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rectal cancer)은 직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뤄진 악성 종양이다(서울대학교 병원, 의학정보).

이번 직업병 사례의 노동자는 1958년생 남성이다. 노동자는 60세인 2018년 10월 □사업장에 입사하여 2020년 4월까지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배관용접을 하였다. 노동자는 2020년 4월 14일 직장암을 진단받았다. 질병의 해부학적 분류는 기타 암이고 유해인자는 화학적 요인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 결과서>를 토대로 살펴본다.

우선, 노동자의 업무 이력과 환경을 보자. 노동자는 1978년부터 2020년까지 약 42년 동안 석유화학단지와 전국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용접공으로 배관, 탱크 유지·보수·증설·신설 업무를 수행하였다. 1978년 약 1년 동안은 조공으로 일하면서 용접기술을 배우고, 이후 기술공인 용접공으로 일을 시작하였다. 탱크·배관 보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보온재(석면)를 직접 제거하고, 파이프와 탱크를 그라인드와 산소 절단기로 해체하고, 용접할 때는 석면포를 사용했다. 현재는 대정비 작업 때 4인 1조로 배관공, 조공, 용접공, 감시인 등 작업이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어 용접공의 경우 용접만 수행하지만, 2010년(노동자 진술) 이전에는 직접 보온재를 뜯어서 용접했다. 또한, 두루마리 형태의 불티 방지포를 현장에 따라 직접 재단하여 들고 다니면서 불에 다 타서 못 쓰게 되면 불티 방지포를 교체했다. 불티 방지포는 과거에는 석면이 함유됐었고 촉감은 따끔하고, 까끌까끌하고, 뻣뻣하고 부직포와 비슷했다. 석면 테이프의 경우 직접 사용한 적은 없으나 파이프에 감긴 경우에는 직접 해체하여 용접하였다. 탱크 제작 업무보다 대정비 보수 업무의 비중이 컸다.

작업 중 노동자 1명이 숨진 현대제철 인천공장 내 폐수 처리장. 인천소방본부 제공. 한겨레, 2024.2.12.
작업 중 노동자 1명이 숨진 현대제철 인천공장 내 폐수 처리장. 인천소방본부 제공. 한겨레, 2024.2.12.

질병 진단 경과를 보기로 한다. 노동자는 2020년 4월 4일 A종합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고 조직검사에서 직장암(adenocarcinoma, 3cm from anal verge) 소견이 확인됐다. 이에 B대학병원으로 옮겨 행한 CT, MRI 검사 결과에 따라 62세가 되던 2020년 4월 14일 직장암을 진단받았다. 동시항암화학방사선요법(항암과 방사선 병용요법) 후 2020년 8월 12일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노동자는 악성종양의 가족력은 없다. 진술하길, 현재 금연 중인데 과거 20년간 1일 반갑을 피웠고, 1주일에 소주 반병을 주 2회 마셨다. 건강검진 검사상 2019년 11월 백혈구수 증가와 적혈구수 감소 소견이 보였다. 2019년, 2020년 1월 흉부 방사선 촬영 결과 정상 소견이 보였다. 건강보험수진내역에서 진폐증이나 폐암 관련 진찰받은 내역은 없으나 2016년 11월 18일 이래로 양쪽 백내장으로 여러 번 진찰받았다. 2020년 4월 시행한 흉부 CT에서 경미한 폐기종 소견이 보였으나 흉막반(Pleural plaques·석면이 폐를 감싼 흉막을 뚫어 흉막이 판처럼 두꺼워지는 증상)과 석면폐증 등의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용접공인 노동자는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직접 보온작업을 하지는 않았으나 밀폐된 공간에서 배관 용접과 보온작업이 함께 이뤄지면서 석면에, 작업현장에서 용접작업에 필요한 전기용접과 그라인더 사상 작업을 하고 파이프 용접에 필요한 절단과 취부용접 작업 시 비산 방지용 석면포를 설치함에 따른 석면과 용접 흄에, 현장 철거 작업 때 파이프 보온가루인 석면 유리솜에, 도금 파이프 용접 시 발생하는 질소가스에 각각 노출되어 상기 질환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을 신청하였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12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노동자 질환의 업무관련성 판단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2023년 12월 역학조사평가위원회(비대면 화상회의·2023.12.15.)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노동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의 과학적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노동자는 만 62세가 되던 2020년 직장암을 진단받았다. 둘째, 노동자는 1978년부터 2020년까지 약 42년간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배관용접 작업을 수행하였다. 셋째,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노동자의 직장암과 관련된 작업환경 요인 중 석면은 그 근거가 제한적이다. 국제암연구소 발간 이후에 보고된 역학연구에서도 석면과 대장·직장암의 연관성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증거는 나왔다. 넷째, 과거에 노동자는 직무 수행 과정 중 석면이 포함된 불티 방지포를 재단하여 사용하였고, 보온재를 직접 뜯어서 용접도 하였으며, 용접·배관·보온공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관의 보수·교체 시 석면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다.

노동자는 2020년 4월 14일 직장암을 진단받은 이후 약 3년 8개월이, 근로복지공단이 2021년 12월 역학조사를 의뢰한 지 약 2년이 각각 떠나간 2023년 12월에 역학조사평가위의 심의가 완료됐다.

그대의 고통과 참담함을 꽃 지고, 새가 울고, 별이 진다고 어찌 잊으랴.

대한민국 106년 2월 16일

*관련 기사: 현대제철 ‘가스 중독’ 사망사고, 안전관리는 서류뿐이었나(한겨레, 2024.2.12.)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280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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