보안면 등 눈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용접공을 포함한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게 백내장 위험도가 유의하게 증가하였다. 또한, 연평균 중파 자외선에 대한 노출량과 수정체 피질 혼탁 간에 ‘용량-반응 관계’(用量反應關係·dose-response relationship)가 보고됐다. ‘용량-반응 관계’의 별칭은 ‘노출-반응 관계’(露出反應關係·exposure-response relationship)다. 이는 수정체 피질 혼탁이 중파 자외선에 대한 노출의 누적에 따른 손상임을 시사한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 용접공의 백내장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였다.

노동자가 2021년 1월 백내장을 진단받은 이후 약 2년 9개월이, 2021년 11월 25일 역학조사를 의뢰한 지 1년 11개월이 각각 떠나간 2023년 10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됐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6년 1월 24일

*관련 기사: 중앙대 바이오메디컬공학전공 학생들, 나노영챌린지 2023 과기정통부장관상 수상(한겨레, 2023.11.29.)

https://www.hani.co.kr/arti/economy/biznews/11182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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