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사법권도, 언론도 25년 이전으로 퇴행시킨 듯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사건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기사가 외국 언론에 까지 보도되고 있다니 참으로 망신스러운 일이다. 그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외국 순방 일정을 며칠 전에 갑자기 취소시켜 국가의 신뢰까지 무너지고 있다. 대통령의 부인이 국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만 끼치고 있는 꼴이다.

25년전 밍크코트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 불법으로 외화를 반출하려다 구속된 기업인의 부인으로부터 밍크코트를 받았다가 돌려준 사건때문이었다. 신문에는 밍크코트 입어봐라고 기사가 도배되었고, 결국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해당 장관은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장관직 사퇴에 이어 법정에까지 서게 되었다.

그걸 멋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부인이 저지른 일을 모두 자신이 책임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나 법정에까지 섰으니 말이다. 그게 이치에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모두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고, 그 권력을 관리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니 책임지는 태도는 멋있다고 할 만하다.

이번 디올백 사건도 그 성격은 유사하다. 국민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아줬는데 그 부인이 일을 저지르고 있으니 말이다. 25년 전에 장관의 부인은 밍크코트를 돌려주었는데, 이번 대통령의 부인은 그렇게 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디올백 말고도 대통령의 부인이나 처가와 관련된 여러가지 의혹들이 회자되고 있다. 용산에 VIP2가 있다는 말도 흘러 나왔다. 그러는 중에 디올백 사건이 터져나왔으니 국민들의 분노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번 사건은 어떻게 처리될까? 파장은 일파만파 커져가고 있는데 책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책임은 커녕 국회에서 의결된 김건희 특검법마저 대통령의 권력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역사를 25년 전의 밍크코트 사건 이전으로 돌려놓은 듯하다. 일은 저질러놓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니, 25년 동안 정치도 사법권도 언론도 퇴행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국회는 무시하고, 검경은 충견으로 만들고, 언론은 입을 꿰매고, 국민은 입을 틀어막아 끌어내고, 그 가운데 경제는 기울고 있으니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에게 취임식에서 다음과 같이 선서할 것을 요구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만일 대통령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주권자인 국민은 대통령에게 헌법을 지키도록 요구할 수 있다. 그래도 대통령이 헌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주권자인 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맹자는 행불정(行不正), 즉민불복(則民不服)’이라 하였다. ‘행실이 바르지 못하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분노가 강물처럼 모아 흐르면 혁명이 된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역사가 잘 보여주었다. 혁명의 동기는 분노였다는 것을…….

이현종 객원편집위원  hhjj55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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