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혁백의 친문 용퇴 발언 왜 나왔나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 한겨레 사진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 한겨레 사진

"반성은 누가 해야 되느냐. 진보를 자처하는 모든 사람이 해야 되는 거에요. 그 최고의 책임자는 누구냐. 그건 문재인이란 말이야 문재인! 결국은 문재인의 문빠정치가 진보세력을 망친 거에요. 통치기간동안 문재인에 대한 비판적인 언급을 한마디도 못한 정권은 없어요. 다시는 문재인과 같은 대통령이 이땅에 태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우리가 빌어야 돼요!"

도올 김용옥은 22년3월 유투브에서 부르짖듯이 이렇게 말했다.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자로 문재인을 지목했다.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천을 둘러싼 친문계와 친명계의 '문명충돌'로 총선국면이 요동치고 있다. 발단은 임혁백공천관리위원장의 발언이었다. 지난 1월6일 당사에서 1차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한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연말에도 86세대나 문재인 정부 출신 중진 인사의 자발적 용퇴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친문계와 문재인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임혁백 위원장과 도올 김용옥이 이처럼 공격하고 격렬하게 비난하는 걸까. 문명충돌이 일어난 원인이 무엇일까.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지금 민주당 정치인의 생사여탈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저승사자이다. 그의 발언 한달후 실제로 문재인 정권 실세들에 대한 낙천이 줄줄이 이뤄졌다. 그중에서 친문좌장 홍영표의원과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 임종석 전의원 등이 격렬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정세균 김부겸 등 문정권의 두 총리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조어가 떠돌고 있다. 민주당에 불리한 국면이다.

​여론조사가 먼저 반응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월 27~29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40%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33%)을 7%포인트 앞섰다.

​윤정권 심판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실패할 수 있음에도 이같은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다수 언론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정치적 책략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1년전에 만든 시스템에 의해서 공관위가 결정했다고 말한다. 그러면 임혁백위원장의 문정권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의 근거는 무엇일까. 그의 동료인 진보인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짐작할 수 있다. 도올뿐아니라 중앙대 김누리교수도 비판 대열에 나섰다.

​김교수는 2021년 '우리에게 절망할 권리가 없다'는 저서 출간 직후에 제목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강연과 기고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원래 제목은 '환멸의 시대'였다. 지금 이 시대를 다른 말로 이름지을 수 없다. 지금 한국사회 특히 문재인정부 시대 느낌은 한마디로 환멸이다. 한국사회가 근본적인 질적인 변화가 가능한 마지막 기회였는데. 국회의석 180석 주고 지방 의석 다 주었는데 그런데 아무것도 안했다. 정말 경악했다. 국가 지도자가 보이는 무능은 어찌보면 부패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그래서 제가 환멸의 시대 외에는 다른 제목을 붙이기 어렵다고 했는데. 출판사가 너무 부정적이라서 그런 제목을 붙일 수가 없다. 그래서 칼럼중에 한 대목을 찾아서 이름을 붙였다."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단체에서 이런 일도 있었다. 2019년 필자가 직접 목격했던 일이다. 카톡 토론방에서 집값 폭등을 야기한 문정권을 비판하는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대해 "야당 좋을 일 있냐"면서 단체 활동을 중지시키고 단체를 스스로 해체하고 말았다. 당시 청와대의 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던 공동대표중 한 사람의 짓이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거듭되는 동안 사회운동이 제대로 비판기능을 하지 못한 이유다. 문정부 5년동안 주택 유무에 따라 벼락거지와 벼락부자가 나타나며 사회갈등이 극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 기간중에 세계불평등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세계 최고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에 달하는 46.5%를 가져간 반면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6%를 얻는데 그쳤다. 상위 10%의 1인당 소득이 하위 50%의 소득에 비해 무려 14배나 많았다. 부(富)의 불평등은 더 심각하다. 상위 10%가 58.5%를 차지한 반면 하위 50%는 5.6%에 불과했다. 금액으로는 상위 10%가 하위 50%에 비해 5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프랑스 7배, 영국 9배, 독일 10배 등 서유럽 국가의 소득 격차보다 우리가 훨씬 컸다.

​문재인 임기중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토균형발전위원회에 단 한번 참석했고 비서실에 있던 국토균형발전비서관 자리도 없애 버렸다. 지방 소외와 서울 집중이 가속화돼 서울 집값이 폭등했고 출생율이 급락했다. 그의 임기 5년동안 출생율이 30만명대로 다시 20만명대로 인구절벽을 두번이나 이루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모토는 공정과 상식, 이재명 캠프는 공정과 성장이었다. 문정권 시기 사회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정권에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이에 대해 문정권 시기 책임있는 정치인들은 어떤 책임을 졌나.

​임혁백위원장은 민주화 연구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정치학자이다. 촛불혁명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권의 공과에 대한 깊은 소회가 있었을 것이다. 공천관리 책임자의 자리에서 친문 정치인들의 책임을 물은 것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은 최근 칼럼에서 임혁백을 "이재명의 망나니"라고 극언했다. 민주당은 공천파동으로 진보 보수 양쪽의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이같은 비난에 임혁백이 대응하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그의 속내를 보도한 기사도 찾기 어렵다. 다만 짐작해 볼 수는 있다. 그는 지금 역사바로세우기를 하는 각오로 임하는 것 아닐까.

​비명횡사로 나빠진 여론 때문에 민주당이 의석을 얼마간 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정권 실정에 절망한 나머지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진보성향 유권자층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진보의 몰락 운운하는 시대 흐름에 의미있는 변화를 줄 수도 있다. 큰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눈앞의 이익뿐아니라 역사의 흐름도 봐야 한다. 임혁백공관위원장의 판단이 4월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주목된다.

​김제완 좌우간에이념연구소 대표

편집 : 심창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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