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이지 마라
- 고 이선균 배우 죽음의 진상을 요구하며

권말선

왕(王) 놀음에 빠진 윤석열은
<공정과 상식> 그 위에 칼을 꽂고
피 묻은 손가락 마구 휘저으며 지시했다
“특검이니 무능이니 지겹다, 여론을 돌려라!”
검찰과 경찰은 왕을 따라
<정의 실현> 그 위에 칼을 꽂고
피 묻은 법복 휘날리며 마구 달려갔다
“왕과 왕비는 착하다, 알만한 누군가가 바로 마녀다!”
언론입네 하는 자들도 검경을 따라
<진실과 양심> 그 위에 칼을 꽂고
피 묻은 펜으로 마구 지껄였다
“왕과 검찰, 경찰의 말씀이 다 옳다!”

그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혹은 하지 않았는지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혹은 하지 않았는지
그와 가족이 어떤 심경인지 또 얼마나 힘든지
사악한 저들 안중에 손톱만큼이나 있었을까
그저 사냥, 사냥, 사냥
피 묻은 손 가려 줄
마녀사냥에만 열중했을 뿐

“너무 억울하다, 진실을 가려달라”며
어쩌면 고발이었을
어쩌면 절규였을
그의 마지막 말 외면한 채
다음 사냥을 준비하고 있겠지
더러운 제 속성 버리지 못하고
권력의 무능과 비리 가려 줄
검찰 캐비닛 속 숨겨둔 마녀
사냥을 또 준비하고 있겠지

그를 대신해 경고하노니
엄중히 경고하노니
“마녀사냥은 그만!
더 이상은 아무도 죽이지 마라!"

 

편집 : 권말선 객원편집위원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배우 고 이선균씨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공동취재사진(한겨레신문 )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배우 고 이선균씨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공동취재사진(한겨레신문 )

 

편집 : 심창식 편집장

권말선 객원편집위원  kwonbluesunny@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