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지킨림프종(Non-Hodgkin lymphoma)은 림프조직에 존재하는 세포의 악성종양으로서 호지킨림프종을 제외한 악성 종양이다(국가암정보센터). 신장암은 신장에서 발생하는 암의 대부분(85% 이상)을 차지하는 신세포암을 말한다(서울성모병원, 건강정보).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60년생 남성이다. 2004년부터 약 15년간 건설현장과 □제철소 등에서 배관공 조공 업무를 수행하였다. 노동자는 59세인 2019년 9월 2일 비호지킨림프종을, 같은 해 12월 17일 신장암을 각각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림프조혈기계암, 기타 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보자. 노동자는 2004년부터 질환 발병 시까지 약 15년 동안 일반건설 현장과 □제철소 등에서 배관공 조공으로 근무하였다. 노동자는 □제철소에서 약 9년 3개월간 대정비 기간에 플랜트 배관공 조공으로 일용직 업무를 수행하였다. 배관공의 주된 작업은 배관 서포트 제작 설치를 위한 아크 용접 작업, 그라인더를 이용한 절판과 사상 작업, 산소절단기를 이용한 절단 작업, 배관 및 제작 설치 이후 배관 페인트 도색 작업 등이다. 그 외 기간은 2004년~2005년 건물 신축공사를 제외하고 2007년부터 대부분 석유화학단지나 제철소 등에서 기존 배관 증설업무를 수행하였다.

김범진 세종 조치원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이 7월3일 오후 현장 근무 때 가장 많이 이용한 중형 펌프차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32년간 소방관으로 일하다 파킨슨병을 얻은 김씨는 지난달 2일 인사혁신처에 파킨슨병에 대한 공무상 요양 신청을 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 2023.9.18.
김범진 세종 조치원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이 7월3일 오후 현장 근무 때 가장 많이 이용한 중형 펌프차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32년간 소방관으로 일하다 파킨슨병을 얻은 김씨는 지난달 2일 인사혁신처에 파킨슨병에 대한 공무상 요양 신청을 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겨레, 2023.9.18.

노동자가 말한 바를 보면, 플랜트 배관 작업은 배관공, 용접공, 조공의 3인 1조로 이뤄지는데, 노동자는 조공으로 배관공과 용접공 업무 모두를 도와주었으며 용접업무도 수행하였다. □제철소의 화성공장, 코크스공장, 소결공장, 제강공장 등은 타 공장보다 열악하고 각종 먼지 비산이 매우 심하였다. 각종 유해물질에 항상 노출됐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19년 8월 목뒤에 덩어리가 만져져 로컬의원에서 시행한 조직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났다. 이에 A대학병원에 가서 59세가 되던 2019년 9월 2일 비호지킨림프종을 진단받았고 같은 달에 시행한 CT에서 왼쪽 신장에 덩어리가 발견됐다. 2019년 12월 17일 부분콩팥절제술을 시행하였고, 이후 수술 검체를 통해서 병리학적으로 신세포암으로 확인됐다. 2020년 1월 양쪽 눈 조직검사에서 림프종이 발견되어 B대학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하였다. 현재는 A대학병원에서 추적관찰 중이다. 노동자의 어머니는 간암, 누나 두 명은 각각 갑상선암과 대장암 등의 가족력이 보였다. 노동자에게 특수건강진단(실시 근거: 산업안전보건법 제130조) 대상 유해인자는 2015년에 1,3-부타디엔, 디메틸포름아미드, 벤젠, 크실렌,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등으로 모두 A판정을 받았다. 2017년에는 니켈, 망간, 산화철 분진, 알루미늄, 용접 흄과 자외선 등으로 모두 A판정을 받았다. 건강관리 구분에서 A판정을 받은 노동자는 건강관리상 사후관리가 필요 없는 노동자다(산업안전보건연구원, <근로자 건강진단 실무지침 제1권 특수건강진단 개요>, 2016, p.5.).

노동자는 과거 흡연자로 2019년까지 29년 동안 하루에 1갑을 피웠고, 술은 2019년까지 1주에 2회 맥주 두 병을 마셨다.

노동자는 노후 관 교체, 배관 페인트 도색작업, 용접 보조, 시너 사용 등으로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인정을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10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상 질병 여부의 판단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3년 11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서면회의·2023.11.27.~11.29.)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질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59세가 되던 2019년 9월 2일 비호지킨림프종을, 2019년 12월 17일 신장암을 각각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2004년 10월부터 발병 시까지 약 15년 동안 일반건설 현장과 □제철소에서 배관공 조공으로 근무하였다. 특히 □제철소의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는 대정비 기간에 약 9년 3개월간 근무하였다. 셋째, 노동자의 상병 비호지킨 림프종과 관련된 작업환경 요인은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이다. 벤젠과 비호지킨림프종 간의 연관성은 보고되어 왔다. 노동자의 상병 신장암과 관련된 작업환경 요인은 용접 흄, 트리클로로에틸렌, 비소, 카드뮴 등이다. 용접 흄과 신장암 간의 연관성은 보고되어 왔다. 넷째, 노동자는 배관공 조공으로 근무하면서 벤젠에 노출됐다. 작업환경측정 결과, 최대 측정값은 2005년 0.546ppm, 2007년 0.508ppm으로 고용노동부 노출기준(0.5ppm)을 초과하였다. 기존 배관 증설업무를 수행하면서 시너(thinner)를 계속 사용하였기에 미량의 벤젠에 노출됐다고 보인다. 또한, 노동자는 약 15년간 용접 흄에 노출됐다고 판단된다.

노동자가 2019년 12월 신장암을 진단받은 이후 약 4년이, 2021년 10월 역학조사를 의뢰한 지 약 2년 1개월이 각각 떠나간 2023년 11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됐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6년 1월 31일

*관련 기사: 고개 흔들어 양치질…57살 소방관 검은 콧물부터 뇌 질환까지: 연기 속에는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트라이클로로에틸렌, 포름알데하이드, 벤조피렌도 포함돼 있다. 이런 유해물질들은 폐암,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방광암, 신장암, 중피종 등의 암 발생 위험을 키운다.

(한겨레, 2023.9.18.)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08925.html

편집 : 형광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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